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391)] 엿보기 톰의 집에 어서 오세요
벤 엘튼 저 | 박슬라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452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대담하고 문제적이며 도발적인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하우스 어레스트’에 지원한 열 명의 남녀들. 총 9주의 감금 생활 끝에 최후에 남는 단 한 명의 우승자는 전국적인 유명세와 함께 50만 파운드의 상금을 획득하게 된다. 돈이 필요해서, 얼굴을 알려 유명해지고 싶어서 등등 제각각의 이유로 출연하게 된 열 명의 남녀들은 우승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일주일에 한 번 시청자들의 투표로 탈락자가 결정되는 서바이벌 방식에 참가자들은 서로에 대한 견제와 맞지 않는 성격 등으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리고 결국 고조되던 긴장감은 살인이라는 최악의 사건으로 폭발하고 만다.
이름부터 ‘피핑 톰(Peeping Tom: 엿보기 좋아하는 사람) 프로덕션’인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진 ‘하우스 어레스트’는 노골적으로 시청률만을 좇는 상업적인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소위 ‘악마의 편집’으로 특정 출연자를 전국적인 스타로 만들거나 ‘국민 밉상’으로 만드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오직 방송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만들어 시청률을 올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하우스 어레스트’에 출연한 열 명의 남녀들은 탈락에 대한 공포와 감금 상황에 대한 불안 속에서 서서히 신경질적으로 변해간다.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상처를 입고 서로에 대한 적의를 키워가며 견제한다. 24시간 내내 시청자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고 그들의 투표에 의해 탈락자가 결정되는 방송의 룰 때문에 출연자들은 자신의 인기관리에만 몰두한다. 거짓말과 가식적인 태도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으며, 상대에 대한 배려 또한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다.
제작진은 이 모든 과정을 보다 더 우스꽝스럽고 자극적으로 편집한다. 소통이 부족한 시대, 타인의 삶이 궁금한 현대인들의 욕구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하는 시청자의 습성을 이용해 보다 더 높은 시청률과 광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청자는 실제와는 다르지만 보다 더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한 방송의 내용에 만족하고 열광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출연자들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우월감을 느낀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엿보기’라는 행동은 점차 어둡고 뒤틀린 욕망이 담긴 대중들의 ‘집단 관음증’으로 변질되고, 탈락하는 사람을 끌어내리고 파멸시켜 희생자를 만들기 전에는 멈추지 않는 폭력적인 성향까지 띠게 된다.
작가 벤 엘튼은 『엿보기 톰의 집에 어서 오세요』를 통해 집단 관음증에 빠진 사회와 그 어둡고 뒤틀린 욕망을 먹고 흉측하게 자라난 매스미디어를 공격하고 있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흥행을 위해 촬영을 계속하는 제작진과 연일 오르는 시청률에 각종 상업 광고와 판권 계약이 불티나게 이루어지는 전개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희생자에 대한 어떠한 연민도 없이 살인자 색출이라는 새로운 게임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모습 또한 우리와 닮아 있어 씁쓸하기까지 하다.
작가 벤 엘튼 소개
벤자민 찰스 ‘벤’ 엘튼은 1959년 영국의 캣포드에서 태어났다. TV와 연극 무대, 영화를 넘나들며 작가에서 연출가, 연기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능을 뽐내며 영국 문화계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주로 코미디 장르를 통해 현실을 비꼬고 풍자하는 작품을 선보였으며, 유명 록밴드 퀸(Queen)과 합작하여 그들의 명곡들로 만든 뮤지컬 ‘We will rock you’로도 유명하다.
대표작인 『Popcorn』은 책과 동명의 연극이 모두 뛰어난 흥행을 기록하고 CWA 골드 대거 상과 TMA 바클레이즈 연극 상, 올리버 상 최우수 코미디 부분을 수상했다. 보다 자극적이고 교묘하게 대중을 현혹하는 매스미디어와 아무런 자각 없이 정신을 잠식당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섬뜩하게 묘사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벤 엘튼의 소설들은 재미와 주제의식을 모두 갖춘 뛰어난 작품들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발표하는 책들 모두 영국 서점가의 베스트셀러가 되며 여러나라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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