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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82)] 인간 짐승



인간 짐승

저자
에밀 졸라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2-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에밀 졸라의 소설 중 최고다.- 앙드레 지드위대한 리얼리스트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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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482)] 인간 짐승

에밀 졸라 저/이철의 역 | 문학동네 | 613| 16,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문학동네에서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에밀 졸라의 충격적 문제작인간 짐승(1890년 작)은 자연주의 문학의 절정을 이루는 루공마카르총서 스무 권 중 열일곱번째 작품이다.

 

루공마카르 총서는 유전(‘자연적 역사’)과 환경(‘사회적 역사’)이라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제2제정기 프랑스 사회를 낱낱이 해부해 객관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겠다는 포부로 기획됐다. 1871년부터 1893년까지 거의 매년 한 권꼴로 출간된 루공마카르 총서의 동력은 바로 분노하며 살 것, 한 줄이라도 쓰지 않으면 하루라도 살지 말 것을 좌우명으로 삼았던 졸라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었다.

 

인간 짐승에는 다양한 모습의 인간 짐승이 등장한다. 여기서 인간 짐승은 비단 짐승의 거죽을 둘러쓴 인간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탐욕과 시기, 증오에서 비롯된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차원의 폭력에서부터 기득권 수호와 조직 보위를 목적으로 개인적으로이용되는 국가기구의 횡포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은 광범위하다. 어찌 보면 인간이 짐승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기계, 기차, 철도를 포함한 문명 자체가 곧 짐승인 셈이다.

 

그 가운데서도 인간의 야수성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은 바로 죽음-죽임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간 짐승중에서도 특히 기관사 자크 랑티에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졸라가 보여주고자 하는 인간 짐승은 성욕이나 물욕, 질투나 원한 같은 뚜렷한 살인 동기를 가진 이들이 아니다. 자크는 이성이나 도덕관념으로 통제할 수 없는 대물림된살해 욕망, ‘살인의 숙명성을 떠안은 자이다. 아무리 벗어나려 발버둥쳐도 제 몸에 흐르는 나쁜 피에서 헤어날 수 없어 저도 모르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다.

 

인간 짐승의 독창적인 서사 구조는 매우 정교해서 에밀 졸라 스스로도 매우 만족스러운 구조’ ‘내가 한 것 중 가장 공들인 구조’ ‘더할 나위 없이 논리적으로 짜맞춘 작품이라고 자부했다. 이 소설은 여주인공 세브린의 운명을 중심으로, 남편 루보와 함께 그랑모랭을 살해하고 자크와 연인이 되는 과정을 다룬 전반부(1~6), 그리고 라리종호의 폭설 조난 사건 이후 자크와 내밀한 관계를 이어오다가 충격적 반전의 비극을 겪는 과정을 그린 후반부(7~12)로 정확히 나뉜다.

 

한편 공간적 배경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폐쇄성이다. 소설은 파리의 생라자르 역과 서부철도회사의 직원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을 출발점으로 해서, 르아브르에서 병사들을 싣고 라인 강 전선으로 폭주하는 괴물 기관차의 모습을 마지막 장면으로 보여준다. 중간에 잠깐 등장하는 예심판사의 집무실, 법무부 고위 관료의 사저, 법정을 제외하고는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서부철도 노선과 역사驛舍라는 폐쇄 공간이 주 무대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 짐승의 주요 화두는 죽음이다. 이 작품에는 타살과 자살, 직접적인 살인과 간접적인 살인을 포함해 모두 일곱 건의 죽음이 나온다. 이 일곱 건의 범죄로 열차 승객 15명을 포함해 모두 22명이 죽는다. 여기에다 줄거리 바깥의 정황이긴 하지만 소설 막바지에 등장해 대량 학살의 전장으로 실려 가는 군인들까지 포함시킨다면 죽음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게 된다. 인간 짐승은 말 그대로 죽음을 향해가는 소설이다.

