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251)] 좋은 곳에서 만나요

[책을 읽읍시다 (2251)] 좋은 곳에서 만나요

이유리 저 | 안온북스 | 296 | 16,000

 

 [시사타임즈 박속심 기자]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작품 빨간 열매가 당선되며 등단한 이후 발표작마다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게 된다는 평을 받아온 이유리 작가가 두 권의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와 모든 것들의 세계에 이어 첫 연작소설집 좋은 곳에서 만나요를 안온북스에서 펴냈다.

 

앞서 발표된 작품들에서 불가해한 현실을 초월적 상상으로 맞서며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덤덤하게 특유의 낙관을 고유의 섬세한 묘사들로 납득시켜온 이유리 작가는 좋은 곳에서 만나요에서 한층 더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꿰어나간다.

 

작가는 고되고 고약하며 잔혹하기까지 한 인생에, 자신만의 위트와 세련된 문장으로 이유리식 희망을 새겨넣으며 마침내 독자들의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오리배의 신지영은 어느 날 갑자기 아빠의 납골당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가 빗길에서 갑작스런 사고로 죽게 된 뒤, 가족이 늘 이런저런 핑계로 찾던 한강의 오리배 선착장에 머물며 남겨진 엄마와 동생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산 사람에게 있어 죽음이란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지 온전히 자신의 것은 아니므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언젠가는 그것을 버릴 수도 있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몇 계절을 지나도록 떠나지 못하고 기다린다.

 

심야의 질주의 택시기사 해남은 가족을 등지고 홀로 고독한 생을 살다 어느 날 갑자기 사고사한다. 자신이 무엇이 된 것인지 몰라도 죽어서도 무언가를 인지하며 지루하고 무의미한 나날을 지속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할 뿐이다.

 

세상의 끝의 혜수와 지우는 유해한 세상으로부터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어준다. 혜수는 지우와 함께 더 무해한 곳으로 가닿고 싶어 하고 지우는 그런 혜수의 슬픔을 다 품지 못해 영혼이 되어서도 마음이 아프다.

 

아홉 번의 생은 아홉 번까지 다시 살 수 있는 고양이의 전 생을 보여주며 몇 생을 거듭해 진정한 사랑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원의 소녀 영원을 증명해 보이겠다던 연인 정민이 떠난 후 남겨진 수정이 영원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벌이는 죽음의 사투를 그렸다.

 

이 세계의 개발자에서는 과로사한 뒤, 귀신의 몸으로 일어난 게임 개발자 예은이 개발자의 시선, 즉 창조주의 시선으로 왜 이렇게 되었을까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

 

여기 실린 여섯 편의 소설은 서로 스쳐 지나는 찰나의 만남으로 얽힌 인물들이 자신의 죽음을 목도하며 비로소 진정한 무 세계에 이르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담고 있다.

 

한 생 한 생, 소중하지 않은 인생이 없듯, 그 죽음들 하나하나가 애틋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죽음의 순간이 전하는 애통함을 작가는 지독하고 세밀하게 묘사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묵직한 문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생기 어리고 리듬감마저 띠고 있어 그 울림은 상당하다. 그리하여 독자들이 이유리 소설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이유를 다시금 알게 한다.

 

즐거울 일도 슬플 일도 없는, 오직 살아 있기에만 바쁜 나날”(아홉 번의 생)을 살던 주인공들이 갑자기 맞닥뜨린 죽음에서 느끼는 회의와 허망의 끝에서 우리가 다시 희망을 길어 올리게 되는 것은, 이 작품이 생의 끝에서 기어이 사랑하고 사랑받았음을 기억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 인생의 사라짐의 현장에서 펼쳐지는 회한과 그리움, 애틋함의 감정을 추스르며 우리는 이유리식 존재론적 성찰을 읽는다. 영원하지도 온전하지도 못한 생의 뒤안길을 사색하며 이유리 소설만의 다채로운 가능성들을 함께하길 기대한다.

 

 

작기 이유리 소개

 

2020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빨간 열매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 『모든 것들의 세계 등을 펴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