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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57)] 오후의 죽음



오후의 죽음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출판사
책미래 | 2013-05-3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오후의 죽음》은 글쓰기와 투우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스페인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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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257)] 오후의 죽음

헤밍웨이 저 | 장왕록 역 | 책미래 | 368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오후의 죽음』은 글쓰기와 투우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스페인 국민들의 사회적이고 인종적인 특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다채로운 이야기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작가가 유사한 어조로 자신의 두 가지 주제를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나는 글쓰기에 관한 것이요, 다른 하나는 투우에 관한 것이다. 진실한 글쓰기에 매진하려 한 헤밍웨이는 전쟁이라는 늘 죽음이 드리워져 있는 격렬한 폭력의 현장에 직접 투신함으로써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문학적 소재를 발굴하여 독자들과 공유하려 한다. 헤밍웨이는 투우와 전쟁의 유사점들을 끌어내고 투우사가 절박한 상황 하에서 인간적 위엄을 유지하는 규범을 지킴으로써 죽음을 초월하는 힘에 지고한 관심을 갖고 투우와 창작과 삶을 결부시키고 있다.

 

헤밍웨이가 투우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그것을 연구하며 그것에 대해 세밀한 묘사를 하면서 이따금 자기의 논평과 사상을 섞어 1932년에 『오후의 죽음』을 출간하기까지의 된 동기에 대하여 헤밍웨이 자신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삶과 죽음을, 이를테면 격렬한 죽음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전쟁이 끝난 오늘에 와서는 투우장뿐이다. 그래서 나는 투우를 연구할 수 있는 스페인에 몹시 가고 싶었다.”

 

1차 대전 때 이탈리아 전선에 자원 종군하여 부상, 도살장 같은 싸움터의 경험에 절망하고 1차 대전 이전의 가치체계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가를 체험을 통해서 깨달은 헤밍웨이는 그 반동으로서 실속 없는 추상적인 사고를 배격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숭상하게 됐다. 그의 유명한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헤밍웨이를 대변하는 주인공 프레드릭ㆍ핸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생각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 나는 먹도록 만들어졌다. 그렇고말고! 먹고 마시고 캐더린과 자는 것이다.”

 

먹고 마시고 만지고 성교를 하고 박격포탄에 다리를 얻어맞고 하는 따위 직접 자기 몸으로 실감할 수 있는 것이 참다운 것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도덕률에 언급해서도 이 『오후의 죽음』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도덕에 관해서 아는 것은 이것뿐이다. 즉 어떤 일을 하고 나서 기분 좋게 느껴지면 그것은 도덕적이고 기분 나쁘게 느껴지면 그것은 비도덕적이다.”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 헤밍웨이가 하나에서 열까지 감각적이며 동물적인 기준에서만 인생의 가치 판단을 한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의 정신은 그의 세련된 문체나 정교한 문학 기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매우 섬세하며 지성적이다. 더구나 그는 비록 때로는 너무 주관적이고 보편성이 적다할지라도 일정한 규범을 지키고 의식과 규율을 지키는 것에 대단히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통, 폭력 및 죽음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 사람이 취해야 할 태도에 관해서 그는 거의 형이상학적인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헤밍웨이가 어려서부터 죽음에 대한 남다른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그의 초기 단편 『인디언 부락』을 보아도 알 수 있지만 그러한 공포감은 그로 하여금 죽음과 대결해 보려는 불패의 정신으로 이끌어 간 것이다. 그리해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을 통해 말한 것처럼 그는 ‘사람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될 수는 없다’라고 해 숭고한 용기를 강조하게 된 것이다. 죽음에 대한 의식은 죽음이 임박했거나 그 위협을 느낄 때 가장 강렬하다. 죽음에 끊임없이 접근하는 사람들, 예컨대 군인, 투우사, 혹은 중환자들은 죽음의 신비를 여느 사람보다 더 분명하게 내다본다. 말하자면 삶의 진상 파악에 있어서 그들은 남보다 더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이다.

