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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323)] 듣는 사람

[책을 읽읍시다 (2323)] 듣는 사람

박연준 저 | 난다 | 260쪽 | 18,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독서가 타인의 말을 공들여 듣는 행위라 한다면, 언제까지나 공들여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박연준 시인. 『듣는 사람』에서 박연준 시인은 그간 자신이 귀 기울였던 서른아홉 권의 책을 소개한다.

 

어떤 책이 고전이 되는 것일까? 물론 사람들이 그것을 ‘고전’이라 부르기로 결정했을 때 그것은 고전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오랜 세월 읽혀야 한다. 다시, 오랜 세월 읽히기 위해선 여러 세대에 걸친 독자들의 감상과 해석에도 변함없는 생명력으로 퍼덕여야 한다.

 

수많은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그 매력에 질리지도 않고 빠져드는 책, 그런 책이 고전이라면 우리라고 별수 있을까? 도리어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그렇게 계속 빠져들지 않을지, 다른 책에 한눈팔 기회도 주지 않고 우리를 유혹하진 않을지 걱정해야 하진 않을까? 그 매력에 빠진 한 사람으로서 박연준 시인이 자신의 고전 서른아홉 권을 소개한다.

 

고전 읽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박연준 시인은 머리말에서 자신이 겪은 한 일화를 소개한다. 도로의 출구를 잘못 든 시인은 급하게 차선을 변경한다. 비상등으로 사과의 뜻을 전했음에도 뒤차는 클랙슨을 울리더니 신호 대기 때는 기어이 창문을 내리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봐요! 길을 잘못 들었으면 그냥 잘못 가세요! 위험하니까 계속 잘못 가시라고요!”

 

화두처럼 다가온 말에 시인은 깨닫는다. 이미 잘못 든 길을 무리해서 빠져나오려고 할 때 사고가 나는 거구나, 어차피 잘못 드는 것이 길이라면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구나. 그러곤 고전 읽기도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다 잘못 든 길을 온 마음을 다해 그 끝까지 걸어간 이들이 남긴 기록으로서 고전. 사람들을 매혹하는 고전의 매력이 바로 여기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어떤 삶도 완벽할 순 없으니 그 누구도 온전히 지혜로울 순 없으니, 최선은 피할 수 없는 좌충우돌을 겁내지 않는 것, 그리고 최대한 즐기는 것, 이를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은 말하고 있다.

 

박연준 시인이 한데 그러모은 서른아홉 권의 고전은 거창한 이념을 담고 있지도, 위대한 인물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다만 서른아홉 개의 서로 다른 삶, 어쩌면 평범할 수도, 어쩌면 어리석을 수도 있으나 바로 그렇기에 무척이나 빛났던 삶을 담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한때 “요절이 근사해 보였던” 시인은 “누구라도 인생을 끝까지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 귀하다는 것”을 고전을 읽으며 이해한다.

 

 

작가 박연준 소개

 

파주에 살며 시와 산문을 쓴다. 시, 사랑, 발레, 건강한 ‘여자 어른’이 되는 일에 관심이 많다. 2019년 5월 『아무튼, 비건』을 읽은 후 비건을 지향하는 인간이 되었다. 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한다. 사랑하면 믿는다. 분방하고 충동적이지만 (이상하게도) 수련과 수양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무지몽매해서 늘 실연에 실패한다. 무언가를 사랑해서 까맣게 타는 것이 좋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덕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 「얼음을 주세요」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과 산문집 『소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내 아침인사 대신 읽어보오』,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동화 『정말인데 모른대요』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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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