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408)] 꽃피는 노트르담
장 주네 저 | 성귀수 역 | 문학동네 | 360쪽 | 17,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43년에 나온 주네의 첫 장편소설 『꽃피는 노트르담』은 작가가 1942년 서른둘의 나이에 프렌교도소 수감 당시 쓴 작품이다. 이 소설이 자국을 비롯해 각국에 소개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51년 영미에 소개할 때만 해도 작가가 일부 내용을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했으며, 1960년 독일 출간 당시에는 곧바로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되어 2년이 지나서야 무죄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이 소설을 처음 읽고 문단에 소개한 장 콕토는 기존의 프랑스 문학장을 깨부수며 새로운 서정을 선언하는 ‘폭탄’과도 같은 주네의 이 책을 “이 시대의 위대한 사건”이라고 하면서, 자신을 “격분시키고 질색하게 하며 놀라게” 한다며 감탄했을 뿐만 아니라 “여기 우리 앞에 외로움과 어두운 별의 반짝임이 있다”고 칭송했다.
또한 사르트르는 미국 방문 당시 한 인터뷰에서 “오늘날 프랑스에서 유일한 천재 작가가 있다면, 바로 장 주네입니다”라고 주저 없이 그를 추천했다.
주네는 이 소설을 죄수가 되어 갇힌 채 감옥에 비치된 누런 종이에 혼자만의 즐거운 ‘소일거리’로서 써내려갔다. 수감생활에서 무한정 뻗어나간 자신의 환상세계에서, 그는 무한과 교류하는 내적 삶의 진실한 자유를 구현하려 한 것. 프렌교도소 429호에 수감된 ‘나’는 언제 세상에 나갈지 모른 채 신문에서 오려낸 범죄자들(“무시무시한 영혼이 빙의하도록 선택된 몸뚱어리들”)의 사진으로 벽을 장식해놓고는, 밤이면 어두운 구렁을 빠져나온 분신 같은 그들을 통해 다른 삶을 꿈꾼다.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의 불안과 고독이 피워낸 관능적인 상상세계에서는,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추방당한 죄수들이 활달한 젊은이로 선악의 제도 없이 활보하는 해방된 거리에서는,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사랑’의 신성함만이 함께한다.
소설 속 화자 ‘나’는 디빈(‘신성’이라는 의미가 깃든 이름)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이 뒤섞인 트랜스젠더이자 파리 밑바닥의 유명한 매춘부 디빈을 따라가는 여정 속에서, 독자는 그(녀)의 삶과 그의 포주이자 연인 미뇽, 게이-트랜스 친구들, 디빈의 유년기와 삶 속에 들어온 연인들, ‘꽃피는 노트르담’이라는 디빈의 연적이자 젊은 살인자를 만난다.
결국 디빈을 통해 차려진 이 몽상의 제단은 감금당한 죄수의 판결이 행해지는 법정의 엄연한 현실로 돌아오고, 그들의 존재를 비추던 자유의 별칭은 재판장에서 실명으로 호명당하며 (서두에서 죽은 디빈의 장례식에서 모두 모인 그들 역시) 차례차례 심판대의 이슬로 화한다. 전위적인 이 작품은 오늘날 세계문학의 필독서이자 퀴어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작가 장 주네 소개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된 자들 편에서 시대의 금기에 맞서온 작가이자, 20세기 부조리극의 끝판을 보여준 일명 ‘도둑 작가’이자 ‘악의 성자, 성聖 주네’. 1910년 파리에서 혼외자로 태어나 빈민구제국에 맡겨진다. 10세 때 처음 절도죄를 범하고 감화원에 수감됐다 풀려난다. 인쇄술 전문직업학교에 입학하나 적응하지 못하고 탈출한 뒤, 절도와 부랑 등을 일삼다 16세 때 다시 감화원에 수감된다.
19세에 교도소를 탈출, 프랑스 식민지 군부대에 지원해 모로코와 알제리에서 복무한다. 26세에 탈영해 매춘과 도둑질로 생활하다, 32세에 고서 희귀본 절도로 8개월 형을 선고받아 프렌교도소에 갇힌다. 이때 첫 시 「사형수」와 첫 소설 『꽃피는 노트르담』을 집필한다. 평생 27번의 유죄판결 끝에 결국 종신형 위기에 처해지나, 콕토, 사르트르, 피카소 등 프랑스 문화예술인들의 탄원으로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아 30대 후반에야 기나긴 범죄 이력을 끝맺는다.
소설 『장미의 기적』 『도둑 일기』 『브레스트 싸움』 등과 희곡 『엄중한 감시』 『하녀들』 『발코니』 『흑인들』 『병풍들』 등을 발표했으며, 수십 편의 시와 시나리오를 썼다.
말년에는 사회운동가로서, 미국의 쿠바 개입과 베트남전쟁, 남아공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했고, 68혁명에 가담했으며,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도 앞장섰다. 1986년 유작 『사랑에 빠진 포로』 교정작업 도중 파리의 작은 호텔에서 생을 마쳐 모로코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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