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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97)] 2666(전5권)


2666 세트

저자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3-12-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볼라뇨, 후아레스의 여성 연쇄살인사건을 통해 인간 악의 진화를 ...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397)] 2666(전5권)

로베르토 볼라뇨 저 | 송병선 역 | 열린책들 | 1752쪽 | 66,6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현재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유작 장편소설이다.

 

볼라뇨는 데뷔한 이래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스페인어권의 온갖 문학상을 휩쓸며, 라틴 아메리카를 뒤흔든 대형 작가다. 그러나 성공의 단꿈도 잠시, 군사 독재 정권에 의해 오랫동안 정치적 망명에 내몰리며 쇠약해진 볼라뇨는 곧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필생의 역작 『2666』의 집필에 돌입했다.

 

작가가 자신의 생명과 맞바꿔 가며 이 세상에 내놓은 이 작품은 1,752쪽 분량의 전례 없는 대작이었다. 또 출간 즉시 스페인어권 문단으로부터 ‘금세기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스페인과 칠레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또한 2008년에 영어로 번역되자 곧 미국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고 <뉴욕 타임스>와 <타임>의 ‘2008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으며 권위 있는 전미 서평가 연맹상을 수상했다.

 

후아레스의 여성 연쇄살인사건은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멕시코 북부의 공업도시 후아레스 시에서 벌어진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연쇄살인사건을 가리킨다. 볼라뇨는 후아레스 시의 여성 연쇄살인사건에서 인간성의 파괴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음을 보고, 지옥의 형상화에 관해 말하려 했다.

 

볼라뇨 문학의 특징은 작품과 작품이 연결되는 치밀한 순환 구조와 탄탄한 역사적 지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회적 성찰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흩어진 이야기들이 이어지거나 변형되기도 하며 하나의 지표를 형성하지만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는 독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등장인물 또한 작품들을 넘나들며 여러 가지 모습으로 분(扮)하여 볼라뇨 작품의 전체적인 연결성을 나타낸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을 그대로 끌어오거나 허구의 인물과 뒤섞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허상과 실재,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은 볼라뇨가 창조한 사막에서 종종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 명의 탐정이 되어 흩어진 퍼즐을 맞춰 가기 시작하면, 볼라뇨의 작품이 갖는 탁월함과 치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볼라뇨 문학의 특징 중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볼라뇨는 이 세계의 그늘진 곳을 항상 주시하며 악(惡)에 관해 말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특히 『2666』은 죽음을 앞둔 볼라뇨가 목숨과 맞바꿔 가면서 세상에 들려주고자 한 악, 그 자체의 핏빛 교향곡이다. 볼라뇨는 이 작품을 통해 후아레스에서 자행되는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을 언급하고자 했다. 생전의 인터뷰에서도 “‘지옥은’ 후아레스 시 같다. 그곳은 우리의 저주이자 우리의 거울이다. 우리의 좌절에 대한 불안한 거울이며, 우리의 자유와 욕망에 대한 치욕적인 해석의 거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인간성의 파괴가 후아레스의 여성 연쇄 살인 사건에서 최고조에 이르고 있음을 보고, 지옥의 형상화와 악의 본질을 통해 이 시대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는『2666』에서 사건의 집결지가 되는 멕시코의 산타테레사를 통해 범죄로 점철된 세상의 그늘과 공포를 그려 낸다.

 

볼라뇨는 『2666』에서 ‘연쇄 살인마’와 ‘유령 작가’라는 두 가지 축을 통해 전쟁, 독재, 대학살로 점철된 20세기에 인간의 악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보리스 안스키의 일기에서 서술되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범죄와 제2차 세계 대전의 홀로코스트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멕시코 국경으로 상징적으로 수렴되며, 2백 명이 넘는 여성 연쇄 살인 사건으로 재생산된다.

 

『2666』은 5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부는 모두 멕시코 북부 국경 지대에서 자행된 여성 살해 사건을 중심 주제로 삼는다. 얼핏 보면 다섯 부분은 서로 다른 별개의 작품처럼 보이지만, 여성 살해라는 주제를 통해 전체적으로 연결된다.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 소개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최후의 작가. 지금은 이 땅에 없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에게 바치는 찬사들이다. 볼라뇨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멕시코로 이주해 청년기를 보냈다. 항상 스스로를 시인으로 여겼던 그는 1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20대 초반에는 〈인프라레알리스모〉라는 반항적 시 문학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이어 20대 중반 유럽으로 이주, 30대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투신한다.

 

볼라뇨는 첫 장편 『아이스링크』를 필두로 거의 매년 소설을 펴냈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볼라뇨 전염병〉을 퍼뜨렸다. 특히 1998년 발표한 방대한 소설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면서 더 이상 수식이 필요 없는 위대한 문학가로 우뚝 섰다. 그리고 2003년 스페인의 블라네스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매달린 『2666』은 볼라뇨 필생의 역작이자 전례 없는 〈메가 소설〉로서 스페인과 칠레, 미국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범죄, 죽음, 창녀의 삶과 같은 어둠의 세계와 볼라뇨 삶의 본령이었던 문학 또는 문학가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암담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통렬한 성찰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의 글은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중첩되고 혼재하며, 깊은 철학적 사고가 위트 넘치는 풍자와 결합항여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으로는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을 비롯해 장편소설 『먼 별』 『부적』 『칠레의 밤』, 단편집인 『전화 통화』 『살인 창녀들』 『참을 수 없는 가우초』, 시집 『낭만적인 개들』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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