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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311)] 정신머리

[책을 읽읍시다 (2311)] 정신머리

박참새 저 | 민음사 | 240 | 12,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박참새 시인의 정신머리. 그 어느 때보다 상당한 수준에 오른 작품이 많았다고 평가한 올해 김수영 문학상 투고작 가운데서도 박참새의 정신머리는 활화산처럼 들끓는 에너지로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풍부한 문학적 레퍼런스를 토대로 한 과감한 발상과 파격적인 형식들, 다채로운 화자가 빚어내는 매력은 압도적인 장점이었지만, 심사위원들이 이 작품을 지지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그 너머에 있었다. 바로 우회나 주저함 없이 끝까지 시적 주제를 파고드는 정통적인 힘, 낱낱의 파격을 강하게 붙들어 중심을 잡는 고유한 자신만의 시론이었다.

 

박참새의 화자는 부모, 선생님, 의사, 신부님을 수시로 마주한다. 역사상 단 한 번도 디펜딩 챔피언 자리를 빼앗겨 본 적 없는 이들은 하나 같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화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박참새의 화자는 마음을 절박하게 고백하고 호소하며 어딜 가야 사랑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다가도, 한순간 차갑게 돌변해 선생님도 모르겠죠/ 표정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창작 수업)라고 비아냥거리며 공격한다.

 

깊은 사랑과 끈질긴 집착을 넘나들며 박참새의 화자가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디펜딩 챔피언들이 감춘 진실이다. 이들의 말은 텅 비었다. 이들의 언어는 진리를 덮기 위한 진리”(청강)로 남은 지 오래되어 이제 아무도 보지 않는 표지판 같다.

 

그러나 박참새는 그 표지판 앞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알 수 없는 악취”(커피하우스 가는 길)를 따라 근원을 찾는다. 죽어 버린 말들을 제 것으로 삼아 시를 쓴다. 강의실에서 배운 금칙 같은 것들”(창작 수업)은 폐기하기로 한다. “감상이 지나치고 질척대는 구린 말을 그냥 쓴다. ‘구린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 텅 빈 언어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도 못하고 새로운 의미 부여도 하지 못하는 채로 쓰기만 하는 일종의 관성이자 회피이므로.

 

박참새 시인은 과거의 유산을 이어받는 상속자이자 그에 맞서는 챌린저로서 우리 앞에 선다. 누가 시를 왜 쓰냐고 물어보면 내 깡패 되려고 그렇소.”라고 답하겠다는 박참새 시인의 수상 소감처럼, 시인은 유산을 상속받는 동시에 그에 들러붙은 규칙과 규율을 모조리 폐기하고 오롯이 제 것으로 삼는다. 있던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 지어 올린 다음 다시 무너뜨리며 이 상속과 폐기를 영원히 반복한다.

 

이를 통해 박참새 시인은 과거를 답습하는 대신 오류를 남발하는 방식으로, 과거와 화해하는 대신 영원히 들러붙어 싸우는 방식으로 과거를, 우리가 사랑하는 죽은 것들을 되살려낸다. 수많은 사람들, 책들, 한때 믿음으로 충만했으나 텅 비어 버린 기도들을.

 

 

작가 박참새 소개

 

199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건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42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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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