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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00)] 어떤 소송



어떤 소송

저자
율리 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4-01-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가이자 독일 문단의 행동하는 지식인 율리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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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400)] 어떤 소송

율리 체 저 | 장수미 역 | 민음사 | 268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3년 토마스 만 상 수상자, 독일 문단의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가 율리 체가 2009년에 발표한 『어떤 소송』은 미래의 건강 지상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남동생의 비극적인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 거대한 체제와 맞선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개인의 자유와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국가와 그 폐해를 비판적으로 그린 이 소설은 언론으로부터 ‘오웰의 『1984』와 비교되는 작품’(가디언)이라는 평을 받았다. 작가 율리 체는 ‘오늘날의 여자 조지 오웰’(도이칠란트라디오)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법정 소설, 범죄 소설, 사이언스 픽션의 형식을 빌려 대담한 상상력과 비판적 문제의식을 보여 주는 『어떤 소송』은 온갖 기술의 발달로 사생활과 개인 정보가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통제되는 오늘날 현실에 보내는 경고의 묵시록이다.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 모든 질병이 퇴치된 사회, 위생과 청결이 지배하는 사회, 사람들이 매일 규정대로 운동하고 매달 건강을 진단받는 사회, 『어떤 소송』의 주인공인 생물학 전공자 미아 홀이 사는 체제는 언뜻 보기에 유토피아 같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체제는 담배 피우는 것을 금지한다. 온갖 불결한 세균들이 있을지 모를 강에서 맨발로 물장구치는 것을 금지한다. 캡슐이나 튜브에 든 음식이 아닌, 직접 잡은 물고기나 직접 뜯은 풀 먹는 것을 금지한다. 심지어 서로 면역 체계가 다른 사람들끼리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도 금지한다.

 

『어떤 소송』은 미아가 ‘방법’이라 불리는 체제에 맞서 벌이는 법정 투쟁을 그린 소설이다. 대부분 사람들처럼 법과 국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던 미아는 반항적이며 자유를 사랑하던 남동생 모리츠의 자살 뒤에 숨은 진실을 통해 체제의 모순을 깨닫고 새로이 태어난다. 소송 과정에서 그녀는 체제의 신봉자인 언론인 크라머와 각각 개인과 자유, 국가와 건강을 변호하며 첨예하게 대립한다. 진정 인간적인 것, 진정 인간을 위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통해 작가 율리 체는 진실과 개인 자유보다 권력과 체제 유지를 중시하는 독단적 국가 체제를 비판한다. 겉으로는 청결과 안전을 내세우지만 반대자를 탄압하기 위해서라면 고문 같은 낡은 수단도 가리지 않는 체제의 맨얼굴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율리 체는 독일에서 행동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9. 11 이후 생물학 정보를 담은 여권이 2008년 독일에 도입되자 개인의 기본권과 배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제소 했다. 또 2013년에는 미국 정보기관의 외국 정상 도청 사건과 관련, 독일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고 총리 관저로 행진하기도 했다.

 

평소 언론 매체를 통해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서슴지 않는 율리 체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잠들지 않은 비판적 의식이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믿는다”라고 말한 적 있다. 『어떤 소송』은 바로 이러한 신념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기술과 각종 매체의 발달로 인류의 삶이 개선된 오늘날, 율리 체는 사생활 감시와 통제, 자유권 침해 등 그 어두운 이면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보라고 외친다. 『어떤 소송』은 우리의 현실을 향한 문학적 경고이자 묵시록으로서 주목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작가 율리 체 소개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하며 지적 담론을 생성하는 작품으로 독일 문단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다. 1974년 독일 본에서 태어나 파사우와 라이프치히에서 법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스물두 살에 단편소설로 등단한 한편, 참여적 지식인으로서 유엔에 근무하거나 여러 신문에 정치적 색채가 강한 글을 게재해 왔다.

 

법조인의 길을 걸으면서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펼쳤는데, 첫 장편소설 『독수리와 천사』(2001)를 발표하자마자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유명세를 타며 독일어권 문학계의 신예로 급부상했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소재로 현대 전쟁의 묵시록적 이미지를 강렬하게 부각시킨 이 작품은 29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독일 서적상, 에른스트 톨러 상을 비롯해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

 

대담한 은유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율리 체 특유의 문체는 전례 없는 혁신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은 이러한 작품 특성을 잘 보여 주면서도, 추리 소설의 형식을 취해 재미와 긴장감을 더하는 기발한 소설이다. 우주의 해석을 둘러싼 두 비범한 물리학자와 한 노형사의 두뇌 대결을 통해 삶과 시간의 본질, 우연과 자유의지 등을 논하는 이 작품은 물리학 박사 출신인 클라우디아 레만의 감독 데뷔작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며, 연극으로도 공연되었다.

 

그 밖에도 부정적 성장 소설 『유희 충동』, 아동서 『사람들의 나라』, 공상 과학 소설 형식을 차용한 장편소설 『범죄의 요체』, 에세이집 『자유에 대한 공격』 등을 발표했다. 독일 도서상, 라우리저 문학상, 횔더린 장려상, 페롤로프앙퀴스트상, 위르겐반저머우테니싼 극작가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현재 브란덴부르크 주의 바르네비츠에서 법조인으로 일하며 꾸준히 집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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