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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305)] 목소리들

[책을 읽읍시다 (2305)] 목소리들

이승우 저 | 문학과지성사 | 240 | 16,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81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지난 42년간 한국 문단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작가 이승우의 열두번째 소설집 목소리들.

 

인간의 불안과 욕망의 기저, 죄의식 및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 등은 이승우 작품의 주요 화두였다.

 

이렇듯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관념적 성찰의 형식으로 탐문해”(황순원문학상 심사평)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화자들의 어두운 내면의 근원이자 가족을 상징하는 을 다양한 관점에서 섬세한 언어로 쌓아 올렸다.

 

여덟 편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가족을 잃거나 관계에 균열이 생겨 갈등과 위기를 겪으며 삶의 방향을 점점 잃어간다.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을 배회하며 버티다가 끝내 다시 집을 떠올리는 저마다의 목소리들이 마치 건축물처럼 설계된 각각의 작품에는 부조리한 현실, 안식처를 잃은 자들의 행로, 관계에 대한 사유 들이 담겨 있다.

 

결국 처음 시작된 곳,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들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전작들이 보여준 문제의식을 껴안으면서 그 너머의 방향성을 넌지시 보인 소설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여덟 편의 작품 속 화자들의 목소리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소화전의 밸브를 돌리자 물이 쏟아졌다에서는 부조리한 세태에 대항하는 과감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배낭의 아가리 밖으로 길쭉한 장대가 하나 삐져나온 것처럼 도로 위에 불쑥 나타난 깡마른 여자가 청소를 한다. 소화전의 밸브를 돌려 길들일 수 없는 짐승처럼 요란하게 날뛰는 물줄기를 양동이에 받아 중앙 차선에 뿌리고 청소용 솔로 문지르는 것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도착하고 그들은 그녀가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여자를 강제로 연행하려 한다. “경찰들이 그녀를 경찰차의 뒷좌석에 억지로 태우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몸은 휴지처럼 마구 구겨졌다 펴진다. 그때 한 남성이 나타난다.

 

경찰도 얼어붙게 만들 만큼 초월적 존재처럼 보이는 남성이 그녀를 대변한다. 남성은 어떤 행동도 보여주지 않고 그저 말만으로 경찰과 행인들을 압도한다.

 

전화를 받(지 않)았어야 했다 속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주인공의 내면에 강렬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의 곁에는 퇴근 후 안식처와 같은 거기에 함께 가 술잔을 기울이는 직장 동료 형배가 있다. 어느 날 형배가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다.

 

거래처에서 갑질 및 성추행을 했다는 소문이 돌더니 곧 사내 징계위원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 역시 그와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함께 소환된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날 밤 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괴로워하던 형배는 세상을 떠나고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어느 날, 휴대폰에서 형배의 목소리가 들린다. “형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집은 가족 구성원이 사는 보금자리이자 삶을 유지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이렇게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이 제 기능을 상실했을 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할까. 이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실험적 시선이 목소리들 안에 녹아 있다.

 

 

작가 이승우 소개

 

1959년 전남 장흥군 관산읍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을 중퇴하였다. 1981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1991 세상 밖으로로 제15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1993생의 이면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고, 2002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로 제15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하여 형이상학적 탐구의 길을 걸어왔다. 2007 전기수 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2010 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오영수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생의 이면, 미궁에 대한 추측 등이 유럽과 미국에 번역, 소개된 바 있고, 특히 그의 작품은 프랑스 문단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2009년에는 장편 식물들의 사생활이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폴리오 시리즈 목록에 오르기도 했는데, 폴리오 시리즈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고본으로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해 펴내고 있으며, 한국 소설로는 최초로 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소설집으로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일식에 대하여, 미궁에 대한 추측, 목련공원,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심인 광고, 신중한 사람 등이 있고,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그곳이 어디든, 캉탕 등이 있다. 이 외에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살다, 소설가의 귓속말 등의 산문집이 있다.

 

생의 이면, 미궁에 대한 추측 등이 유럽과 미국에 번역, 소개되었고 특히 프랑스 문단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2009년에는 장편 식물들의 사생활이 한국 소설 최초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폴리오 시리즈 목록에 오르는 등, 다수의 작품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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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