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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44)] 센티멘털리스트



센티멘털리스트

저자
조해나 스킵스루드 지음
출판사
이후 | 2013-05-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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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244)] 센티멘털리스트

조해나 스킵스루드 저 | 배미영 역 | 이후 | 266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조해나 스킵스루드의 데뷔작 『센티멘털리스트』. 스킵스루드는 이 작품으로 스코샤뱅크 길러 상 최연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 위원들은 “죄의식과 책임감, 그리고 가족에 관한 여차하면 터질 듯한 지뢰 같은 소설”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소설은 마치 지뢰처럼 주인공들의 삶 속에 잠복한 베트남 전쟁의 진실로 독자들을 유도한다. 『센티멘털리스트』는 전 세계 다섯 개 언어로 번역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센티멘털리스트』는 피로 연결돼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멀리 떨어진 아버지와 딸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 속 아버지는 그야말로 독특하다. 험프리 보가트 흉내를 내며 영화 <카사블랑카>의 대사를 멋들어지게 읊어 대다가도 쉽게 흥분하며 험한 욕설을 내뱉는다. 명색이 목수인데도 집 한 채, 배 한 척 제대로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술병과 담배를 벗 삼아 떠돌아만 다니다가 말년에는 휘트먼에 버금가는 시를 쓰겠다며 끙끙댄다. 소설은 이런 구제불능의 아버지 나폴리언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딸 ‘나’의 여정을 담았다.

 

‘나’는 아버지를 사로잡아 평생 떠돌게 만든 한 가지 사건에 주목한다. 아버지 인생의 모든 미스터리는 연일 숨 막히는 무더위와 폭격이 계속되던 1967년 베트남 한 귀퉁이에 있었다. 아버지가 감춰 둔 기억을 하나하나 복원해 가던 ‘나’는 결국 가족 모두가 하나의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존의 영미 소설이 가족이라는 주제를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다뤘다면 ‘운명 공동체’로서의 가족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다분히 한국의 정서와 통하며 신선한 울림을 준다.

 

소설은 베트남 꽝찌에서 실제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다. 전쟁이라는 역사적 소재를 아버지의 개인사 안에 녹임으로써 아버지와 딸 사이의 사적인 이야기는 세대 간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카사블랑카’라는 가상의 수몰 지구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진실을 찾는 과정을 그린 『센티멘털리스트』는 결국 아버지의 비극이 아버지만의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들의 비극이라고 말한다. 소설에는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나’는 결혼까지 약속했던 애인의 외도를 목격하고 아버지가 있는 캐나다 카사블랑카로 떠난다. 카사블랑카에는 열두 채의 집이 잠긴 호숫가 옆에서 자신의 과거를 묻은 채 살고 있는 헨리가 있다. 헨리는 나폴리언과 함께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죽은 동료 오언의 아버지다. 카사블랑카에서 ‘나’는 아버지와 함께 머물면서 지난날을 추억한다. ‘나’의 행복했던 유년 시절은 늘 헨리와 아버지와 함께한 여름방학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나’가 느끼는 만족감과 유대감은 마을의 수몰과 오언의 죽음이라는 헨리의 슬픈 기억을 딛고 있었다. 기억의 연속적인 쇼트들로 이루어진 소설은 헨리와 아버지, 그리고 ‘나’ 사이에 어두운 죄의식의 그림자를 던져 놓는다.

 

『센티멘털리스트』는 ‘아버지’라는 이름 뒤에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중첩돼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역사의 복원 가능성을 타진한다. 아버지의 개인사로 보이는 베트남 전쟁 이야기는 소설 끝부분에 가서 아버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참전 군인들의 증언과 기록에 의해 역사 그 자체가 된다. 비극은 더 이상 개인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그 세대와 그 이후 세대, 인류 전체의 비극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아버지의 흐릿한 기억과 엇갈리는 증언 속에 오언의 죽음은 늘 새롭게 재구성된다. 소설은 결국 진실이라는 것이 그처럼 늘 조합하고 수정 가능한 청사진처럼 존재하며, 중요한 것은 오히려 이야기의 ‘가능성’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작가 조해나 스킵스루드 소개

 

1980년에 캐나다 노바스코샤에서 태어나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I Do Not Think that I Could Love a Human Being(2008), Late Nights with Wild Cowboys(2010)가 있으며 각기 대서양 시문학 상과 제럴드 램퍼트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센티멘털리스트』는 스킵스루드가 캐나다 콘코디어 대학교 문예창작과 석사 학위 청구를 위해 제출한 작품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 신예 작가의 소설을 지역의 작은 출판사가 출간했다. 초판 부수는 800부였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2010년 캐나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스코샤뱅크 길러 상을 수상하자마자 곧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전 세계 다섯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2011년에는 단편소설집 This Will Be Difficult to Explain, and Other Stories를 냈다. 2012년 몬트리올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국 애리조나 주에 거주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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