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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33)] 브루노 슐츠 작품집



브루노 슐츠 작품집

저자
브루노 슐츠 지음
출판사
을유문화사 | 2013-03-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신화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몽환의 세계!폴란드 국민에게 가장 ...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233)] 브루노 슐츠 작품집

브루노 슐츠 저 | 정보라 역 | 을유문화사 | 444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폴란드의 카프카로 불리며, 폴란드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지만 재능을 더 꽃피우지 못하고 나치에 의해 총살된 그의 작품은 1934년에 출간한 단편집과 그 이후 여러 잡지에 소개된 중·단편을 모아 출간한 작품집이 전부이다. 그리고 그가 죽은 지 70년이 지난 지금 그 두 권의 작품집을 모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다. 읽을수록 빠져드는 그의 작품이 이것뿐이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매력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시작 부분이 낯설고 기괴한 느낌을 줘서 긴장감을 갖고 읽게 되는데,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며, 끝은 늘 나쁘지 않게 끝난다(당시 종교계의 반발을 사지 않을 수준의). 괴팍하거나 험상궂은 첫인상의 사람이 굉장히 재밌고 엉뚱하며 따뜻하고 진지한 느낌까지 줘 썩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의 기분이랄까, 이 책은 그런 느낌을 준다. 처음 시작은 뭔가 쉽지 않을 것 같고 어두운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생뚱맞게 분위기를 전환하고, 이야기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으로 흐르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새 이야기 속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1934년 출간한 단편집 『계피색 가게들』은 소년의 1인칭 시점으로 풀어 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주를 이루는 몽환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게 전개되는 상상력의 나래들로 이루어진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집이다. 『모래시계 요양원』은 마음에 둔 소녀가 나폴레옹 왕가의 숨겨 놓은 딸일 거라고 생각하는 소년의 이야기. 미소를 머금게 하는 어느 연금 생활자의 이야기 등 작품의 소재가 더 넓어지며 작품 길이도 단편만이 아닌, 중편이 섞여 있고 작가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좀 더 많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이야기를 묶어 놓았다 해도 이 작품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라는 끈으로 묶여 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매력과 흥미와 재미를 더해 준다.

 

늦둥이로 태어난 슐츠는 병약했는데, 그의 아버지도 그다지 건강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20대 초반인 1915년에 돌아가셨다. 그 죽음은 슐츠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는다. 그리고 이후 여러 작품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대단히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게 된다.

 

슐츠의 아버지는 새, 바퀴벌레, 파리, 벽, 게 등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런 변신은 작품에 독특한 색과 재미를 주는데, 사실 그 변신은 아버지의 죽음을 부정하고 아버지의 재등장을 설명하는 기제이며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희망이다. 이런 희망은「모래시계 요양원」에서는 아예 시간을 되돌려 아버지를 살려 내려고 한다.

 

그 외에 신화나 미로 같은 요소들이 그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요소들은 슐츠의 상상력과 결합해, 독특하고 기발한 이야기에 목말라하는 독자에게 기쁨을 안겨 줄 '상상력이 뻗어 나가며 만들어 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이야기'가 된다.

 

 

작가 브루노 슐츠 소개

 

1892년 폴란드 드로호비츠의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난 슐츠는 어린 시절부터 병약했다. 그래서 뛰어난 학업 성적으로 졸업한 후 공과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학업을 미루어야 했다. 1913년 간신히 건강을 회복하여 대학에 입학했으나 얼마 후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고, 슐츠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대피했다. 그곳에서 그는 약 1년간 머무르며 원하던 건축 공부를 하고 미술 대학에서도 수강했지만 정식으로 학업을 마치지는 못했다.

 

1915년에 슐츠 가족은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다. 슐츠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커다란 상처로 남았고, 이후 여러 소설 작품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대단히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게 된다. 이 시기에 슐츠는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미술적 재능을 활용했지만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슐츠는 서른 살에 접어들던 무렵, 첫 미술 작품집인 『우상 숭배의 책』 작업에 몰두한다. 이 작품집은 발표 당시 폴란드 미술계에서 어느 정도 주목을 받았으며, 덕분에 1924년부터 고향의 김나지움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대학에서 정식 졸업장을 받은 적이 없어서 오랫동안 임시직 교사로 지내야 했다. 교직에 몸담으며 화가로서도 꾸준히 정진한 슐츠는 1931년에는 크라쿠프의 예술 애호 협회에서 주관하는 전시회에 참여했는데, 이를 계기로 폴란드 문학 예술계의 여러 유명 인사들과 친교를 맺게 된다.

 

그리고 이때 알게 된 스테판 슈만이 바르샤바 문학계에 슐츠의 원고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1934년에 첫 단편집 『계피색 가게들』이 출간되었다. 이후 문단의 주목을 받아 여러 잡지에 중·단편 작품들을 게재했다. 1934년부터 1936년 사이에 발표된 중·단편들을 모아 1937년에 ‘모래시계 요양원’이라는 제목의 작품집으로 출간한다. 그리고 정식으로 교사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후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과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 등 여러 외국 작품들을 폴란드어로 번역했고, 인정받는 작가의 지위에 올랐다. 그리고 1937년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인 폴란드 문학 아카데미의 황금 아카데미 훈장을 수상했다. 1939년에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슐츠의 고향은 처음에는 독일군에 점령되었다가 곧이어 소련군의 점령지가 되었다.

 

슐츠는 계속 교사로 재직할 수 있었으나 예술 활동을 지속할 길은 전부 막혔다. 그러다가 1941년에 다시 나치에 점령당한 드로호비츠에 유대인 구역인 게토가 설정되었고 슐츠의 가족도 이곳에 강제 수용되었다. 그곳에서 탈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슐츠는 1942년 11월 19일 거리에서 게슈타포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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