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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72)] 늑대 인간

[책을 읽읍시다 (472)] 늑대 인간

리차드 아피냐네시 글 | 스와바 하라시모비치 그림 | 이예원 역 | 미메시스 | 176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늑대 인간 - 유아기 신경증에 관하여』(1918)가 원제였던 프로이트의 논문은 근대 정신분석의 창시적인 문헌 중 하나이다. 프로이트는 이 논문을 포함한 임상 사례를 기록한 일련의 보고서에 근거해 이후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심리성적 발달 이론을 제기했다. ‘전이’부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까지, 초자아부터 ‘원초적 장면’에 이르기까지, 프로이트가 집필한 대표적 정전과 그 핵심 개념들은 과학과 문학의 경계를 흐리고, 오늘날까지도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낳고 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서 가장 중요한 증례인 『늑대 인간』이 미메시스에서 그래픽노블로 출간됐다.

 

빈, 1910년. 젊은 러시아 귀족 세르게이 판케예프가 절박감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베르크스트라세 사택을 찾는다. 이어지는 분석 치료 과정에서 프로이트는 환자가 어린 시절 꾼 꿈에 주목한다. 흰 늑대 한 떼가 창밖 나무에 위협적으로 걸터앉아 있던 꿈 장면의 획기적인 분석으로 인해 세르게이 판케예프는 영원히 ‘늑대 인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고 프로이트 본인은 근대 사상사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이 책은 판케예프의 파란만장한 삶의 굴곡을 따라가면서 프로이트와 그 뒤를 이은 분석가들이 어떻게 그의 극심한 신경증의 근원을 해명하고자 시도했는지 짚어 본다.

 

『늑대 인간』은 결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다. 한 남자의 일생을 따라다닌 집착과 신경증,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다. 결코 일반적인 그래픽노블의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어두운 이야기가 그래픽노블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늑대 인간’은 프로이트와 상담 치료를 받는 동안 이 증례에서 핵심 개념인 ‘늑대 꿈’을 그려 보여 주었다. 그가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 꿈을 이미지화하고 그려 보는 것 자체가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프로이트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연상법과 이 이야기가 갖는 탐정 소설과 같은 서사 구조가 이 이야기를 그래픽노블화 하는 데 기반이 됐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스와바 하라시모비치는 ‘늑대 인간’의 분열된 정신 상태, 그가 느낌 두려움, 공포스러운 늑대 꿈을 표현하기 위해 콜라주 기법을 도입했다. 또한 어두운 분위기를 이어 가기 위해 흑색을 유지했다. 그녀는 페이지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를 그림으로 그리고 그 그림을 잘라 이리저리 배치하며 페이지를 구성했다. ‘늑대 인간’의 조각난 기억들을 맞춰가며 치료를 완성해간다는 의미에서도 콜라주 기법은 완벽하게 이 이야기와 어울린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856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프라이베르크에서 출생했다. 네 살 때 빈으로 이주한 프로이트는 빈 대학 의학부에 진학하여 브뤼케 교수가 이끄는 생리학 연구실에 들어가 6년 동안 중추신경계의 해부 등에 관해 연구한 후, 파리의 살페트리에르 병원에서 샤르코의 지도 아래 히스테리 환자를 관찰했다. 이후 브로이어와의 만남은 프로이트의 인생에 전환점을 가져왔다. 브로이어는 프로이트에 앞서 히스테리 환자에게 최면술을 걸어 심적 외상을 상기시키면 히스테리가 치유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프로이트는 브로이어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카타르시스 요법을 확립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이트는 이 치료법의 결함을 깨닫고 최면술 대신 자유 연상법을 이용한 치료법을 발전시키고 여기에 ‘정신분석’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작가 소개

 

글 : 리차드 아피냐네시

 

리차드 아피냐네시는 고전예술사학 박사다. 작가 및 독자 출판 협동조합 Writers & Readers Publishing Cooperative 설립자이자 공동 조합장을 지냈으며 이후 아이콘 북스 설립자이자 공동 대표로서 세계적 각광을 받은 일러스트레이션 시리즈 『초보를 위한』과 『소개』를 기획·편집하였다. 이중 베스트셀러인 『프로이트』 『포스트모더니즘』 『실존주의』 외 다수를 집필했다. 현재 셀프메이드히어로 출판사의 『만화 셰익스피어』 시리즈 편집·감수자이다. 저서로 『스탈린의 고아들』 『이슬람 사원』과 『미국 파괴하기』로 구성된 픽션 3부작 『이탈리아 페르베르사』과 소설 『미시마 유키오가 천황에게 올린 보고』, 그란타 북스에서 출간한 『실존주의자들은 무엇을 믿는가?』 가 있다. 문화예술 저널 『써드 텍스트』의 현 주필이자 『퓨처스』의 전직 리뷰 전담 편집자였으며, 전시 큐레이터로도 활동한다.

 

그림 : 그림 스와바 하라시모비치

 

스와바 하라시모비치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태어나 2006년 로얄 칼리지 오브 아트를 졸업했다. 삽화와 사진, 판화를 주재료 삼아 정체성과 내러티브, 역사, 기억, 그리고 상상력과 같은 주제를 탐구한다. 펭귄 북스와 『가디언』의 『위크엔드 매거진』으로 V&A 일러스트레이션상을 두 차례 수상하였으며, 2010년에는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았다. 그녀는 현재 런던에서 작업하며 센트럴 세인트 마틴 칼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에서 박사 과정 중에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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