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73)] 수상한 식모들
박진규 저 | 문학동네 | 335쪽 |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해는 동쪽에서 뜨고, 강물은 바다로 흐른다는 사실을 우리가 의심하지 않듯이, 우리는 우리가 곰의 자녀라는 신화적 혈통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곰과 함께 쑥과 마늘을 들고 동굴로 들어갔다가 참지 못하고 뛰쳐나온 호랑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곰이 여성의 시조라면 그때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그 끝에 열매로 매달린 것이 ‘호랑아낙’이었고 『수상한 식모들』이었다.
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복종한 대가로 여성의 시조가 된 짐승이 곰이었다면 (이 소설에 따르면) 신에게의 복종을 거부하고 스스로 여자가 된 짐승이 있었으니 바로 호랑이었다. 이 호랑아낙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성들의 거대한 억압체계와 맞서왔다. 이들이 한국사회의 부와 명예를 독식해온 집단(왕조, 탐관오리, 다수의 뻔뻔한 양반이나 귀족계급)에 대해 은밀하게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호랑아낙의 정신을 이어받은 수상한 식모들은 의도적으로 부르주아 가정에 잠입해 그들의 위선을 까발리고 가정을 해체시키는 역할을 떠맡아왔다. 이 호랑아낙 그리고 수상한 식모들의 황당하고 기발한 행각을 그린 소설.
천기를 누설한 죄로 얼굴을 제외한 모든 신체부위가 돌이 되어버린 ‘마지막 수상한 식모’ 순애씨는 ‘나(경호)’에게 수상한 식모들의 비밀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그녀의 이야기 속엔 예언자 염옥과 어떤 병이든 치료할 수 있는 신비한 효험을 가진 ‘오줌’을 누게 된 민자씨, 바구니만 들고 나갔다 하면 무엇이라도 채워오는 점래, 저 유명한 시인 김수영에게 「식모」라는 시를 쓰게 한 식모 김수영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펼쳐 보인 수상한 식모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순애씨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 경호 역시 어린 시절 ‘순애씨가 집어넣은 꿈을 갉는 쥐 때문에’ 성장기를 순탄치 못하게 지내왔다. 가족들 역시 이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화목하다고는 할 수가 없다. 젊은 시절의 그 수상한 식모를 잊지 못해 환갑이 넘은 나이에 다시 붓을 잡고 며느리에게 누드모델을 서달라는 할아버지와 유산을 생각하고 기꺼이 시아버지 앞에서 옷을 벗는 엄마, 경호의 친구 선재의 목소리가 더빙된 ‘하녀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버지와 트림하는 괴물이 되어 집을 떠난 형(알고 보니 형 역시 수상한 식모의 피해자였고……), 할아버지 앞에서 벌거벗고 있는 엄마를 본 충격으로 천재 꼬마에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어버린 초등학생 동생.
이야기는 경호의 가족 얘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찌어찌 제 생활을 찾고 자리를 잡아가던 그에게 다시 ‘물’이란 정체불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황당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작가 박진규 소개
저자 박진규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수상한 식모들』로 2005년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내가 없는 세월』『보광동 안개소년』을 발표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읍시다 (275)] 너를 봤어 (0) | 2013.06.28 |
---|---|
[책을 읽읍시다 (274)] 마스터리의 법칙 (0) | 2013.06.27 |
[책을 읽읍시다 (272)] 때로는 나도 미치고 싶다 (0) | 2013.06.25 |
[책을 읽읍시다 (271)] 정글만리(전 3권) (0) | 2013.06.24 |
[책을 읽읍시다 (270)] 흑사의 섬 (0) | 2013.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