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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09)] 봄에 나는 없었다



봄에 나는 없었다

저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출판사
포레 | 2014-0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애거서 크리스티 심리 서스펜스 걸작, 국내 첫 공식 완역판 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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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409)]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저 | 공경희 역 | 포레 | 268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봄에 나는 없었다』는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1944년에 발표한 심리 서스펜스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출간 직후 애거서는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과 믿었던 남편의 외도에 충격을 받고 스스로 실종사건을 일으키는 등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의 사유를 바탕으로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인간’ 특히 ‘여성의 삶’을 주제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쓴다. 추리작가로서 이미 명망이 높았던 그녀는 독자들의 혼동을 우려해 필명으로 출판했고 이는 애거서의 뜻에 따라 오십 년 가까이 비밀에 부쳐졌다.

 

자상하고 유능한 변호사 남편, 반듯하게 자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활기 넘치는 주부, 조앤 스쿠다모어. 그녀는 딸의 병간호를 마치고 바그다드에서 런던으로 돌아오던 길에 여고 동창 블란치를 만난다. 학창 시절 친구들의 우상이었던 블란치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남자 이야기나 떠들어대는 천박하고 추레한 중년으로 변해 있었고 조앤은 그녀와 자신을 비교하며 속으로 우쭐댄다. 하지만 블란치는 조앤의 가족에 대해 언뜻언뜻 이해 못할 이야기를 던져 조앤의 심기를 거스른다.

 

조앤은 그후 폭우로 교통이 끊기면서 사막의 기차역 숙소에서 발이 묶인다. 어둡고 서늘한 무덤 같은 숙소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을 걷는 것 말고는 아무 할 일이 없는 허허벌판에서 조앤은 이 며칠을 그동안 바라던 온전한 자기만의 휴식 시간으로 삼기로 한다. 하지만 블란치가 던진 몇 마디 말이 불씨가 되어 과거의 일들이 머릿속에서 하나씩 점화되며 떠오르기 시작한다. 도마뱀처럼 여기저기 구멍에서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기억의 조각들이 그녀에게 비아냥거리고 있었다. “넌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자신 있어하더니 왜 그렇게 지쳤지?”

 

조앤이 자기발견이라는 가파른 꼭대기로 올라가기까지, 친구가 던진 말에서 불붙은 상상, 상상에서 야기된 의심과 불안, 그리고 충격과 공포와 몰락으로 전개되는 클라이맥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어떤 작품보다 강렬하고 압도적인 스릴과 긴장감을 자아낸다. 조앤이 과거에 일어난 일, 그때 오간 대화를 되새길수록, 그것이 두려울 만큼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에서는 퍼즐을 맞춰가는 추리소설의 서술트릭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물론 조앤이 풀어야 할 퍼즐은 ‘범죄’나 ‘수수께끼’가 아니라 두 얼굴을 가진 ‘기억’이라는 퍼즐이었다.

 

불안이 가파르게 증폭되는 조앤의 회상 장면은 자신에게 만족하며 살아가던 인간이 타인의 눈빛이나 말 한마디에 속절없이 무너질 수도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말해준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다가드는 불안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감정일 것이다. 작가는 불완전한 기억의 퍼즐을 맞춰가는 조앤을 삼인칭 주인공의 시점으로 묘사한다. 이는 주인공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냉정한 시점을 견지해 자신을 반추하라는 의도로 이해된다. 때문에 독자는 주인공에게 아주 밀착하지도,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와 자신을 겹쳐 바라보면서 바라지 않던 자기분석의 시간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 소개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는 1890년 9월 15일 영국의 데번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뉴욕 출신의 아버지 프레드릭 앨버 밀러와 영국 태생의 어머니 클라라 버머 사이의 삼남매 중 막내로 어린 시절을 애슈필드라 불리는 빅토리아 양식의 집에서 보냈고 이때의 경험이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열한 살에 아버지를 여읜 그녀는 열여섯에 파리로 건너가 성악과 피아노를 공부했다. 1912년, 영국으로 다시 돌아와 2년 뒤 크리스티 대령과 결혼, 남편이 출전하자 자원 간호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던 그녀는 1916년 첫 작품으로 『스타일즈 저택의 수수께끼』를 썼는데 이는 4년 뒤인 1920년 출간되었다.

 

그녀의 처녀작인 『스타일즈 저택의 수수께끼』는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한 헤이스팅스가 옛친구의 어머니 집인 스타일즈 저택을 방문하면서 독살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황한 헤이스팅스가 순간 떠올린 것은 계란형 얼굴에 콧수염을 자랑하는 벨기에에서 망명한 에르큘 포아로. 회색 뇌세포로 불리는 불후의 명탐정 포아로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책으로, 추리 소설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계속 소설을 발표하던 그녀는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한 뒤, 이듬해 메소포타미아 여행을 하던 중 고고학자 맥스 멜로윈을 만나 1930년 재혼하였다. 1967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영국 추리협회의 회장이 되었고, 1971년에는 뛰어난 재능과 왕성한 창작욕을 발휘한 업적으로 영국 왕실이 수여하는 데임(Daem) 작위(남성의 Knight에 해당하는 작위)를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받아 데임 애거서가 되었다.

 

1976년 1월12월 런던 교외의 저택에서 8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생애 동안 장편 66권, 단편집 20권을 발표하여 '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별명과 함께,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추리 소설 작가로 여전히 군림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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