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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05)] 아크라 문서

[책을 읽읍시다 (305)] 아크라 문서

파울로 코엘료 저 | 공보경 역 | 문학동네 | 196쪽 | 11,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전 세계 168개국 78개 언어로 번역돼 1억4천만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한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 그가 새로운 소설 『아크라 문서』로 다시 돌아왔다. 신작 『아크라 문서』는 파울로 코엘료가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결론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1974년, 영국의 고고학자 월터 윌킨슨은 이집트 국경 너머의 도시 ‘아크라’에서 고대 문서를 발견한다. 아랍어, 히브리어, 라틴어로 쓰인 이 ‘아크라 문서’에는 11세기 말 십자군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콥트인 현자와 예루살렘 사람들 사이에 오고간 대화가 기록되어 있었다.

 

파울로 코엘료는 광장에 모인 예루살렘 군중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현자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구성한다. 전쟁으로 소멸되기 직전의 절박한 상황을 배경으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도 일상적인 질문들에 대해 현자가 들려주는 답변은 곧 코엘료가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통해 얻은 깊은 성찰의 결과이다. 또한 그 자신이 전 세계 독자들과 간절히 나누고 싶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크라 문서』는 혼돈의 시대에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잃고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기적 같은 삶의 지혜이다.

 

 

위기의 순간, 기적처럼 다가온 지혜의 목소리

 

1099년 7월, 기독교인, 유대인, 이슬람교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예루살렘을 향해 십자군이 공격을 감행한다. 적군의 침략이 당장 내일로 다가온 상황에 예루살렘 군중은 영문을 알지 못한 채 광장에 모인다.

 

‘침략자들에 대한 설교를 또다시 들어야 하는가’라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내일의 운명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은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콥트인 현자를 바라본다. 그런데 현자는 사람들이 예상했던 전쟁에 관한 설교가 아닌 뜻밖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금부터 질문을 하면서 저기 성 밖의 적군들과 그대들 내면의 두려움은 잊으라. 우리는 매일의 삶에 대해 그 안에서 우리가 직면해야 했던 어려움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후손들은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천년 후에도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테니.”

 

콥트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질문은 당장 눈앞에 닥친 침략에 맞설 대의명분이나 전략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패배란 무엇이고 패배자란 어떤 사람입니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사랑은 늘 내 곁을 지나가버립니다.”

“나는 과거를 되돌려 잃어버린 시간을 되살릴 수가 없소이다.”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운이 좋은 겁니까?”

“불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매일의 삶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불만, 쉽게 풀리지 않을 인생의 수수께끼…… 내일 아침이면 전쟁터로 나가거나 도시를 떠나야 할 사람들은 절망과 위기의 순간, 삶의 의미와 인생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묻는다.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진정한 진리를 갈구하며.

 

“이 이야기를 말로 듣거나 글로 읽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눈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찢겨, 그 너머에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테니.”

 

 

작가 파울로 코엘료 소개

 

1947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중산층의 카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고등학교때는 시, 연극 경연대회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기술자가 되기를 원하는 부모님과의 갈등 속에서 그의 청소년기는 우울증과 분노의 연속이었다. 십대 때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1970년에 법과대학을 중퇴하였다.

 

이후 남아메리카와 멕시코, 북아프리카, 유럽 등지를 여행하였다. 청년 시절에는 브라질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반정부 활동을 하다 두 차례 수감되어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감옥에서 나온 후에는 히피문화에 심취하여 록밴드를 결성하고 120여 곡의 음악을 만들었으며, 히피, 저널리스트, 록스타, 배우, 희곡작가, 연극 연출가 그리고 TV 프로듀서 등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1982년 그의 첫번째 책으로 『Hell Archives』과 1985년에 두번째 책인 『The Practical Manual of Vampirism(흡혈귀의 실용 매뉴얼)』을 출간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고 문단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영적 탐구와 동양철학에 빠져 1986년, 그의 나이 서른여덟 살 때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이라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 그는 자신의 순례 경험을 바탕으로 『순례자』(1를 썼고, 이듬해인 1988년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작품은 브라질의 작은 출판사에서 초판 900부만을 찍었지만, 이십 년 후 전세계 3000만 독자가 읽은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브리다』 『피에트라 강가에 앉아 나는 울었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가히 코엘료 신드롬이라 할 만한 현상을 낳고 있다.

 

그의 대표작 『연금술사』는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한 소년의 담백한 이야기를 축으로, 신비로운 체험과 심오한 생의 물음들을 던져준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조형해 낸 작품으로, 평범한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살라’는 마음의 속삭임에 귀를 열고 자신의 보물을 찾으러 떠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전작들과는 완전히 다른 주제와 스타일을 표방한 『11분』은 성행위의 평균 지속시간을 뜻한다는 제목부터가 벌써 의미심장하다. 작가로서 코엘료는 오래 전부터 성에 대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지만, 늘 실패로 끝났다고 한다. 그러다가 젊은 시절 창녀라는 직업에 종사한 적이 있는 한 여성과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이 소설이 구체화되었다고 한다. 성과 사랑이 억압과 표준을 넘어설 때, 그것이 우리 인생에서 가지는 힘과 의미를 섬세하면서도 관능적인 문장 안에 담아냈다. 이 책은 2003년 유럽과 남미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였다.

 

2008년 10월에 출간된 『흐르는 강물처럼』은 파울로 코엘료 첫 산문집으로, 세계 각국의 신화와 종교를 두루 섭렵한 그가 인간 영혼 깊은 곳에서 건져올린 아름다운 우화, 작가 자얽의 일상과 코엘료 문학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열쇠 같은 글들, 그리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감동적인 일화들을 담았다.

 

그 밖의 저서로는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악마와 미스 프랭』 『오 자히르』 『포르토벨로의 마녀』 『흐르는 강물처럼』 『승자는 혼자다』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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