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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319)] 매우 불편한 관계

[책을 읽읍시다 (2319)] 매우 불편한 관계

황혜련 저 | 도서출판도화 | 190 |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소설은 사랑 얘기이다. 동시에 한계 상황에 지배받는 인간의 얘기이다.

 

작은 바닷가 소읍에서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던 헌수(다두 신부)와 윤오는 성년이 되어 인근의 소도시에서 재회한다. 한 사람은 신부(神父)로 또 한 사람은 교사(敎師)가 되어 만났지만 자라온 환경과 기질이 달랐던 탓에 처음엔 친해지지 못하고 겉돈다. 그러다가 송헌수 신부가 음악교사인 함윤오에게 성가대 지휘를 부탁하는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렇게 1년여를 지낸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송헌수 신부가 새벽 미사를 펑크 내고 잠적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일은 미궁에 빠진 채 새 신부를 맞으며 종결되지만 윤오에겐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는다. 빈농의 가정에서 무식하고 괴팍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헌수는 일찌감치 신부가 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신부로의 길은 잠시 주춤하나 아버지의 죽음으로 헌수는 사제가 된다.

 

그러나 사제가 되고나서 치러야 할 고통은 더 컸다. 사제가 되면 인간적인 고역에서 놓여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정체된 삶과 금기된 생활 속에서 사제의 본분만을 강요할 뿐 헌수가 추구하던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서 차라리 인간 속에 풍덩 빠져버림으로써 초월에 이르고자 하나 번번이 인간적인 면에 지배만 받을 뿐 이를 뛰어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다. 그럴 때마다 신에게 의탁해보지만 하느님 역시 그 해답을 쉽게 주지 않는다.

 

신과 인간, 성과 속, 초월과 욕망이라는 대립항 속에서 세속의 무게를 뛰어넘고자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노력이 사랑을 통해 어떤 식으로 굴절되어 나타나 성취 혹은 좌절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시도는 송헌수 다두 신부(神父)를 통해 탐색되어지는데, 사제가 있어야 할 자리는 인간의 오욕칠정에 지배받지 않는 인간 밖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인간적인 고뇌가 더 클 것이라는 생각에서 착안되었다.

 

인간과 신의 중간자적 입지에서 오는 정체성의 모호함, 그 안에서 치러야 했던 자기와의 싸움은 예상외로 컸으며 뛰어넘어야 할 벽 또한 높았다.

 

그 구도자적 삶의 여정에 고향 친구인 윤오와 성당 신자인 보나가 함께 하는데, 우정으로 시작되었던 헌수와 윤오와 보나의 삼각 구도는 그 위에 사랑이라는 옷을 한 겹 더 껴입음으로써 미묘한 관계로 얽힌다.

 

양보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 같던 그들의 사랑은 정당하지 못한 사랑이라는 데서 오는 죄책감, 틀을 지키려는 자아, 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쉽사리 겉으로 표현되지 못하고 혼자만의 내분 속에서만 끝없이 소용돌이치다가 끝내는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이 소설은 인간이면서 인간 밖에 서 있어야 하는, 그러나 결국은 인간일 수밖에 없었던 한 슬픈 상()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 황혜련 소개

 

강릉 출생. 숙명여대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2011년 진주가을문예에 우리 염소, 2014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깊은 숨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 시작. 2013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2016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소설집 불면 클리닉, 장편소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니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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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