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32)] 워키토키 유럽 : 네 남자, 유럽인들과의 대화여행
최규동, 추광재 ,황경태, 홍윤선 공저 | 이담북스 | 356쪽 | 18,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진정한 영성이란 무엇일까? 중세의 영성도사들처럼 기도수행을 하면서 신과의 깊은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그렇지만 그들은 중세교회의 심각한 타락을 막지도 개혁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당시 교회 공동체에 대한 불타는 열정을 95개조로 압축해서 교회 문에 못박은 루터, 하나님의 통치가 삶의 전영역을 포괄하고도 남는다는 확신 속에 신정정치(神政政治)까지도 주저하지 않았던 칼빈의 영성이 진짜가 아닐까?
변호사와 농부, CEO와 사회학도. 각자의 전문영역을 가지고 있는 네 남자는 기독교 후시대(Post christian era) 서유럽의 교회공동체들 가운데에도 루터와 칼빈의 정신과 삶의 실제를 든든히 이어가고 있는 공동체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다.
네 남자가 말하는 여행이란 무릇 그곳의 사람들과 걷고 이야기하며 함께 부대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진짜배기 여행법이다. 현지인들을 무작정 찾아가 그들에게 말을 걸어보는 여행이라 하여 일명 ‘워키토키 여행’. 이들의 발칙하고 기발한 유럽여행을 따라가 보자.
네 남자의 시선, 유럽을 꿰뚫다
이 책은 총 네 가지의 스토리로 구성됐다. 먼저 자전거 두 바퀴에 의지해 독일 곳곳을 돌며 그 나라 사람들의 역사와 고통, 그리고 환희에 귀 기울인 사회학도의 이야기가 서두를 장식한다. 열정에 가득 차 자전거 여행의 첫 페달을 내디딘 기쁨도 잠시,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독일의 한적한 마을 농가에 신세를 지게 된다. 그는 이 일을 통해 이 여행의 진정한 묘미를 깨닫는 소중한 경험을 시작한다.
두 번째 스토리는 CEO가 바라본 유럽이다. 그는 농가에 머물며 주인 할머니에게 들은 교회 이야기를 시작으로 유럽 내에서의 공동체 영성을 조명한다. 역동적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어느새 예스런 건물만 자리를 지키고 선 모습이 ‘기독교 후시대’의 전형적 모습이라 여겨진다. 역동적이어야 할 교회가 이렇듯 껍데기만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 기독교의 역사는 지금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그렇다면 한국의 기독교는 어떨까? 그가 던지는 질문은 날카롭게 세상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생명력 넘치는 종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세 번째 스토리는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영국의 흥미진진한 문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유명한 피시앤드칩스의 유래에서부터 홍차에 엮인 국제적 사건사고까지 다양한 음식문화와 함께, 집을 구하면서 터득하게 되는 영국의 주거문화와 그들만의 국민성까지, 몸소 겪은 체험담이 우리나라와 대비되어 흥미롭게 다가온다.
또 영국교회의 무너진 일면을 보고 난 뒤의 깊은 탄식과 개발도상국의 국민들이 가진 기복주의 신앙에 대한 날이 선 비판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무엇보다 일명 ‘피의 메리’로 불리는 영국여왕과 정면으로 대치했던 존 녹스(John Knox)의 당당함은 21세기 삶의 현장 속에 뛰어 들어가는 젊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 크다.
‘농부 홍씨의 서유견문록’이라는 제목이 붙은 마지막 스토리는 유럽의 ‘땅’을 바라보는 한국인 농부의 시선을 좇는다. 그가 제시하는 유럽과 이스라엘 농업에서 배워야할 점과 공동체적 관점에서 한국농업이 가야할 길도 새롭지만, 유럽교회에 대한 날이 선 비판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작가 소개
홍윤선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경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별생각 없이 서울대학교 농업교육과에 입학하여 특별한 일 없이 졸업, 무난하게 CJ에 입사하였다. 그렇게 지내던 2006년 어느 날 ‘그래, 바로 이거야!’ 하며 섬광처럼 떠오른 비전 때문에 죽음처럼 안정적인 대기업에서의 삶을 결연히 접어버리고 농업현실에 뛰어들기로 작정했다. 마흔의 나이로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당당히 대학원을 마치고, 네덜란드로 유학 시도, 그러나 고배를 마신다. 포기할까 보냐! 다시 툭 털고 일어나 원서를 들고 네덜란드와 이스라엘로 날아간다. 현재 농업공동체 ‘두레’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최규동
서울의 동쪽 끝에서 고인 물처럼 조용히 살았다.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냥 공대생이 되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면서 환골탈태, 역동적인 삶 속으로 뛰어든다.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 가운데, 동아시아공동체를 목표로 전공을 바꾸어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한다. 지금은 대화와 토론을 위한 문화기업 ‘책 읽어주는 사람들’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또 주말에는 독서토론학교인 ‘D-school’에서 토론을 가르치며 청소년들을 동아시아 시대를 짊어질 일꾼으로 키우고 있다.
추광재
뼛속까지 부산사나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박사까지 되었다. 본격적으로 경쟁사회에 진입, 벤처기업 ‘위즈네트’의 창업멤버가 되었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연구소장까지 역임했으나, 돈과 명예가 유일한 목표가 되어 있는 삶에 염증을 느끼고, 정든 회사를 떠난다. 신뢰를 만드는 회사를 세우기로 작정하고, 지금은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IT기업 ‘HUMBLE’의 CTO로 일하고 있다. 동시에 주말에는 ‘세깜씨(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CEO들의 모임)’에서 고등학생들을 직접 만나 미래의 CEO들을 발굴하고 있다.
황경태
전북 전주에서 자랐다. 전주영생고등학교 재학시절 일본군 위안부, 친일 청산과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민과 함께 법조인의 길을 꿈꾸었다. 이후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 2008년 사법시합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러나 연수원 시절 서울동부지방법원 조정위원으로, 또 KOTRA LONDON의 조사관으로 일하면서, 처음의 단순하고 순진했던 생각과는 달리 법 자체에는 정답이 없음을 깨닫는다. 장차 법을 만들어내는 역사와 철학, 그리고 종교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본격적으로 동아시아 시대에 대비하고자 한다.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같은 꿈을 꾸는 동료를 만나고 싶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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