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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59)] 쥰페이, 다시 생각해!

[책을 읽읍시다 (259)] 쥰페이, 다시 생각해!

오쿠다 히데오 저 | 이혁재 역 | 재인 | 324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우울할 때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어라.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그 문제점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기존의 일본 작품들이 팝콘같은 가벼움으로 한국 여성독자층을 파고들었다. 반면 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기존의 일본소설들과 달리 일본 사회의 모순들을 끄집어내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독자들은 그의 유머스러운 글솜씨를 좋아하기에 부담없이 그의 조롱에 담겨 있는 잔혹한 현실에 공감한다.

 

<공중 그네> <남쪽으로 튀어>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 소설. “인생을 과연 노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쥰페이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카모토 쥰페이, 21세. 도쿄의 환락가 가부키초를 무대로 활동하는 야쿠자 조직 하야다파의 똘마니.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아버지 얼굴은 생각도 안 나고, 호스티스였던 엄마는 남자 갈아치우기에 바빠 쥰페이에게는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결국 사이타마의 아동 보호시설에서 살다가 폭주족 시절을 거쳐 야쿠자 조직에 들어간 쥰페이는 지금까지 남에게 환영받아 본 기억이 없다.

 

쥰페이는 자신이 속한 야쿠자 하야다 파 오야붕으로부터 상대 조직의 간부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쥰페이는 그것이 희망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자신에게 주어진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오야붕은 준페이에게 30만 엔과 함께 “사흘간 ‘사바세계’를 맛보고 오라”고 권한다.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결행일까지의 남은 기간인 그 사흘간 쥰페이는 평생 가 본 적 없는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묵거나 짝사랑하는 댄스클럽 여인 가오리를 찾아가고, 우연히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며 평소 알고 지내던 트랜스젠더의 부탁으로 라이벌 조직원들과 혈투를 벌이기도 한다.

 

우연히 쥰페이의 얘기가 인터넷 게시판에 회자되게 되고 쥰페이의 계획을 두고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과 격려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엄청난 설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쥰페이는 청춘의 남은 기간인 이 사흘 동안 자신이 전에 없이 많은 사람과 엮이게 되는 것에 의아해하는 한편, 어쩌면 세상은 의외로 좋은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무심한 듯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오쿠다 히데오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 소설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 인간 소외와 가족 해체, 청춘의 방황과 고통이라는 문제를 밑바닥 인생을 사는 쥰페이라는 야쿠자 청년을 통해 그려 낸 이 소설은 그러나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의 손에 걸리면 그 어떤 등장인물이라도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세간의 평가처럼, 어느 변두리 뒷골목에 가면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을 듯한 주인공 쥰페이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 또는 이웃들의 모습과 많은 부분 오버랩 되며 공감을 자아낸다.

 

 

저자 오쿠다 히데오 소개

 

오쿠다 히데오는 1959년 일본 기후현 기후시에서 태어나 기후현립기잔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구성작가, 카피라이터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1997년 4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우람바나의 숲』(한국어판 서명 :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으로 등단하였다.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 사회의 모순과 그 틈바구니 속에서 각자의 사정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내용들이 그의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인간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면서도 부조리한 세상에서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잊고 있던 가치를 묻는 주제의식을 보이고 있는 그는 포스트 하루키 세대를 이끄는 선두주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과 함께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일본의 크로스오버(crossover) 작가로 꼽힌다.

 

어린시절, 책보다 만화를 좋아하던 그는 텔레비전을 통해 책을 접하게 된다. 이후 나쓰메 소세키와 야하기 토시히코, 시미즈 요시노리 등의 작품을 섭렵하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평론가로 글을 써왔고, 이후에도 글과 무관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글을 쓰는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설명하는 소설, 설교하는 소설, 자기 얘기를 늘어놓는 소설을 가장 싫어 하는 그가 가장 쓰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기에 소설가 자신 안에 여러가지 눈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니컬한 유머감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그는 일본 내에서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기인작가'이다. 또한 그의 작품이 인기가 높은 한국에서도 수 없이 인터뷰와 한국 방문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동네 도서관에 가서 작품 쓰는 것을 매우 즐기는 소박한 품성을 지녔다.

 

2002년 『인 더 풀』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해 『방해』로 제4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2004년 『공중그네』로 제131회 나오키상을, 2009년 『올림픽의 몸값』으로 제43회 요시타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공중그네』『인 더 풀』『남쪽으로 튀어!』『걸 Girl』『면장 선거』『스무 살, 도쿄』『방해자』『오 해피데이』『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꿈의 도시』 『올림픽의 몸값』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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