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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207)] 이방인들의 영화 : 한국 독립영화가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

[책을 읽읍시다 (2207)] 이방인들의 영화 : 한국 독립영화가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

이도훈 저 | 갈무리 | 384 | 2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우리 주변에는 이름 없는 영화들이 있다. 이름 없는 영화는 관객의 관심 바깥에 있어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영화를 가리킨다. 극장 개봉을 해도 관객이 보러 가지 않는 영화, OTT에 서비스되어도 추천 목록에 뜨지 않는 영화, 영화제에서 상영되어도 평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영화 등이다. 이외에도 영화산업 시스템의 바깥에서 만들어졌기에 관객과 만날 기회가 적은 영화, 특히 예술영화, 독립영화, 실험영화, 대안영화로 분류되는 작품이 이름 없는 영화에 속한다.

 

이방인들의 영화는 한국 독립영화가 이름 없는 영화의 상태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독립영화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한국 독립영화는 1970년대에는 소형영화, 1980년대에는 작은영화, 민중영화, 민족영화, 1990년대 이후에는 독립영화, 저예산영화, 다양성영화, 독립예술영화로 불렸고, 그 이름이 무엇이든 자본, 권력, 상업영화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 유통, 상영하는 대안적인 영화 모델과 영화 실천을 만들어 왔다.

 

1980년대 이후 아마추어 영화인들이 제작 집단을 결성해 공동으로 작품을 연출하고 극장이 아닌 장소에서 상영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제도권과 상업영화 시스템을 벗어나 만들어진 한국 독립영화는 관객과 만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 결실은 200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영화제 수상 실적을 바탕으로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거나 극장 개봉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김동원 감독의 송환(2004),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2008),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2011), 소공녀(2018),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9) 등이 있다.

 

이방인들의 영화는 한국 독립영화 중에서도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로 분류될 수 있는, 즉 논픽션 계열에 속하는 작품을 주로 분석한다. 극영화에 비해서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적은 편이다. 저자는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기존의 담론이 극영화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음을 지적하면서, 독립영화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방인들의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라는 장르적 구분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다. 저자는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 모두 대안적인 영화 만들기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본다. 이런 관점은 한국 독립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서술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1970~80년대 전후에 만들어진 이익태 감독의 아침에서 저녁사이(1970), 김홍준, 황주호 감독의 서울 7000(1976), 서울대학교 영화동아리 얄랴셩의 국풍81(1981)은 대도시의 삶을 기록했으며, 그 작품들 모두 다큐멘터리적 경향과 아방가르드 영화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한국 독립영화의 초창기 작품들에 다큐멘터리적인 경향과 아방가르드적 경향이 혼재되어 있었음을 드러내는 이러한 분석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역사와 전통을 설명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방인들의 영화는 현재 한국 독립영화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경향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영화적 실천에 주목한다.

 

그 영화적 실천은 한국 독립영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쇄신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을 아우른다. 그리고 변화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조건 속에서 영화를 통해 현실에 개입하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현실을 대안적으로 상상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새로운 흐름 속에서 대안적인 영화 만들기가 계속 시도된다면, 미래의 관객은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그로써 현실을 새롭게 지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이도훈 소개

 

영화연구자. 영상학과 문화연구를 전공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거리영화의 발전과 분화: 근대적 형성 과정과 장르적 특성을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강원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수원대학교, 연세대학교에서 미디어, 대중문화, 영화 관련 강의를 했다. 독립영화, 에세이영화, 포스트 시네마, 다큐멘터리, 디지털 시각효과 등과 관련된 학술 논문을 썼다.

 

저서로 이방인들의 영화 : 한국 독립영화가 세상과 마주하는 방식(갈무리, 2023), 공동 저서로 21세기의 독립영화 : 서울독립영화제 40주년(한국독립영화협회, 2014), 21세기 한국영화 : 웰메이드 영화에서 K-시네마로(앨피, 2020), 1990년대 한국영화 :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영화의 모든 것(앨피, 2023) 등이 있고, 공역서로 대테러전쟁 주식회사 : 공포정치를 통한 기업의 돈벌이(솔로몬 휴즈, 갈무리, 2016)가 있다. 현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회원, 영상비평 전문지 오큘로 편집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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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