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480)] 피버 드림
조지 R. R. 마틴 저 | 이수현 역 | 은행나무 | 522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지난 1982년 초판 출간 이후 단 한 번도 절판되는 일 없이 수십 차례의 재쇄를 찍은 『피버 드림』은 “판타지의 대가일 뿐만 아니라 SF, 공포소설의 대가로도 다시 읽혀야 하는 작가 마틴의 작품 중 가장 재발견되어야 하는 명작”이라고 평론가들이 입을 모으는 작품이다.
‘브램 스토커와 마크 트웨인의 만남’이라는 찬사에 걸맞게 이 작품은 무한성을 상징하는 뱀파이어와 미시시피 강이 한 축에, 유한성을 상징하는 인간과 증기기관선이 다른 한 축에 놓여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마틴 작품세계를 세 시기로 구분한다면 그중 중기에 속하는 이 『피버 드림』에서 마틴은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중하고 유려하면서도 낭만이 흘러넘치는 풍부한 문장을 보여주고 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마틴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피버 드림』은 마틴의 무한한 스펙트럼과 ‘장르는 가구에 불과하다’는 그의 작품관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통해 드러나는 판타지적 면모 그러나 그 존재에 관한 과학적인 설명은 SF에 가깝다. 숨도 못 쉴 정도의 긴장감과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끔찍한 사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은 마틴이 본래 호러와 미스터리의 달인임을 느끼게 한다. 또한 그것을 추적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는 스릴러의 쾌감마저 찾아온다. 한마디로 이 책은 조지 R. R. 마틴이라는 작가의 모든 가능성을 하나의 그릇에 담아놓은, 속된 표현으로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그러나 이 온갖 장르의 달인은 독자들이 ‘가구에 불과한’ 장르 속으로 침잠하게 놔두지 않는다. “소설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고 표현한 것처럼, 이 이야기는 결국 유한한 삶을 사는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지닌 가능성과 용기에 보내는 찬사이기 때문이다.
뱀파이어 소설이 ‘뱀파이어’라는 고혹적인 불사의 존재에만 집중하며 드라큘라 백작이나 블라드 테페스 공 같은 기존에 굳어진 뱀파이어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한다. 그러나 마틴의 『피버 드림』은 무한한 존재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시도할 뿐 아니라 그 존재를 세세히 그려냄으로써 결국 ‘인간’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미시시피 강과 증기선, 뱀파이어와 인간이 서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거대한 미시시피 강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반면 증기선의 시대는 강렬하게 타올랐으나 한낱 신기루처럼 짧디 짧았다. 뱀파이어와 인간도 이처럼 대비되는 한 쌍이지만 여러 시대에 걸쳐 존재하며 세상을 관조하는 뱀파이어의 삶을 그려내는 것은 오히려 덧없는 인간의 생을 강조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 소설은 ‘한순간’을 사는 만큼 강렬한 생이기에 용기와 열정으로 무장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간을 향한 작가의 찬사인 셈이다.
작가 조지 R. R. 마틴 소개
탁월한 상상력과 엄청난 흡입력을 지닌 작품으로 판타지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작가 조지 R, R, 마틴은 1971년 ‘갤럭시’에 『히어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입문했다. 1974년 『라이라의 노래』로 휴고상을 받았으며 1979년에는 『모래왕』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11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오른 3인의 작가 중 한 명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 그는 2012년에 ‘USA투데이’의 ‘올해 최고의 작가’로 선정됐고 월드판타지상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는 판타지 애호가들로부터 ‘금세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제1부 『왕좌의 게임』과 제2부 『왕들의 전쟁』은 아마존 최장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제3부 『성검의 폭풍』은 아마존 예약판매 1위를 차지하고 출간 이후 지금까지 판타지 부문 부동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4부 『까마귀의 향연』 역시 출간 전부터 독자들의 큰 기대 속에 예약판매 1위를 차지했고 이후 꾸준히 최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와일드카드’ 시리즈 『아마겟돈 래그』 등이 있다.
한편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던 드라마 ‘미녀와 야수’의 방송작가였던 마틴은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프로듀서와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각종 상을 휩쓸며 평단의 호평과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60여개 나라에 수출돼 전 세계적으로 ‘얼불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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