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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8)]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 송병선 역 | 민음사 | 170쪽 |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90세 노인과 14세 소녀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출간 전부터 해적판이 나돌 정도로 굉장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돈을 주지 않고 관계를 맺은 적이라곤 단 한 번도 없던 노인이 한 소녀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특유의 환상적 기법으로 묘사했다.

 

인생의 황혼기에 이른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작품 속에서 90세의 노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서글픈 언덕’이라는 별명 외에는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노인은 평생 동안 독신으로 살면서《라 파스 신문》의 기자로 칼럼을 쓰며 독신으로 살아왔다. 그는 열두 살 때 사창가 최고의 창녀 카스토리나로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운 뒤, 잠자리를 같이한 모든 여자에게 늘 돈을 줬다. 딱 한 번, 파괴적일 만큼 강력한 성적 매력으로 가득한 여인 히메나 오르티스와 결혼할 뻔했지만 오직 밤의 여인들만이 줄 수 있는 자유와 너그러움을 포기할 수 없어 끝내 결혼식 날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 후로는 내내 창녀들과 더불어 지낸 인물이다.

 

평생 창녀들과 더불어 지낸 90세의 노인은 포주의 소개로 만난 14세의 소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잠들어 있는 소녀를 보며 사랑을 느낀 그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자신이 늙음과 목전의 죽음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 그의 정치 칼럼은 연애 편지가 됐고 모든 면에서 고집센 노인의 생활은 변화를 맞이 한다. 그는 곧 죽음이 다가올 것을 알지만 불안과 공포가 아니라 생에 충실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환상 속에서 더 현실처럼 만들어 간다.

 

작가는 20년 전 이미 이 소설의 구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의 집>을 읽고 매우 감명을 받아 "이것이 바로 내가 쓰고 싶은 바로 그 소설이다"라고 말했다고. 이 소설의 중요한 모티프인 노인과 소녀의 사랑은 바로 이 야스나리의 소설에서 온 것이다. 또 1982년 파리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자는 아름다운 여인을 7시간 동안 지켜보다가 소설적 착상을 얻었다고도 말했다.

 

노인은 소녀와의 사랑이 현실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영원히 자신만의 꿈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 타자에게 엄격하고 흔들림 없는 태도를 유지해 왔던 사회적 명사인 주인공이 끝끝내 감추어 왔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과도 관련이 있다. 지독하게 외롭고, 슬프고, 부끄럽고, 여리디여린 소년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어눌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또 사창가의 최고 난봉꾼처럼 살아왔지만 정작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졌었다. 그러나 90세에 이르러서야 14세의 소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노인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독자들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대가임을 또 한 번 인정하게 된다. 마르케스는 일견 도발적이고 파격적일 수 있는 소재를 대단히 아름답고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로 승화시킨다. 그 속에는 늙음과 소외와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의 모멸과 치욕이 있다. 그러나 저속하고 비루한 것들에 굴복하지 않는 자존과 위엄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마지막 남은 단 하루조차도 ‘살아있음’ 그 자체의 경이를 예찬하는 작가의 도저한 에너지가 있다.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소개

 

현실과 환상, 역사와 설화, 객관과 주관이 황당할 정도로 뒤섞여 있지만 이러한 혼돈 속에서도 현실을 보다 날카롭고 깊이있게 드러내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대중적 인기, 상업적 성공을 함께 거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롬비아의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아라카타카란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마르케스는 12남매 중 장남이었으며, 태어난 후 8년 간을 외조모부의 집에서 살았다. 1946년에 마르케스는 보고타 근처의 시파키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콜롬비아 국립대학에서 잠깐 동안 법학을 공부했다. 쿠바혁명이 성공한 후, 쿠바로 가서 국영 통신사의 로마 · 파리 · 카라카스 · 아바나 · 뉴욕 특파원을 지내면서 작품을 썼다.

 

마르케스의 주제와 본질적 기교는 그의 성장 배경과 삶의 과정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마르케스는 기괴한 것을 단순하고 명확한 사실주의와 결합시키는 자신의 서술 방식과 지역 신화 및 전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모두 외할머니 덕분으로 돌린다. 한편 외할아버지는 1890년대 콜롬비아에서 벌어진 내전에 참가했던 인물로서 외손자인 마르케스가 위대한 등장 인물을 창조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며 또한 그를 콜롬비아의 세르반테스(Cervantes)라고 일컫게 한 『백년 동안의 고독』은 마콘도(Macondo)라는 가공의 땅을 무대로 하여 부엔디아 일족의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폭력으로 점철된 20세기 전반기의 콜롬비아의 정치적 환경 속에서 살아온 마르케스는 금세기 최대의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작품에서 중남미의 정치적·사회적 현실에 대한 풍자를 신화적인 수법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현대의 중남미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혈육들의 모습을 이 작품의 등장인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1981년에는 『신고된 사망자 연대기』가 라틴아메리카에서만 2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1982년 라틴아메리카 현대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된 이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995년 『사랑과 또 다른 악마들에 관하여』의 불어판을 파리에서 출간하였다. 1999년 림프암 진단을 받았고, 회복 중에 있다. 현재는 회고록 집필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의 작품으로는 중·단편소설 「낙엽 La hojarasca」(1955)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El coronel no tiene quien le escriba」(1961) 「마마 그란데의 장례식 Los funerales de la Mam Grande」(1962) 「암흑의 시대 La mala hora」(1962) 등과, 장편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 Cien a os de soledad』(1967) 『예고된 죽음 이야기 Cr nica de una muerte anunciada』(1981) 등 다수가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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