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453)] 언제나 일요일처럼
톰 호지킨슨 저 | 남문희 역 | 필로소픽 | 304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아이들러>의 편집장이자 ‘게으르게 살기’의 고수가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게으르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게으름을 무기력, 나태함으로 규정하는 통념을 비판하고 재미, 만족, 기쁨으로 새롭게 정의내리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새로운 삶의 자세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게으름이 나쁘다는 주장은 산업혁명 이후부터 나타난 겨우 200년 된 거짓말에 불과하다. 자본가와 관료, 목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지루하고 획일적인 노동을 ‘자조’, ‘검약’, ‘의무’라는 말들로 설득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을 죄악시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최대한 빠르고 기운차게 침대에서 튀어나가 유익한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도덕적 통념에 짓눌려 살아야 했다. 하지만 위대한 사람일수록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늦게 일어난다는 것은 정신의 독립이자 일, 돈, 야망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늦잠, 낮잠, 꾀병, 잡담, 어슬렁거리기 같은 게으른 습관들을 고쳐야 할 나쁜 태도로 규정하고 사람들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고정관념들을 포복절도할 사례와 비유를 들어 신랄하게 비꼰다. 근면의 전도사 에디슨은 밤에 세 시간밖에 안 잔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낮잠도 세 시간을 잤다고 폭로한다. 항상 늦잠을 잤던 데카르트는 침대에 누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합리론을 완성했고 빅토르 위고는 오후 시간을 2층 버스에서 한가롭게 도시를 구경하면서 보냈다. 또 조앤 롤링은 열차 창밖을 멍하니 보다 『해리 포터』를 탄생시켰다.
또한 시인 월트 휘트먼은 자신이 일하는 신문사에 11시 반에 출근해서 12시 반이면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두 시간 후에 돌아와서 몇 시간만 일하고 퇴근했던 ‘빈둥거리기’의 거장이었다. 존 레논은 세계 평화를 위해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베토벤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개의치 않고 집밖을 어슬렁거리는 동안 머릿속에서 음악을 완성시켰다.
저자는 게으름에 대한 통념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통쾌한 논리로 뒤집는다.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늦잠, 술, 담배, 섹스, 낮잠, 빈둥거리기, 어슬렁거리기 등의 행위들이 실제로는 삶을 더욱 생생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대안적 가치라고 역설한다. 또한 게으름을 단순한 개인적인 가치를 넘어서 우리의 노동력을 쥐어짜려는 지배 질서에 대한 반항으로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무기로까지 승격시키고는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게을러질 것을 촉구한다. 파업은 천재적인 게으름꾼의 발명품이며 게으름을 긍정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혁명이자 사회혁명이라는 것이다.
작가 톰 호지킨슨 소개
1968년 영국 출생인 톰 호지킨슨은 천성적 게으름과 동기 결여로 사회에 부적응하던 중, 게으름뱅이를 단지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한 새뮤얼 존슨에게 감명을 받아 1993년 잡지 <아이들러>를 창간했다.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가디언> <선데이타임스> <인디펜던트온선데이> 등 다양한 신문과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며 TV와 라디오 및 각종 문화 행사에 패널로 출현하고 있다.
집필한 책으로는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 『게으른 즐거움』이 있는데, 첫 출간작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은 20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영국, 이탈리아, 독일의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럽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한편 『데일리텔레그래프』지에 자신의 세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함께 양육에 관한 칼럼을 연재해 새로운 대안을 꿈꾸던 젊은 부모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즐거운 양육 혁명』을 집필했다. 또한『언제나 일요일처럼』은 20개국에 출간되어 영국, 이탈리아,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그는 영국 데번의 한 농장에서 부인과 세 아이 그리고 말과 토끼, 고양이와 닭과 함께 어우러져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글을 쓰며 살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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