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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407)]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책을 읽읍시다 (2407)]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이꽃님 저 | 문학동네 | 228|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이꽃님의 장편소설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쉽게 말해지지 않는 것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주목을 받는 이꽃님 작가가 내가 쓴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이 소설은, 가족에 관한 아픔이 있는 두 아이가 여름날 서로를 우연히 발견하고, 굳게 닫았던 마음을 조금씩 열어 가며 이후의 삶으로 함께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한없이 뜨거운 여름날,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것이 시작이었다.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고 이상하게 자꾸 걱정되는 그 아이. 하지오에게는 유찬이, 유찬에게는 하지오가 그 아이로 명명되며 마음 한편에 단단히 자리 잡는다. 그 아이의 아픔을 알아보면서, 난생처음 지켜 주고 싶다는 마음이 싹트면서, 두 아이는 그동안 알려 하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에 처음으로 직면한다. 알게 모르게 두 아이의 아픔을 지켜봐 온 동네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깨닫게 된 사실은,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잃기도 한다는 것.

 

그럼에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것. 그 선택으로 인해 아픔을 겪더라도 증오나 냉소가 아닌 다른 태도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 그랬을 때 내 세상이 정말로 변하기 시작한다는 것. 하지오와 유찬은 자신의 삶과 화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한 조각을 품고, 뜨겁고 고통스럽기만 할 것이라 예상했던 이번 여름을 마침내 가장 찬란하고 벅찬 둘의 여름으로 빚어낸다.

 

이야기는 경상북도 정주군 번영읍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두 아이의 시선에서 번갈아 가며 서술된다. 남들과 조금 다른 아이, 유찬은 이유 모를 화재 사건으로 하루아침 부모님을 잃고, 장례식장에서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그날 이후, 듣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에 시달려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공부에만 몰입한다.

 

그런데 우연히 같은 동네로 전학 온 하지오와 가까이 있기만 하면 고요가 찾아오는 경험을 한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자 작은 희망이었다. 끔찍한 소음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는 기대로 하지오를 찾지만 갈수록 그 이유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속마음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하지오를 보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한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 보는 다채로운 감정이 조금은 낯설다.

 

서울에서 번영으로 전학 온 하지오. 평생 엄마와 둘이 살아온 하지오는 엄마를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유도를 시작했을 만큼 엄마를 향한 애정이 각별한 아이지만 엄마의 병환으로 평생 있는지도 몰랐던 아빠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떠밀리듯 아빠가 산다는 번영으로 왔지만, 여덟 시면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외지인의 인사는 잘 받아 주지도 않고, 당근마켓에 올라온 건 경운기와 엔진 분무기뿐인 이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끔찍하다.

 

아빠라는 사람도, 아빠와 함께 사는 아줌마도, 마을 사람들도, 체계라곤 찾아볼 수 없는 유도부도, 기차역에서 마주친 유찬이라는 아이도 불편하기만 하다. 앞길이 캄캄한 와중에 유찬, 이 아이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독심술을 한다고 말하는 이 아이가, 꼭 자신을 살려 달라고 하는 것만 같아서.

 

여름이 좋아지게 만드는 책’ ‘한번 펼치면 마지막까지 몰아치듯 읽게 되는 책’ ‘펑펑 울다가도 미소 짓게 하는 책등 다채로운 수식들과 함께 믿고 보는 이꽃님의 공식을 굳히며,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껴안고도 끝내 한 걸음 내딛는 모든 청춘에게, 순탄치 않은 삶일지라도 싫은 것보다 좋은 것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진심이 곳곳에 묻어난 작품이다.

 

 

작가 이꽃님 소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메두사의 후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소설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죽이고 싶은 아이』 『이름을 훔친 소년』 『B612의 샘(공저) 소녀를 위한 페미니즘(공저), 동화 악당이 사는 집』 『귀신 고민 해결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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