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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66)] 북로우의 도둑들



북로우의 도둑들

저자
트래비스 맥데이드 지음
출판사
책세상 | 2014-04-1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20세기 초 뉴욕의 전설적인 헌책방 거리 북로우… 불운한 천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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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466)] 북로우의 도둑들

트레비스 맥데이드 저 | 노상미 역 | 책세상 | 372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북로우(Book Row)는 뉴욕 맨해튼에 있었던 헌책방 거리로, 애스터 플레이스에서 유니언 스퀘어까지 죽 이어진 4번 가의 여섯 블록을 일컫던 이름이다. 말 그대로 ‘책들이 늘어서 있는’ 북로우 거리에는 48개의 헌책방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자 맥데이드는 대공황기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깨끗하지 못한 물건들에 손을 대게 된 서적상들과 그들에게 물건을 대주는 도둑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뒤쫓는 뉴욕공공도서관 특별조사관의 이야기를 법원 기록과 신문 및 잡지 기사, 서적상들의 회고록과 미출간 회고담 등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살아생전 인정받지 못한 불운한 천재 에드거 앨런 포의 초기 시집으로 250부밖에 인쇄되지 않은 『알 아라프, 티무르』초판본이 있다.

 

백여 년 전의 뉴욕 브로드웨이 4번 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이었다. 책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손님조차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서점 주인부터 빨리 한몫 잡고 싶어 하는 한탕주의에 사로잡힌 얼치기까지, 쓸모없는 싸구려 책부터 귀한 초판본이나 찾기 어려운 희귀본까지, 북로우에는 책을 사랑하는 온갖 사람들과 책들이 모여들었다. 한번 출판된 책이라면 북로우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북로우는 애서가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도서관의 입장에서는 지옥과도 같았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어야 하는 법. 도서관, 그중에서도 공공도서관은 북로우의 가장 큰 공급원이었다. 서적상이자 책 도둑이었던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늘 가득 차 흘러넘치는 데다 벽까지 갈라진 무궁무진한, 영원한 샘”이었다. 고되고 어려운 중고 서적 사업은 경기가 바닥을 치다 못해 땅속을 파고 들어가는 대공황기에 더욱 힘들어졌다. 특히 책 기근이 심각했다.

 

그래서 많은 서적상들이 알면서도 여러 차례 세탁된 장물을 사들이거나, 그 장물을 ‘손질’ 하거나(낡은 초판본과 좀더 말끔한 나중 판본을 감쪽같이 결합하는 기술자들이 이름을 날렸다), 심지어 책 도둑과 직거래를 하기도 했다. 물론 그 시절 북로우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그러나 1926년에 시작해 5년간 미국 북동부 전역을 휩쓴 북로우 절도단의 시대야말로 미국 역사상 도서관 절도가 가장 극성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19세기 말 미국 북동부, 특히 매사추세츠 주에는 수백 개의 도서관이 생겨났다. 그들 도서관들은 재원이 부족해 공공도서관이라면 구입하지도 않을 기부 물품들―예컨대 가족사나 원고 따위―을 무턱대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1930년경이 되자 그 같은 문헌들은 ‘아메리카나’라는 범주에 묶여 가치가 급등했다. 아메리카나란 아메리카 관련 문헌을 가리키는 말로, 미합중국 건설과 정착 그리고 탐험에 관련된 글이나 출간된 모든 자료들이 그에 해당됐다. 아메리카나가 책 도둑들의 표적 제1순위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맨해튼 북로우 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책 도둑은 물론 서적상들까지 반길 만한 일이 생긴다. 미국에서 몇 안 되는 대규모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 중 하나인 애스터 도서관을 통폐합한 뉴욕 공공도서관이 생긴 것이다. 애스터 도서관은 폐가식 서가와 불친절한 사서, 그리고 (폐가식 서가를 운영하는 데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도서관 절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런데 도서관 절도 사건은 대개 법정에서 허술하게 다루어져,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기로 유명한 판사조차 책을 훔치다 적발된 가난한 학생의 편을 들어줄 정도였다.

 

10년 만에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뉴욕 공공도서관이 완공되었지만 절도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도서관장은 사라진 책들을 되찾는 일을 전담할 ‘특별조사관’ 직책을 만들어 적임자를 그 자리에 임명했다. 뉴욕 공공도서관 특별도사관 자리에 임명된 에드윈 화이트 길야드는 여러 해 동안 도서관 보안 문제 개선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온 사서였다. 직무를 수행하는 몇십 년 동안 그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도서관을 안전하게 지켜냈다. 길야드의 가장 큰 공적은 책 도둑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한 것이었다. 도서관 관련 법률 조항과 법정 절차 등에 정통한 지식을 가진 길야드가 재판에 부친 사건들 중 유죄 판결을 받아내지 못한 사건은 없다고 할 정도로 그는 뉴욕 공공도서관의 전설적 존재로 남았다.

 

이제 북로우 거리가 있었던 뉴욕 브로드웨이의 4번 가에는 뉴욕 시민들은 물론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스트랜드 서점’만이 남아 있다. 나머지 47개의 서점들은 중고 서적 사업의 쇠퇴와 맨해튼의 높은 임대료를 이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가거나 대부분 폐업했다. 스트랜드 서점마저 살인적인 임대료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고 한다. 확실히 책에 열광하던 시대는 갔다. 하나의 물건으로서의 책에 대해서도, 그 책을 읽는 독서라는 행위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예전만큼 큰 열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북로우의 도둑들』은 범죄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벨 에포크’에 대한 정겨운 시선이 담겨 있다. 절도라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을지라도 여전히 우리는 책 도둑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한 경향이 있지 않은가. 아마도 책이라는 사물에 대한 잣대가 여타의 것들에 대한 그것과 사뭇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동네 서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많은 이들이 단말기로 이북(e-book)을 보는 시대가 왔지만 여전히 물성을 지닌 책은 독자를 설레게 한다. 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여전히 잘 디자인되고 튼튼하게 장정한 책의 물성에, 종이가 주는 대체 불가능한 독특한 감촉에 매혹된다. 잘 만든 책 한 권은 언제까지나 (비록 소수일지라도) 애서가의 책장을 빛내줄 것이다.

 

 

작가 트래비스 맥데이드 소개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에서 법무 박사 학위를,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에서 희귀 서적 및 지도, 문서, 그리고 여타 인쇄물 문화유산 자원 관련 범죄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자 희귀 서적 큐레이터이기도 하다. 2006년에 첫 책 『책도둑: 다니엘 슈피겔만이 저지른 진짜 범죄들』을 출간했다. 2013년에 두 번째 책 『북로우의 도둑들―뉴욕의 악명 높은 희귀본 절도단과 그들을 일망타진한 남자』를 발표했다. 현재 일리노이 대학교 법과 대학에서 ‘희귀 서적, 죄와 벌’이라는 강좌 명으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라디오, 텔레비전 등에도 출연해 법률 관련 이슈에 대해 논평하거나 서적 관련 범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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