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13)] 그 아이의 아이



그 아이의 아이

저자
바바라 바인 지음
출판사
봄아필 | 2014-01-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회의 금기 뒤에 숨어 있는 폭력과 상처 소외된 소수자들을 통해...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413)] 그 아이의 아이

바바라 바인 저 | 박찬원 역 | 봄아필 | 424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한국에서도 시급하면서도 중대한, 방치된 미혼모와 사생아 등에 대한 문제적 시각을 담은 작품.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미혼모와 사생아의 문제는 매우 시급하고 중대한 사회적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작품은 바로 미혼모와 사생아 그리고 동성애에 관한 금기와 추방의 역사를 바탕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하는 사회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문제를 다룬 심리 미스터리의 거장 바바라 바인의 문제작이다.

 

런던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박사학위를 준비 중인 스물여덟의 그레이스는 조지 엘리엇, 토마스 하디, 엘리자베스 개스켈 등의 소설에 나타난 미혼모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그레이스는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소설 『루스』를 읽으며 약 150년 전에 쓰인 이 소설에 큰 충격을 받는다. 소설 속 루스는 믿음 없는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후 결혼반지를 손에 끼고 자신을 ‘부인’이라 소개하지만 결국 누구에게도 미혼모임을 감출 수 없었다. 루스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조차 그녀가 추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하고, 루스 역시 자신이 죄를 지었으며 벌을 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이 소설은 개스켈이 파슬리라고만 알려진 영국의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쓴 것이었다. 그레이스는 소설 속에 나타난 당시 사회의 미혼모의 운명에 절절히 아파하며 소설 속 미혼모에서 영국 여성작가들의 실제 삶으로 관심을 넓혀간다.

 

이야기는 1929년 영국 남서부 끝자락에 있는 데번 주로 이동한다. 스물다섯의 존은 런던에서의 교사 생활을 접고 데번 시골 마을의 교사로 자리를 옮기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이 사회로부터 죄악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그의 동성애 애인 버티와의 관계를 비롯한 동성애자로서의 욕망과 유혹에서 벗어난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데번 주로 떠나기 전 들른 브리스톨의 고향 집에서 존은 열다섯 살의 여동생 모드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같은 학교 합창단에 있었던 로니의 아이였다. 입덧이 오고 허리가 두루뭉술해진 모드는 가족 중 유일하게 자신에게 다정한 오빠 존에게 비밀을 털어놓는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모드의 부모는 그녀의 뱃속에 든 아이를 무슨 질병이라도 되는 듯 취급하며 그녀를 미혼모 기관으로 보내려 한다.

 

1929년 4월 법정 결혼 연령이 여성은 열여섯 살로 바뀌면서 12월에 아이를 낳게 되는 모드는 아직 열여섯 살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결혼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결혼을 하지 않은 채 그녀가 아이를 낳는 것은 위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존은 로니의 주소를 알아내어 모드가 로니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으니 만날 수 있겠느냐고 정중히 편지를 써 보내지만 답장은 오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내버려질 위기에 처한 모드를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오빠 존이 보듬어주면서 자신이 데번 주로 갈 때 그녀를 데리고 가 같이 살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낯선 곳 데번 주 작은 마을에서 이웃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부부처럼 생활하며 모드의 딸 호프를 낳아 기른다.

 

그러던 어느 날 런던에서 존의 동성애 애인 버티가 그들의 집에 방문한다. 이후로 존은 버티에게 보내는 편지에 돈을 조금씩 동봉한다. 존은 돈을 보내지 않는다면 버티를 잃게 될까 두려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보내고, 그 액수는 급기야 버티 봉급의 두 배에 달하게 된다. 돈을 요구하는 협박으로 변해가는 버티의 편지에 존은 상처를 받고, 런던으로 버티를 만나러 가지만 런던에서 행방불명된 체 다시 모드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이 책은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추리소설 작가, 바바라 바인(루스 렌델)이 2012년에 쓴 작품이다. 루스 렌델은 바바라 바인이라는 필명으로 쓴 소설에서는 보다 여성스럽고 섬세하며 직관적인 목소리로, 변화하는 사회와 여성의 지위 변화, 가족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었다. 소설 속 화자 그레이스의 조용하고 침착한 목소리를 통해 저자는 여성의 감정과 심리를 그려내고 있다.

 

미혼모와 동성애, 그리고 사생아라는 어두울 수 있는 주제는 여느 소설에서처럼 충격적이거나 적대적인 시선이 아니라 거부감 없이 자연스런 일상의 흐름으로 담담히 받아들여진다. 물론 추리소설 작가의 면모가 곳곳에 충실히 드러난다. 살인을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적 배경과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촘촘히 묘사하는 문장은 우리를 단숨에 색다른 시간과 공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아울러 『그 아이의 아이』는 작은 것에 대한 묘사 또한 흥미롭다.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던 시기의 영국 작은 시골 마을과 현대 도시 생활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또한 작고 궁핍한 생활에서 점차 현대적이 되어가는 시대의 변화는 개인의 사고방식 내지 가치관의 변화도 내포하는 것이므로, 소설 속 그레이스가 당당히 혼자서라도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고 하는 결정은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주장임에 틀림없고 그런 그녀를 공감하게 한다.

 

 

작가 바바라 바인(루스 렌델) 소개

 

영국 최고의 스릴러 및 심리 미스터리 작가인 바바라 바인(루스 렌델)은 1930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여고를 졸업하고 지역 신문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1964년 첫 소설을 발표했고 <웩스포드 경감>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었다. 지금까지 80여 권의 책을 펴냈고, 작가로서 영국 왕실에서 수여하는 작위를 받았다.

 

그녀의 소설은 범인 찾기 게임에만 치중하지 않고, 범죄자와 희생자의 사회적 배경과 심리적 내면으로 깊이를 확장한다. 특히 바바라 바인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은 개인이나 인간의 문제, 사회나 심리 표현에 더 깊은 관심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사회적 소수자와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사랑에 관한 비극을 이야기한다.

 

『치명적 반전』등의 작품으로 영국 범죄소설작가협회가 주는 ‘골드 대거 상’을 네 번 받았다. ‘골드 대거 상’은 영국 범죄소설작가협회에서 그 해 출간한 여러 나라의 범죄소설 가운데 최고의 작품에게 주는 상이다. 또한 일생 동안 범죄소설에 뛰어난 업적을 이룬 작가에게 수여하는 ‘다이아몬드 대거 상’을 1991년에 수상했다. 2005년에는 영국 범죄소설작가협회 50주년 기념으 로 ‘골드 대거’를 수상한 소설 중에서 최고의 소설에게 수여하는 ‘Dagger ofDaggers’ 상을 『치명적 반전』으로 수상했다. 미국에서도 미스터리작가협회에서 세 번의 [에드거상], 장르 소설 부문에서 ‘내셔널 북 어워드’, ‘선데이 타임즈 문학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영화나 TV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