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481)] 원자폭탄
스티브 셰인킨 저 | 신근영·최유미·소하영 공역 | 작은길 | 360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책은 2013년 뉴베리메달 아너상을 수상한 작품(원제 『BOMB』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 뉴베리메달은 미국도서관협회가 해마다 수여하는 도서상의 하나로, 어린이문학 발전에 기여가 탁월한 작가에게 주어진다. 1922년 세계 최초로 제정돼 어린이문학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2013년에는 본상 1권과 아너상 3권이 선정됐는데 그 책들 가운데 독특하게도 『BOMB』만이 논픽션이었다. 논픽션 장르는 사실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뉴베리위원회가 무엇보다 앞서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저자의 ‘탁월한 서사 능력’이었다. 인류의 천재적 발명품이자 동시에 자멸의 재앙이라 불릴 법한 원자폭탄. 이 가공할 무기의 시작은 그 결과만큼 창대하지 않았다.
원자의 핵이 지닌 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이 계산해준 대로 지구상 가장 파괴적인 무기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것이 부메랑이 돼 인간을 향해 날아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한 핵무기 개발경쟁은 우라늄과 플루토늄 폭탄의 위력을 능가하는 수소폭탄을 낳는 데까지 이르렀다. 세계 각국의 군축 노력으로 지구상 원자무기의 보유량은 현저하게 줄어들긴 했다. 그럼에도 그 가운데 단 0.5퍼센트만 터져도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행성이 되고 만다. 이렇듯 원자무기는 지구를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갈 무수한 생명의 운명을 위태롭게 만들고 말았다. ‘좋든 싫든 간에 우리가 이 이야기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끔찍한 현실을 깨닫는 일은 원자폭탄이 주는 교훈 가운데 아주 작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건의 연대기로서의 역사보다는 사람의 이야기로서의 역사를 말하고자 한 셰인킨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포착할 수 있는 보다 더 중요한 교훈은 이런 게 아닐까. 인간은 시대의 급류에 휩쓸려 가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자각이 절실하다. 원자폭탄 개발에 연루된 많은 인물들은 자신들이 만들게 될 살상무기의 파괴력을 심각하게 따져 보지 않았다. 이야기의 전 과정을 살펴보면 그들은 도리어 그것이 정말 가능한지에 대한 호기심을 풀고 싶어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히틀러를 저지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면죄부를 애초부터 가능하게 했고 그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손쉽게 받아들였다. 역자가 후기에서 따끔하게 지적한 대로 인간(과학자)의 천재성은 이럴 때 핵폭탄의 위력에 맞먹는 힘을 발휘한다는 점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원자폭탄은 20세기 최악의 전쟁을 빌미로 혹은 핑계로 삼은 국가의 기만적 탐욕, 독재자들의 추악한 명분, 개인들의 맹목적 천재성이라는 ‘삼박자’가 낳은 괴물이다. 미국의 첫 핵폭탄 시험부지의 명칭인 ‘트리니티’가 삼위일체란 뜻을 가졌다는 묘한 일치감은 그래서 더욱 오싹하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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