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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02)] 겨울 일기

[책을 읽읍시다 (402)] 겨울 일기

폴 오스터 저 | 송은주 역 | 열린책들 | 256쪽 | 11,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도회적이고 감성적인 언어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독자의 상상력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우연의 미학’이라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탁월한 이야기꾼 폴 오스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폴 오스터의 신작 에세이 『겨울 일기』.

 

『겨울 일기』는 예순네 살의 작가 폴 오스터의 독특한 형식의 회고록이다. 생의 감각적 경험을 기술하는 데 집중한 점, 인과관계나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 비선형적 구성, 자신을 2인칭으로 묘사하는 관찰자 시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당신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오늘까지 이 몸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살펴보자. 감각적 자료들의 카탈로그랄까. 호흡의 현상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되겠다”라고 말한다. ‘호흡의 현상학’, 즉 숨을 쉬는 육체의 감각에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 그리고 그 교차점에서 ‘나’를 규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는 것이야 말로 『겨울 일기』의 회고록의 특징이다.

 

오스터는 육체의 감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한 가지는 성적 쾌감이나 식욕,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을 포함한 쾌감이고, 다른 한 가지는 상처가 나는 고통, 이별의 슬픔, 패배감, 피하고 싶은 죽음 등을 포함한 고통이다. 동시다발적이거나 갑자기 등장시키기도 하면서 나열된 감각적 사건들은 우연하게도 연결돼 있다.

 

오스터는 책 속에서 자신을 ‘당신’이라고 부르며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고 있다. 육체의 감각에 영향을 미친 사건을 한 발 물러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사건들을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마치 패치워크처럼 이어 붙이다 보면 결국 나 자신, 오스터가 말하는 ‘당신’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겨울 일기』는 ‘에세이’라는 분야에 국한시키기는 아까운 소설적 미학을 담고 있다. 여러 가지 문학적 기법을 활용하여 자신의 삶을 심도 있게 통찰하여 특유의 빼어난 문체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쭉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흐트러지지 않는 관찰자 시점의 서술 형태는 묘한 이입을 불러일으킨다. 담담하게 써 내려갔지만 결국 ‘당신’이 처한 상태와 감정은 독자의 것이 된다.

 

‘겨울’이라는 계절의 끝이 상징하는 바 또한 의미심장하다. 2011년에 예순네 살을 맞이한 폴 오스터는 인생의 끝에 서 있다. 오스터는 한 인터뷰에서 치열하게 삶과 싸우며 실패의 쓴맛을 보느라 악전고투하던 자신의 젊은 시절에는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정리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 끝에 서니 불시에 출몰한 인생의 사건들을 건져 올리고 정리할 여유가 생겼다. 자신의 삶은 특별할 게 없기 때문에 어쩌면 지루한 주제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결국 오스터는 자신의 삶과 독자의 삶이 맞닿아 있고 우연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겨울 일기』를 통해 작가와 독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작가 폴 오스터 소개

 

소외된 주변 인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면서도, 감정에 몰입되지 않고 그 의식 세계를 심오한 지성으로 그려 내는 폴 오스터는 그 마법과도 같은 문학적 기교로 <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는 칭호를 부여 받은 바 있는 유대계 미국 작가로 미국에서 보기 드문 순문학 작가이다.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에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 현장감과 은은한 감동을 가미시키는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는 그는 현대 작가로서는 보기 드문 재능과 문학적 깊이, 문학의 기인이라 불릴 만큼 개성 있는 독창성과 담대함을 소유한 작가이기도 하다.

 

1947년 뉴저지의 중산층 가족에게서 태어났다. 콜럼비아 대학에 입학한 후 4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았으며, 1974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1970년대에는 주로 시와 번역을 통해 활동하다가 1980년대에 『스퀴즈 플레이』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미국 문학에서의 사실주의적인 경향과 신비주의적인 전통이 혼합되고, 동시에 멜로드라마적 요소와 명상적 요소가 한데 뒤섞여 있어, 문학 장르의 모든 특징적 요소들이 혼성된 ‘아름답게 디자인된 예술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문단, 특히 프랑스에서 주목 받고 있으며, 현재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작품 내부를 살펴보면 기적과 상실, 고독과 열광의 이야기를 전광석화 같은 언어로 종횡 무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또한 운명적인 만남과 그리고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탄탄한 문장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결합시켜 독자들을 있을 법하지 않게 뒤얽힌 우연의 연속으로 이끌어 간다.

 

특히 폴 오스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뉴욕 3부작』은 탐정 소설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3편의 단편을 묶은 책으로, '묻는다'는 것이 직업상의 주 활동인 탐정이라는 배치를 통해 폴 오스터의 변치 않는 주제 - 실제와 환상, 정체성 탐구, 몰두와 강박관념, 여기에 특별히 작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여러 함의-를 들여다 보게 하는 작품이다. 각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들은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계속 사건을 추적하지만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지고, 탐정들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거나 짓궂은 우연의 장난에 휘말리던 끝에 결국 '자아'라는 거대한 괴물과 맞닥들이게 된다.
 

뉴욕의 한 담배가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흔한 뉴요커들의 일상을 너무도 현실적으로 체감케 한 <스모크>의 시나리오를 담당하기도 했고, <블루 인 더 페이스>에서는 직접 연출을 담당하기도 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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