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337)] 올리버 트위스트
찰스 디킨스 저 | 윤상원 역 | 아름다운날 | 543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동화를 제외하고 어린이를 전면에 등장시킨 가장 유명한 베스트셀러는『올리버 트위스트』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 영국을 무대로 소외된 계층과 상류층의 모순과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이 작품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공감을 일으키는 이유는 작가가 벌거벗은 인간의 실체를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올리버는 고아원을 탈출해 무작정 런던으로 향한다. 런던에서 올리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어둡고 차가운 뒷골목이다. 소매치기 무리에 흘러들어간 올리버는 도둑으로 몰렸다가 누명을 벗고, 우연히 알게 된 신사의 호의로 보살핌을 받는다. 그러나 다시 소매치기 일당에게 납치를 당한다. 이어지는 올리버의 모험과 역경,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배신의 이야기는 파란만장하고도 흥미진진하다.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한 채 구빈원에서 자라난 올리버 트위스트는 어떤 시련 앞에서도 맑은 영혼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작가의 생존 당시의 런던은 먹고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빈민가에 정착하면서 일자리를 얻으려 떠도는 이들로 넘쳐났다. 따라서 런던의 빈민가는 도둑과 소매치기, 창녀들로 들끓는 지옥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산 사람과 죽은 사람들이 뒤섞여 지내는 곳도 많았다고 한다.
빈민을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당시의 빈민법은 구빈원에서 ‘도제 방식’으로 교육받은 고아와 빈민 어린이들이 범죄 현장으로 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이렇게 ‘오염된 땅에서 피어난 한 송이 순결한 꽃’이었다.
사실 올리버 트위스트가 우연의 손에 이끌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친족도 찾게 되는 과정은 너무나 소설적이어서 다분히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들이 현대에도 출생의 비밀을 줄기차게 다루는 이유는 한 인간의 삶에 있어서 출생의 비밀만큼 흥미로운 주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디킨스야말로 대중의 호기심을 가장 잘 간파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독자를 웃기고 울리고 애타게 만들어라’
이 말은 찰스 디킨스의 좌우명이자 그의 소설 작법의 중요한 비밀이다. 그의 고급 유머는 재치 넘치는 말장난과 풍자,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를 만드는 별난 비법을 통해 화려하게 꽃이 핀다. 그는 자신의 등장인물들에게 위의 세 가지 요소를 자연스럽게 버무려 마법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작가 찰스 디킨스 소개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로 평가되는 디킨스는 소박한 평민이나 교양있는 사람들, 빈민이나 여왕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호소력을 가져, 생전에도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그는 하인출신인 조부, 그리고 해군 경리국에 근무하는 하급관리의 장남으로, 남부영국의 군항 포츠머스 교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존은 호인이었으나 금전관념이 희박하여 남의 빚을 갚지 못해 투옥된 일도 있었다. 그 때문에 디킨스는 소년시절부터 빈곤의 고통을 겪었으며 학교에도 거의 다니지 못하고 12세부터 공장에 나갔다. 어린 시절 한때 살았던 채텀은 '잉글랜드의 정원'이라 불리는 아늑한 도시로, 그의 어린 심성에 깊은 인상을 주었고, 훗날 채텀 시대를 거의 유일한 행복했던 시절로 회고할 정도였다.
자본주의의 발흥기였던 19세기 전반의 영국 대도시에서는, 번영의 뒤안길의 심각한 빈곤과, 어린이와 부녀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사회전반을 어둡게 했다. 이러한 사회의 모순과 부정을 직접 체험한 디킨스는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15세경에 변호사 사무소의 사환, 법원 속기사를 거친 끝에 신문기자가 되어 의회에 관한 기사를 쓰게 되었다. 그는 소년시절부터 고전을 탐독하면서 일찍부터 문학에 눈을 떴는데, 여기에 기자 생활로 인한 많은 여행은 풍부한 관찰력과 식견을 더해주었다.
1833년 어느 잡지에 단편을 투고하여 채택된 데 힘입어 계속 단편, 소품 등을 여러 잡지류에 발표하고, 1836년 이들을 모은 『보즈의 스케치』이 출판되어 24세의 신진작가로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했다. 다음해 완결한 장편소설 『피크위크 클럽의 기록』은 4명(도중부터 5명)의 인물이 여행하는 도중, 곳곳에서 우스꽝스러운 사건을 일으키는 단순한 줄거리였으나, 그의 뛰어난 유머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다음 작품인 『올리버 트위스트』도 베스트셀러가 되어 작가로서의 위치가 확립되었다.
그 뒤 영국과 미국의 각계각층 독자들의 호응에 보답하여 『니콜라스 니클비』 『골동품 상점』 『크리스마스 캐럴』 등 중/장편을 연이어 발표함으로써 명성을 떨쳤다. 이렇듯 명성이 높아진 것은 몸소 체험으로 알게 된 사회 밑바닥 생활상과 그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묘사함과 동시에, 세상의 부정과 모순을 용감하게 지적하면서도 유머를 섞어 비판한 점에 있었는데, 그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아동 학대와 재판의 비능률이 개선되기도 했다.
1850년에 완결한 자전적인 작품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쓸 무렵부터 작품의 성격이 조금씩 변하여 그의 후기 특성이 두드러진다. 다음 작품 『황폐한 집』이 그 좋은 예로 이전의 작품처럼 주인공 한 사람의 성장과 체험을 중심으로 사회 각층을 폭 넓게 바라보는 이른바 파노라마적 사회소설로 다가갔다. 작품 속에서 그는 주인공의 앞을 가로막는,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사회체제의 벽을 쓴웃음과 좌절감을 통해 비관적으로 바라보았다.
다소 자서전적인 『위대한 유산』 등의 작품 이외에도, 대단히 많은 단편과 수필을 썼으며, 잡지사 경영, 자선사업에의 참여, 소인연극의 상연, 자작의 공개낭독회, 각 지방의 여행 등, 참으로 쉴사이 없는 다양한 활동을 하였으며 1870년 6월9일 유명을 달리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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