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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24)] 벨아미



벨아미

저자
모파상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9-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자신의 야망을 위해 여자를 유혹하는 아름다운 남자!인간의 어두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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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224)] 벨아미

모파상 저 | 송덕호 역 | 민음사 | 528쪽 | 12,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친구에게 빌렸다가 잃어버린 목걸이가 가짜인 줄 모르고 그 빚을 갚기 위해 10년을 인생 밑바닥에서 보내야 했던 여인. 그리고 사람들의 강요에 못 이겨 적군 장교에게 몸을 팔았으나, 도리어 그들로부터 비난과 멸시를 받아야 했던 또 다른 여인.

 

이들은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모파상의 단편 「목걸이」와 「비곗덩어리」의 주인공이다. 또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떨쳐 버릴 수 없는 씁쓸함을 안겨 주는 인간이 지닌 뒤틀린 욕망과 이기심, 나약함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모파상의『벨아미』는 이러한 어두운 인간 본성을 더욱 치열하게 보여 주는 장편소설이다. 치밀한 스토리를 통해 한층 정확하고 섬세하게, 보다 사실적으로 근대 프랑스의 격동적인 삶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욕망을 재현해 낸 작품이다.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여자를 유혹하는 아름다운 남자, 벨아미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조르주 뒤루아는 알제리 프랑스 자치령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다 새롭고 유복한 생활을 꿈꾸며 파리로 오지만 북부 철도 사무원 자리를 얻어 하루를 근근이 보낸다. 어느 날 뒤루아는 길에서 우연히 전우 포레스티를 만나고, 그 덕분에 잘나가는 잡지 <라비 프랑세즈>(프랑스인들의 삶)에 취직한다. 포레스티에를 통해 화려한 사교계의 맛을 본 뒤루아는 그 역시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조바심을 낸다.

 

그러던 중, 적당한 부와 지위를 갖춘 귀부인 드 마렐이 뒤루아에게 호감을 보인다. 뒤루아는 예상 외로 너무도 쉽게 그녀를 유혹해 낸다. 사랑에 빠진 드 마렐은 뒤루아에게 육체적 쾌락뿐만 아니라 안정된 생활을 위한 자금까지 제공한다. 뒤루아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여자들에게 접근한다. 아름다운 남자, ‘벨아미’라는 별명까지 얻은 뒤루아는 자신에게 부와 쾌락, 명예를 안겨 줄 수 있는 여자라면 누구든지 유혹하고 버리기를 반복한다.

 

 

뒤틀린 인간의 욕망과 이기적인 인간 본성

 

실존인물이자 세기의 바람둥이였던 카사노바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나는 여성을 사랑했다. 그러나 내가 진정 사랑한 것은 자유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뒤루아가 원하는 것은 여성의 육체를 탐미하는 관능적 사랑도, 모든 것을 내던지는 지고지순한 희생적 사랑도, 보수적 사회 관습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유주의자의 사랑도 아니다. 뒤루아 앞에서 여자들은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뿐이며 그가 얻을 수 있는 부와 권력의 크기에 따라 여자들의 가치도 결정된다.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고 이익을 위해 인간관계를 재단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문학 작품 속 등장인물로서는 오히려 신선할 정도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이러한 비도덕적 면모에 일말의 주관적 판단도 개입하지 않는 모파상의 세밀한 서술은, ‘가장 순수한 자연주의 소설가’라는 그의 명성답게, 이 작품을 근대 프랑스의 산증거로 만들었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경계가 허물어진 인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작품 속에서 뒤루아가 손쉽게 자신의 그 모든 야망을 이루어 내는 데에는, 그가 속한 파리 사회의 모순적 구조들이 일조했다. 드 마렐 부인이나 포레스티 부인 같은 사교계 귀부인들은 풍족하고 안정적인 생활의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인과의 짜릿한 사랑을 꿈꾼다. 그들의 부도덕한 행위는 암묵적으로 묵인된다. 귀족들은 사치와 향락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생활고 때문에 자신의 작위를 부르주아에게 팔아넘긴다. 뒤루아 역시 교묘한 수를 써서 귀족 행세를 한다. 정치인들은 부패해 전쟁과 언론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에 바쁘다. 사회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야 할 언론 역시 정치인과 결탁하여 배를 불린다.

 

이러한 배금주의적 사회 분위기는 실제 당시 프랑스에 만연했기에 뒤루아나 그 주변 인물들의 행동은 설득력을 가진다. 1880년대 프랑스는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식민지 확장을 통해 시장을 개척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은 손쉽게 재산을 늘릴 수 있었다. 또한 1881년 출판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일간지와 정기간행물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독자를 많이 확보한 거대 언론사는 사회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언론이 정치와 결탁해 권력을 조작하고 생성해 낼 수 있는 여건이 이때부터 커져 갔다.

 

모파상은 당시 파리의 타락해 가는 정치, 사회, 문화를 한 점의 허구 없이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벨아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이루어 나가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생생히 보여 준다. 결국 모파상은 선과 악의 경계가 허물어진 인간 사회의 모습을 냉정하게 묘사함으로써 사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인생의 참모습을 보여 주고자 했던 것이다.

 

 

작가 기 드 모파상 소개

 

1850년 노르망디의 미로메닐 출생으로, 1869년부터 파리에서 법률 공부를 시작했으나 1870년에 보불전쟁이 일어나자 군에 자원입대했다. 전쟁이 끝난 후 1872년에 해군성 및 문부성에서 근무하며 플로베르에게서 문학 지도를 받았다. 1874년 플로베르의 소개로 에밀 졸라를 알게 되면서 당시의 젊은 문학가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1880년 6명의 젊은 작가가 쓴 단편모음집 『메당 야화』에 「비곗덩어리」를 발표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 후 『메종 텔리에』, 『피피 양』 등의 단편집을 비롯하여 약 300편의 단편소설과 기행문, 시집, 희곡 등을 발표했다. 또한 『벨아미』, 『피에르와 장』등의 장편소설을 썼다. 그 중 1883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은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이 낳은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모파상은 작품으로 명성을 얻으면서도 신경질환 및 갖가지 질병에 시달렸고, 1891년에는 전신 마비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1892년 자살 기도를 한 후 정신병원에 수용되었으나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이듬해인 1893년 4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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