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491)] 월요일의 루카
세키구치 히사시 저 | 이선희 역 | 예담 | 359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오래된 극장 긴에이칸에서 함께 일하게 된 두 명의 청춘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진정한 사랑에 눈을 떠가는 이야기다. 영사실이라는 은밀하고 신비로운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하지만 무엇보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십 대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함으로써 동세대 일본 젊은이들에게 많은 위로와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다.
작가 세키구치 히사시는 실제 영화관 영사실에서 일한 경험을 통해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덕분에 이 소설은 보통 사람들은 볼 수 없는 극장의 감춰진 부분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소설 속 루카가 생활하고 있는 영사실 풍경은 마치 눈앞에 있는 듯 선명하게 느껴진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독 타니구치 마사아키 감독에 의해 2012년 영화화된 〈시그널-월요일의 루카〉 원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절망과 아픔에 굴복하지 않고 전력으로 꿈을 좇는 이 시대의 청년들과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게이스케는 가난 때문에 휴학하고 고향에 내려온다. 일자리를 찾던 그는 우연히 긴에이칸의 영사기사 보조 아르바이트 직원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본다. 극장의 매니저는 게이스케를 채용하기 전 세 가지 조건을 건다. 첫째, 영사기사인 루카의 과거를 알려하지 말 것. 둘째, 월요일엔 루카를 내버려둘 것. 셋째, 루카와 연애는 금지. 게이스케는 영사기사로 일하면서 3년 동안 극장 밖을 나가지 않은 루카의 사정이 궁금하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일을 배운다.
어느 날, 게이스케는 루카에게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아왔으며 그런 아버지 때문에 지금도 괴롭다는 것. 생각지도 못하게 루카에게 위로를 받게 된 그는 점점 루카에게 빠져든다. 그러던 중 루카에겐 ‘월요일의 루카’라는 별명이 있으며 고등학생 시절 동급생 우루시다란 학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라이벌 여자애들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만들었다는 소문을 듣는다.
게이스케는 그 소문을 믿지 않지만 이와 연관된 증거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결국 그 소문 속 남자인 우루시다까지 나타난다. 이제 게이스케가 루카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세 가지 약속을 어기고 루카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다. 게이스케는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점점 더 진실로 다가간다.
과연 루카의 시그널, 즉 신호는 이해가 되기 전에는 단순한 표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표시를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되어 전달된다. 게이스케와 루카는 처음에는 서로의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게이스케는 친부로부터, 루카는 첫사랑으로부터 받은 깊은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서로의 시그널을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면서 사람과 관계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게 된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통해 상처의 치유에 꼭 필요한 조건이 빠졌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그 상처를 감싸줄 온전한 ‘사랑’이며 그 사랑에 대한 ‘믿음’이다.
쇠퇴해가는 극장 긴에이칸에서 게이스케와 루카가 최선을 다해 지키고자 하는 영사기사의 소임과 자부심처럼, 소설 『월요일의 루카』는 부서질 듯 위태롭지만 절대 잃지 말아야 할 애틋한 청춘의 희망을 그려낸다.
작가 세키구치 히사시소개
1972년 도치키 현에서 태어나 이바라기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영화관 영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 2002년 『프리즘의 여름』으로 제15회 〈소설 스바루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당신의 돌』 『하늘을 잡을 때까지』 『매직 아워』 『그대로의 빛』 『파카와 마법의 그림책』등을 펴냈으며, 제22회 〈쓰보다 조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작 『월요일의 루카』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독 타니구치 마사아키에 의해 2012년 영화 〈시그널-월요일의 루카〉로 개봉되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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