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68)] 세일럼의 마녀들: 1692년 마녀사냥의 비밀
로절린 섄저 저 | 김영진 역 | 서해문집 | 168쪽 | 10,9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중세 유럽에서 유행병처럼 번진 마녀사냥 가운데 대표적이라 할 만한 마녀사냥을 꼽자면, 영국과 프랑스 간 백년전쟁이 한창이던 1431년 프랑스의 전쟁 영웅 ‘잔 다르크’가 마녀로 처형당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유럽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마녀사냥은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오면서 장소를 불문하고 계속 이어졌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온 마녀사냥 중 가장 널리 알려졌고, 처참한 역사로 기록된 것이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1692년 세일럼 마을의 마녀사냥’이다. 미국에서도 각종 수상 경력을 가진 유명 작가이자 삽화가인 작가는 이 사건을 마치 소설처럼 풀어내면서, 흑백과 붉은색으로 강조해 느낌을 살린 삽화를 더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기괴한 증상을 보이며 아파하던 두 소녀가 마녀를 고발하면서부터 시작된 마녀사냥이 한 마을을 집어삼킬 때까지 계속된 이 충격적 마녀사냥의 비극 속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미국이 아직 영국의 식민지이던 1692년, 메사추세츠의 작은 마을 세일럼빌리지에서 기괴한 일이 일어난다. 마을 목사 패리스의 아홉 살짜리 딸 베티와 열한 살짜리 조카 에비게일이 경련과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몸을 이상하게 뒤틀기 시작한 것이다. 소녀들의 괴이한 증상을 고치기 위해 패리스 목사를 비롯한 가족들은 금식도 하고 기도도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다 써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의사가 아이들의 증상에 끔찍한 진단을 내리고야 만다.
의사가 진단을 내린 뒤부터 패리스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두 소녀에게 마녀 이름을 대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두 아이가 입을 열었다. 패리스 목사의 노예이자 자신들을 돌봐 온 티투바가 마녀라고. 티투바가 예전부터 마녀들이 사용하던 마법으로 케이크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목사를 비롯한 주민들이 악마와 결탁했다고 믿은 인디언 노예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티투바가 마녀로 지목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티투바를 마녀로 고발한 마을 어른들은 다른 마녀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됐다. 그래서 아이들을 더 다그치기 시작했다. 이후 아이들은 비렁뱅이 여인 세라 굿과 병든 할머니 세라 오즈번도 마녀라고 말했다. 결국 세 여자는 마녀 혐의로 체포됐다.
세 마녀가 체포되자마자, 마녀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새로운 마녀를 고발하는 사람들이 물밀 듯 쏟아져 나왔다. 새로이 마녀로 고발당한 사람은 실로 다양했다. 그런데 고발된 사람들은 ‘마녀’라는 이유만으로 교수형에 처해지거나 다른 방식으로 죽임을 당했다. 결국 괴이한 증상에 시달리는 두 소녀로부터 시작된 마녀사냥은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수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삶을 파멸시켰다.
그런데 세일럼 마녀사냥에서 희생된 마녀 혹은 희생자들은 마을에서 버림받은 사람이거나 마을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탐탁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에 등장하는 마녀로 희생된 희생자 또는 마녀로 고발당한 사람과 고발한 사람, 마녀를 처벌한 음흉한 관리 등은 집단 히스테리에 빠진 사회를 역사적으로 잘 보여 준다.
작가 로절린 샌저 소개
미국의 작가 겸 삽화가다. 청소년을 위한 책 열여섯 권을 냈고, 각종 수상 경력이 풍부하다. 대표작으로는 미국 국립도서위원회에서 주목할 만한 도서로 선정된 『서부를 횡단한 사람들, 루이스와 클라크의 모험』과 미국 도서관 협회 주목할 만한 도서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올해의 책, 뉴욕 공립도서관 ‘읽고 공유할 100가지 책’으로 선정된 『조지 대 조지』와 『찰스 다윈은 무엇을 보았을까』 『벼락을 훔친 벤저민 프랭클린』 등이 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땐 세계를 여행한다. 게다가 미국에서 잘 알려진 수영선수며, 열성적인 사진작가고, 초콜릿 감정가다. 지금은 남편 스티브와 함께 버지니아에 있는 새들로 에워싸인 집에서 살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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