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397)] 가장 파란 눈
토니 모리슨 저/정소영 역 | 문학동네 | 272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흑인 여성 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첫 소설이 『가장 파란 눈』. 흑인, 그것도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은 당시로서 상당히 드문 편이었다. 인종·성별·연령으로 인해 삼중의 차별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은 것이다.
『가장 파란 눈』의 출간 연도는 1970년이지만 모리슨이 이 소설의 토대가 되는 짧은 이야기를 쓴 것은 1962년의 일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직접 이야기를 써보라는 권유를 받은 그는 어릴 적 친구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파란 눈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썼다. 이 소설이 집필된 1960년대는 격변의 시대였다.
작가 제임스 볼드윈이 활발히 활동했던 때였고,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을 한 해가 1963년, 암살당한 해가 1968년이었다. 흑인들의 대중 운동도 기세를 얻었다.
흑인 문학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전까지는 노예제의 참상과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저항문학이 지배적이었으며 흑인과 백인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백인은 억압하고 흑인은 억압받는다는 단순한 구도만으로는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어졌고, 점차 작가들은 흑인과 흑인의 관계, 인종차별이 흑인 사회 내부에서 발현되는 방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토니 모리슨이 있었다.
1941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 호기심 많고 활달한 아홉 살 소녀 클로디아 맥티어는 부모님 그리고 언니 프리다와 함께 살고 있다. 맥티어 가족은 페콜라라는 이웃 소녀를 맡게 되는데, 폭력적인 페콜라의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갈 곳 없이 나앉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비슷한 페콜라와 프리다는 아역배우 셜리 템플에 열광하지만 클로디아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페콜라의 아버지 촐리는 태어난 지 나흘 만에 친모에게 버림받았고, 친부도 누구인지 모른 채 자랐다. 게다가 성행위를 하던 중 백인들에게 모욕당한 경험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아내 폴린을 만나 결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잠시 안정된 생활을 하는가 싶었지만 비참한 현실은 가족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간다. 한편 백인에게 고용되어 가정부로 일하는 폴린은 집과 정원을 깔끔하게 꾸미는 일에 집착하며, 자기 자식보다도 고용주의 아이를 더 다정하게 대한다.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페콜라는 자신이 아름다워지면, 파란 눈을 가지면 현실이 뒤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근방에서 주술사 같은 존재로 통하는 소프헤드 처치를 찾아가 파란 눈을 갖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소원이 이뤄졌다고 믿은 페콜라는 결국 정신이 이상해지고,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서 버림받은 존재가 되고 만다.
이토록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함과 대비되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때로는 순진한 어린아이의 말을 듣는 것 같고, 때로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누군가의 넋두리를 듣는 것 같은 솔직하고 친근감 있는 문장은 비극적 서사를 고조시키며 독자의 눈과 마음을 붙든다.
토니 모리슨은 데뷔작 『가장 파란 눈』부터 『솔로몬의 노래』 『빌러비드』 등 일관되게 흑인의 기억과 경험,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 흑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서문에서 “페콜라의 삶이 비록 남다르지만 그 취약성의 몇몇 면모는 모든 여자아이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고 밝힌다.
모리슨의 작품이 사랑받는 또다른 이유는 ‘희망’일 것이다. 그는 동이 트기 전 글쓰기를 시작하는 습관으로 유명하다. 이것은 사실 절실한 필요에 의해 생긴 습관으로,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어머니이자 출판사 편집자였던 그는 육아와 업무, 글쓰기를 병행해야 했다. 출근 전 혹은 퇴근 후, 아이들이 잠들어 있을 때 글 쓰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한 그는 밤보다 아침을 택했다. 아직 어둑할 때 일어나 동이 터오는 동안 쓴 글들은 어두운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항상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했던 토니 모리슨 그 자체였다.
작가 토니 모리슨 소개
1931년 미국 오하이오 주의 작은 마을인 로레인에서 태어난 토니 모리슨은 미국 북부에서 자랐지만 유전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남부적 전통을 지난 가계의 후손이다. 아버지는 백인을 증오하는 조선소 용접공이었고 어머니는 인종 차별과 그 역차별까지 반대하는 사람이었다. 토니 모리슨은 인종 차별은 물론이고 미국 사회의 다양하고 극심한 차별이 없어지는 날이 올 거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컸다. 교육적이고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라던 어린 모리슨은 인디언 태생의 발레리나 마리아 톨치프를 우상으로 여겼다. 1953년 흑인을 위해 설립된 하워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1955년 코넬 대학교에서 문학석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가장 푸른 눈』, 『소중한 사람들(빌러브드)』, 『술라』, 『재즈』, 『솔로몬의 노래』, 『네모 상자 속의 아이들』, 『파라다이스』, 『얄미운 사람들에 관한 책』, 『누가 승자일까요?』, 『타르 베이비』, 『A Mercy』,『빌러비드』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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