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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89)] 프랑켄슈타인

[책을 읽읍시다 (389)]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저 | 한애경 역 | 을유문화사 | 299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메리 셸리가 열아홉 살의 놀라운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과학 소설 『프랑켄슈타인』. 다른 인간이나 남성에 대한 ‘절규’를 담은 작품이자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에 논쟁의 불을 지핀 선구적인 작품이다. 낭만주의 공포 소설 혹은 괴기 소설의 전통에 속하는 메리 셸리의 대표작이고 후대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와 『워더링 하이츠』 『모비 딕』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메리 셸리는 1816년 퍼시 비시 셸리와 함께 제네바에서 만난 조지 고든 바이런 경과 훗날 『뱀파이어』를 쓴 바이런 경의 주치의 존 폴리도리와 유령 이야기를 하나씩 짓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열아홉 살의 셸리는 인조인간 곁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학생에 대한 자신의 꿈을 바탕으로 『프랑켄슈타인』을 쓰게 됐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에 정본으로 인정받는 1판이 출간됐고 1831년에 대대적으로 내용을 고치고 보수적인 입장이 반영된 3판이 나왔다.

 

이 작품의 힘은 표면상 작가의 보수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지위를 대변하는 괴물의 반항과 분노, 웅변, 평등한 관계에 대한 괴물의 절실한 욕망 등을 통해 남녀의 영역 혹은 순종적인 당대 여성상 등 부조리한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셸리의 선진적인 페미니즘 의식에 있다. 셸리의 얌전하고 예의 바른 사회적 자아와 이 소설이 지닌 놀라운 깊이 및 힘의 차이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게 한다. 이것이 이 작품의 힘인 동시에 페미니즘 비평에서 꾸준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작품을 각색한 공포 영화를 본 뒤 추악하고 악한 괴물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작품을 읽고 나서 놀랄 것이다. 우리가 미워할 수 없게 괴물은 설득력 있는 웅변을 구사하고 『실낙원』의 아담과는 달리 창조자에게 불만스레 반항하는 매우 복합적인 존재로 형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괴물을 일방적으로 비판할 수 없도록 괴물답지 않은 속성, 즉 전통적인 고딕 로맨스와 달리 괴물이 원래부터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가질 뿐더러 추악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설득력 있고 조리 있는 언어를 구사한다.

 

원제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가 암시하듯 인간을 위해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신에게 도전한 프로메테우스와 빅터를 관련시켜 지나친 과학적 탐구와 지식욕, 자만심 및 과학 기술의 해악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기의 운명을 예감한 듯 이야기 초반부에 이렇게 인상적인 말을 남긴다. “완벽한 인간은 늘 평온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해야 하며, 열정이나 잠시 잠깐의 욕망에 자기 평온을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지식의 추구라고 해서 이런 법칙에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몸 바쳐 하는 연구가 애정을 약화시키고 불순물이 전혀 섞이지 않은 소박한 즐거움을 누리는 마음을 없애 버렸다면, 분명 뭔가 잘못되었으며 인간의 마음에도 적합지 못한 것이다. 이런 법칙을 늘 지켰다면, 뭔가 추구하기 때문에 다정한 가족이 주는 평안을 버리지 않았다면 그리스는 노예국가로 전락하지 않았을 것이고, 카이사르는 로마를 망치지 않았을 것이며, 미국은 좀 더 천천히 발견되어 멕시코와 페루 제국이 멸망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최고 명문 가문에서 태어난 총명한 젊은이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열일곱 살에 다정한 어머니를 병으로 잃게 된다. 대학에서 2년간 화학 연구에 매진해 발생과 생명의 원리를 터득한 빅터는 시체와 유골과 동물의 근육과 장기 등을 모아 밤낮없이 작업해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체구의 인간을 완성하고 생명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빅터는 이 이름 없는 생명체에 두려움과 혐오감을 느껴 도망쳐 버린다. 열병으로 오랫동안 앓아누운 빅터는 동생 윌리엄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더구나 집안에서 딸처럼 사랑받던 하녀 저스틴이 범인으로 지목돼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

 

 

작가 메리 셸리 소개

 

1797년 영국 런던에서 급진 정치사상가인 윌리엄 고드윈과 『여성의 권리 옹호』의 저자로 유명한 여성주의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생후 며칠 만에 어머니가 사망하자 아버지는 재혼했고, 부녀의 돈독한 유대 관계를 질시했던 계모 때문에 어린 메리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신 아버지의 서재에서 무수히 많은 장서를 독파했고, 당대 최고 사상가들과 아버지가 함께 나누는 대화를 어깨너머로 들으며 지적 허기를 채워나갔다.

 

열다섯 살에 아버지의 제자 퍼시 비시 셸리를 처음 만나, 2년 후 결혼생활에 환멸을 느끼던 그와 함께 프랑스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했다. 이후 가난과 낭만으로 점철된 유랑생활이 8년 동안 이어졌다. 1816년 시인 바이런 경, 의사 존 폴리도리, 남편 셸리와 모인 자리에서 괴담을 하나씩 짓기로 약속해 ‘무서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1818년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으로 출간됐다.

 

다섯 명의 자녀를 낳았으나 그중 넷이 일찍 사망하는 불운을 겪었고, 1822년 남편마저 익사하자 셸리는 자책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렸다. 1826년 퍼시 비시 셸리의 초상이라 할 수 있는 소설 『마지막 남자』를 출간했고, 여러 남성 작가들의 구애를 받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을 돌보며 독신생활을 고수했다. 이후 『로도어』 『포크너』 등 여러 소설과 여행기를 출간했다. 1848년 발병한 뇌종양으로 인해 1851년 53세의 나이로 부모와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했다.

 

과학기술이 야기하는 사회 문제를 다룬 최초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 카렐 차페크의 『R. U. R.』 등 과학소설은 물론,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 등 널리 알려진 과학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나사못이 관자놀이에 박힌 괴물의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는 20세기 대중문화사에서 무한히 재생산되며 『프랑켄슈타인』을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포소설 중 하나로 만들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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