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450)] 젤롯
레자 아슬란 저 | 민경식 역 | 와이즈베리 | 420쪽 | 16,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국 아마존, 뉴욕타임스 1위를 휩쓸고 영국, 중국, 독일 등 25개국 이상에 수출된 화제작. 20년 이상의 역사적 고증을 통해 완성한 예수의 전기로 교회의 틀에 갇혀 신적인 존재로서만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를 벗어나 유대의 독립과 민중을 위해 싸운 혁명가 ‘나사렛 예수’로서의 면모를 제시하고 있는 매혹적인 논픽션이다. 저자인 레자 아슬란은 산타클라라대학, 하버드대학,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종교학을 연구한 종교학자로, 어린 시절 자신이 맹목적으로 따랐던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예수의 모습이 학문적인 연구를 통해 드러나는 실체와 상충하는 것을 깨달으며 이 연구에 깊이 천착하게 됐다.
변방의 구멍이라고 불린 1세기 팔레스타인, 그 당시 이곳을 식민지로 삼았던 로마를 비롯한 열강들은 왜 이 조그마한 나라가 그토록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숱한 침략과 핍박의 역사 속에서도 과거의 예언을 실행하기 위해 메시아를 자처하는 리더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봉기했다. 예수는 그중에서도 단연 카리스마 넘치고 혁명적인 리더였다. 로마는 그를 십자가 처형했으나 그의 메시지는 종교가 되어 로마를 삼켰다. 절대 굴복을 모르는 의지, 하느님의 나라가 기어코 오리라는 열정적인 신념, 이것이 젤롯(zealot)이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젤롯은 젤롯당(The Zealot Party)과는 다르다.
저자는 자신이 한때 그토록 사랑했고 의심했던 예수의 진짜 모습을 추적하기 위해 20년간 학문적으로 연구했다. 주요 복음서를 분석하고, 당시 로마 문헌에도 널리 알려진 유대인 역사학자 요세푸스의 『유대고대사』를 중심으로 타키투스, 요르게네스 등이 집필한 고대 문헌들 및 존 P. 마이어, 리처드 A. 호슬리, 존 핸슨, 마틴 헹엘 등 저명한 학자들의 수백 건에 달하는 저작들을 근거로 예수가 그 당시 사회에 널리 퍼졌던 ‘젤롯’의 신념을 간직한 정치적 혁명가임을 증명해나간다.
1부에서는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나라인 로마 제국의 통치와 귀족 대제사장들의 탐욕으로 민중들의 신음소리가 높았던 시대, 그런 이유로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할 것이라는 과거의 예언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스스로 계시를 받은 메시아임을 자처하는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반란을 일으켰던 혼란스러운 시대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이 반란들은 모두 실패로 끝나고 로마는 국권의 강화를 위해 성스러운 수도 예루살렘을 비롯한 유대의 땅을 초토화 시킨다. 그리고 이후 로마에서 처음 메시아 예수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졌으며 그것이 마가복음임을 암시한다. 저자는 이처럼 1세기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상황을 훑으며 메시아들 중 하나로 등장했던 예수의 모습이 어떠했을지를 자연스레 짐작하도록 유도한다.
2부에서는 예수에 관련된 주요 사건들, 성전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대제사장에 반기를 들고자 성전에 있던 장사치들을 내쫓고 제의용 물건들을 부수었던 이른바 ‘성전 정화’ 사건이라든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본격적인 선교에 나서는 모습, 갈릴리 지역을 돌며 제자를 모으고 귀신들린 사람, 나병 환자 등을 치유해주는 행위를 해나갔던 일화, 예루살렘으로의 입성과 십자가 처형 등을 통해 역사적 사실관계를 가려내고 예수의 캐릭터와 그가 꿈꿨던 세상을 추론해나간다.
3부는 예수 십자가 처형 이후, 예수의 동생 야고보를 중심으로 예루살렘을 근거지로 한 유대파와 주로 로마에서 활동했던 바울의 헬라파로 나뉘어 진행된 예수 운동을 그린다. 예루살렘 함락 이후 유대파의 세력은 사라지고 헬라파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가 로마의 시민을 대상으로 포교되었으며, 로마의 정권 교체 속에서 박해 받았다 다시 국교로 인정되는 과정을 통해 현재 기독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음을 설명한다.
이러한 전개 과정을 통해 저자는 복음서에서 그리는 예수의 모습이 왜 혁명가와는 거리가 먼 것인지를 밝혀낸다. 로마에 대항한 유대인들의 반란은 결국 모두 실패로 끝난다. 로마는 국권 강화를 위해 예루살렘을 초토화시키며 유대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다. 저자는 이후 각지로 흩어져 목숨을 보전한 유대인들이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그리고 로마에 사는 초기 기독교인들을 선교하기 위해 집필하기 시작한 것이 복음서라는 사실을 짚어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대 민족주의, 혁명주의 색채를 지울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예수의 원래의 모습도 점차 희석되어 갔던 것이다.
또한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이러한 집필 동기 등을 이유로 복음서가 전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하며 성서에 갇힌 해석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한다. 기본적으로 복음서는 “예수의 언행에 대한 목격담도 아니고 살아생전 예수를 알고 있던 사람들이 쓴 것도 아닌”데다 “관찰할 수 있고 입증할 수 있는 과거의 사건을 비평적으로 분석한다는 개념의 역사는 현대사회의 소산물로 이러한 현대적 역사 개념은 복음서 기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생소했으며 그들에게 역사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란 출신에, 현재는 모태 신앙이었던 이슬람교로 돌아간 이력 때문에 출간 당시, 미국 내 반(!)이슬람 감정을 가진 집단에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입장의 지지를 얻으면서 다양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이는 종교다원주의의 영역으로까지 번졌다. 또한 문예창작 학위를 가지고 현재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답게 자칫 딱딱하고 지루해질 수도 있는 역사적 내용을 소설적 기법을 활용하여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또한 미스터리한 인물인 예수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동시에 수많은 열강들의 침략 속에 수난을 당했던 파란만장한 운명의 땅 1세기 팔레스타인과 초기 기독교의 형성 과정에 대해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훌륭한 교양서가 될 것이다.
작가 레자 아슬란 소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이자 종교학자. 1972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1979년 이란 혁명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10대 시절, 복음주의 기독교에 심취했다가 다시 가족의 종교인 이슬람으로 개종한 이력이 있다.
산타클라라대학, 하버드대학,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종교와 신학을 공부했고, 아이오와대학의 이슬람 및 중동연구학과의 방문 조교수로 있는 동안 작가 워크숍에서 픽션 분야 예술학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종교학과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로 있으며 평화와 안보에 대한 주제로 여러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작으로 『No God But God』, 『Beyond Fundamentalism』이 있다.
『젤롯』은 20년 동안 신약성서와 초기 기독교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한 결과물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미스터리한 인물인 예수에 대해 그리고 기독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뿐 아니라, 소설처럼 속도감 있게 읽히는 매혹적인 논픽션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보수적인 미디어로 유명한 폭스TV의 공격적인 인터뷰에 학자적인 태도로 맞서면서 오히려 수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어 종교 부문에서는 이례적으로 아마존 전체 베스트셀러는 물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기도 하다.
현재 기독교 신자인 아내와 함께 서로의 종교에 대해 존중하며 이 연구를 통해 발견한 예수의 가르침을 자녀들에게 전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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