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363)] 갈색 아침
프랑크 파블로프 글 | 레오니트 시멜코프 그림 | 해바라기 프로젝트 역 | 휴먼어린이 | 32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갈색 아침』은 일상을 지키는 일이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짧은 이야기다. 갈색이 아닌 개와 고양이는 모두 없애야 한다는 법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은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도 그 법이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기에 묵묵히 그 법을 따른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출판사와 언론사를 탄압하고, 더 나아가 예전에 키우던 개와 고양이가 갈색이 아니어도 죄를 묻겠다고 한다.
실제로 2002년 프랑스 대선의 흐름을 바꾼 이 책은 우리 시대를 고민하는 어른이 먼저 읽고 아이와 함께 읽는 그림책이다. 글만 담겨 있던 소책자 형태의 프랑스 원서와 달리 한국어판에는 그림도 함께 담아 아이들도 쉽고 흥미롭게 책을 펴들 수 있다. 온가족이 함께 흥미로운 이야기로 읽으면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가슴으로 일깨우는 책이다.
프랑스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갈색 아침 현상’
2002년, 프랑스 사회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 대선 1차 투표 결과 극우파 후보인 장 마리 르펜이 결선 투표에까지 진출한 것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갈색 아침』을 소개하며 책에 담긴 메시지를 알렸다. 다음 날 프랑스의 서점들은 이 책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갈색 아침』은 프랑스 국민들의 마음에 적신호를 울렸고 선전하던 장 마리 르펜은 결국 낙마했다. 이 작은 책이 프랑스의 대선을 결정지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갈색 아침 현상’이다.
프랑스의 교육자이자 소설가 프랑크 파블로프가 1998년 처음 발표한 『갈색 아침』은 국가 권력의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면 비극적인 상황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우화다. 갈색이 아닌 개와 고양이는 모두 없애야 한다는 법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은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도 그 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기에 묵묵히 그 법을 따른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더 나아가 예전에 키우던 개와 고양이가 갈색이 아니어도 죄를 묻겠다는 지경에 이른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1970년대 유신 정권은 남자들의 머리카락 길이와 여자들의 치마 길이 따위를 정해 놓고는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붙잡아갔다. 차마 경계하지도 못하는 아주 일상적인 영역을 단속함으로써 파시즘의 싹을 틔웠다는 점에서 이 책의 흐름과 무척 유사하다. 2013년, 지금의 대한민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정보기관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과 끊이지 않는 민간인 사찰 논란, 역사 교과서 논란, 최근 특정 정당을 해산시키려는 움직임 등 국가 권력의 폭력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갈색 아침』은 이렇듯 과거와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황폐해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
작가 소개
글 프랑크 파블로프
1940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교육자이자 시인, 소설가. 10여 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지역 개발과 아동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했고, 범죄자들과 알코올 중독자들을 돕는 단체를 운영해 ‘거리의 선생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993년에 첫 소설을 발표한 이후 30여 종의 작품을 선보였다. 2005년에는 소설 『랑 오지타르의 다리』로 프랑스 텔레비전 문학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위대한 추방』으로 그랑 에스파스 문학상을 받았다.
그림 레오니트 시멜코프
1982년에 태어난 러시아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2005년 모스크바 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했다. 그린 책으로는 『참을성에 대한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재미있는 기하학』 등이 있고, 직접 연출한 애니메이션으로는 <강아지 놀이터>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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