 

죽음이 난무하는 잔혹성과 외설적인 성 묘사,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수호하는 고위 관료들의 부패상, 그리고 먹잇감 앞에서 가차없이 육식 본능이 작동하는 야수와도 다름없는 인간 짐승들의 음험하고도 치밀한 범죄 심리를 정교한 서사를 통해 보여주어 출간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문제작이다.인간 짐승인간 야수〉〈야수 인간등의 영화와 연극으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 장 르누아르 감독이 만든인간 야수(1938년 작)가 있다.

 

백 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 우리에게 다가온인간 짐승은 지금도 유효한 문제의식으로 이 사회에 충격을 줄 것이다. 또한 적나라하게 묘사된 인간 본연의 비극성과 그에 대한 작가의 연민 어린 시선은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 에밀 졸라 소개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 184042일 파리에서 출생한 에밀 졸라는 청소년 시절을 프랑스의 남부 엑상프로방스에서 보낸다. 그곳의 중학교에서 만난 세잔과는 남부의 산과 들판을 같이 쏘다니며 목가적 시를 암송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면서 돈독한 우정을 가꾼다. 1847년 아버지의 죽음 이후 파리로 올라와서 궁핍한 시절을 겪지만, 대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접하면서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나간다. 특히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진보적 사상가들과 문학계와 교류하게 되고, 신문에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기질을 통해 본 자연의 한 측면이라는 글에서 자신의 예술관에 대해 밝힌다.

 

아셰트사를 떠나 전업 작가의 길을 택한 졸라는 여러 신문에 논평을 기고하는데, 특히 당시 마네와 조만간 인상주의자로 불릴 화가들을 옹호하면서 보수적인 아카데미 미술학파에 대항하는 젊은 논객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 졸라는 제2제정을 비판하는 공화파 신문들을 통해 점점 더 과격한 기사들을 발표하면서, 이 체제를 철저히 비판하는 루공가의 운명을 기점으로 루 공 마카르 총서의 연작을 시작한다. 그의 소설과 논평들은 언제나 많은 스캔들을 동반하지만 다행히도 제2제정이 몰락하면서 법적인 제재를 모면하게 된다. 이후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파(위스망스, 모파상, 세아르 등)의 지도자로 인지되고, 1880년 이들과 함께 작업한 메당의 야화는 일종의 자연주의 선언서가 된다.

 

그러나 평론계의 격렬한 반발을 몰고 온 대지이후 자연주의 문학가들의 해체적 글쓰기에 대립하는 새로운 저항의 글쓰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주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간다. 파스칼 박사를 끝으로 총 스무 권의 루공 마카르 총서연작이 완성된다. 이 총서의 완성 후 졸라는 자신의 시대의 심각한 문제들을 다룬 새로운 소설 연작을 시작한다. 루르드로마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실패를 다뤘으며, 파리(는 과학에 대한 신념과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유토피아적인 원리들로 인한 장밋빛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적 시각을 드러낸다. 파리를 막 완성한 직후 나는 고발한다를 정점으로 드레퓌스의 무죄를 옹호한다.

 

3000프랑의 벌금과 더불어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그는 영국으로 1년간 망명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문학가로서 최고의 명예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던 시점에서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것은 그의 모든 명예를 실추시킬 위험이 있었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드레퓌스 사건의 소송 재개를 위해 싸운다. 1899년 드레퓌스 사건은 재심에 회부되고 졸라는 프랑스로 돌아온다. 이 사건 동안 졸라는 조레스와 같은 사회주의자들과 접촉하게 되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들은 노동의 재구성과 부의 분배에 대한 푸리에의 순수한 무정부주의에 더 이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4복음서는 새로운 혁명적 사회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풍요, 노동, 진실이 출판되었으며, 후속 작품으로 정의가 쓰일 예정이었으나 1902929일 막힌 굴뚝으로 인한 가스 중독으로 사망함으로써 그의 마지막 작품 정의는 미완성으로 남는다. 이 사고는 우연한 사고인지 정적에 의한 살해인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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