 

『오후의 죽음』은 투우에 관한 전문적인 관찰이며 동시에 철학적인 에세이다.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링 안의 온갖 희비극과 거기서 파생되는 가지가지 에피소드를 담담하고 흥미 있게 그렸다. 예컨대 스페인뿐만 아니라 멕시코에서 열리는 투우를 낱낱이 설명함은 물론 소가 전문적인 양육자의 손에 키워지며 그 공격력이 얼마나 용감한가를 테스트 받고 링에서 투우사와 맞서게 되기까지의 온갖 세부적인 설명이다. 또 투우사가 되기까지 훈련 과정이며, 한 명의 마타도르(최고의 투우사)에 딸린 반데리예로며 피카도르 및 심부름꾼 등의 주종 관계며 그들이 받는 보수, 역대 유명한 마타도르의 이력이 극적으로 그려진다.

 

투우사들은 언젠간 죽기 마련이지만 그들은 거의 모두 가난에 허덕인다. 링 안에서 받는 환호와 영광 뒤에는 고독이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짐짓 위험을 자청하는 모험을 감행해야만, 다시 말해서 ‘압력 아래에서의 침착성(grace under ressure)’을 유지해야만 예술가로서의 인정을 받는다.

 

 

작가 어네스트 밀러 헤밍웨이 소개

 

1899년 7월21일 미국 시카고 교외의 오크파크에서 출생하였다. 고교시절에는 풋볼 선수였으나, 시와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고교 졸업 후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캔자스시티의 『스타 Star』지(紙) 기자가 되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 때인 1918년 의용병으로 적십자 야전병원 수송차 운전병이 되어 이탈리아 전선에 종군 중 다리에 중상을 입고 밀라노 육군병원에 입원, 휴전이 되어 1919년 귀국하였다. 전후 캐나다 『토론토 스타』지의 특파원이 되어 다시 유럽에 건너가 각지를 여행하였고, 그리스-터키 전쟁을 보도하기도 했다. 파리에서 G.스타인, E.파운드 등과 친교를 맺으며 작가로서 성장해간다.

 

1923년 『3편의 단편과 10편의 시(詩)』를 출판한 것을 시작으로 1924년 단편집 『우리들의 시대』, 1926년 『봄의 분류(奔流)』, 밝은 남국의 햇빛 아래 전쟁에서 상처입은 사람들의 메마른 허무감을 그린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를 발표한다. 1929년 전쟁의 허무와 비련을 테마로 한 전쟁문학의 걸작이라 평가 받는『무기여 잘 있거라』를 완성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일생 동안 헤밍웨이가 몰두했던 주제는 전쟁이나 야생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삶과 죽음의 문제, 인간의 선천적인 존재 조건의 비극과, 그 운명에 맞닥뜨린 개인의 승리와 패배 등이었다. 본인의 삶 또한 그러한 상황에 역동적으로 참여하는 드라마틱한 일생이었다. 당시 스무 살의 나이에 경험한 세계 1차대전을 비롯하여 그는 스페인 내전과 터키 내전에도 참전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쿠바 북부 해안 경계 근무에 자원했다. 이런 그의 경험은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했는데 이탈리아 밀라노 병원에서 한 간호사와 나눈 사랑은 『무기여 잘 있거라』의 소재가 되었으며, 1936년 에스파냐내란 발발과 함께 그는 공화정부군에 가담하여 활약, 그 체험에서 스파이 활동을 다룬 희곡 『제5열(第五列)』(1938)이 탄생되었고, 다시 1940년에 에스파냐 내란을 배경으로『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다.

 

이처럼 전쟁을 소재로 한 헤밍웨이의 소설들은 모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양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통과 단절된 젊은 세대들을 일컫는 '잃어버린 세대(the lost generation)'를 대변하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들은 헤밍웨이를 20세기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0년간의 침묵을 깨고 발표한 『강을 건너 숲 속으로』(1950)는 예전의 소설의 재판(再版)이라 해서 좋지 못한 평을 얻었지만, 다음 작품 『노인과 바다』(1952)는 대어(大魚)를 낚으려고 분투하는 늙은 어부의 불굴의 정신과 고상한 모습을 간결하고 힘찬 문체로 묘사한 단편이다.

 

심볼리즘과 운율을 유감없이 구사하여 그린 용기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생전에 쓰기를 벼르다가 끝내 쓰고야 만 작품'이라고 작가 자신이 말한 니힐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헤밍웨이는 1953년 퓰리처상과,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단편집으로는 『우리들의 시대에』 외에 『남자들만의 세계』(1927) 『승자(勝者)는 허무하다』(1932)가 있다. 하드보일드(hardboiled)풍의 걸작 『살인청부업자』(1927), 『킬리만자로의 눈』(1936)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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