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500)] 보수의 공모자들
마고사키 우케루 저 | 한승동 역 | 메디치미디어 | 216쪽 | 12,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국경없는 기자단’이 발표한 2014년 세계 보도의 자유 국가별 순위를 살펴보면 일본이 59위, 한국이 57위다. 과거 일본은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가 끝나고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2009년과 2010년에 11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이처럼 일본과 한국은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시기에 보도의 자유 랭킹이 급등하고 우파 재집권 때 다시 급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 닮은꼴의 변주가 가능한 데는 교체된 정권이 보수 우파 체제가 금기시하거나 통제해온 보도 규제를 완화시킨 것이 커다란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마고사키 우케루는 외무성 출신의 외교안보 전문가로 보수 정권이 언론의 보수화를 부르며 보수 언론은 정권을 비호하는, 이른바 둘도 없는 ‘공모와 협작’의 관계라고 꼬집는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데 하나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 대형 미디어의 보도’를 의심하고, 다른 하나는 ‘정부라는 존재 자체’를 의심하라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집권 세력이 일본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여기에 언론이 한통속이 되어 벌이는 갖가지 사태들을 마고사키는 거침없이 고발한다.
보수 정권과 언론이 한통속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마고사키는 현 아베 정권이 일본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행보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실 왜곡이나 거짓말을 일삼고 있는데도 일본 언론들이 이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2009년 일본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자 미국은 민주당 지도부의 자주노선을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리하여 일본 우파 보수 세력과 결탁해 당시 민주당 대표 오자와 이치로를 정치자금법 관련 의혹으로 도태시키고, 민주당의 첫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를 ‘인물 파괴’의 희생양으로 삼아 정치적 불구자로 만들었다.
마고사키도 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아베 신조는 ‘위안부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자신의 정파 인사를 일본공영방송(NHK) 회장 자리에 앉히는 등 노골적으로 언론 장악을 꾀하고 있다. 언론을 통치 도구로 삼지 않는 한 아베가 밀어붙이는 정책들을 실현시킬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는데도 원전 재가동 쪽으로 몰고 가는 것만 봐도 그렇고, 아베가 내세우는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언론은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기보다 “아베노믹스에 반대한다면, 경기를 호전시킬 다른 좋은 방법이 있는가”라는 식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한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라든가 집단적 자위권 허용, 오키나와 독립론과 관련해서 대형 언론매체들은 이 문제를 아예 쟁점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자민당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자민당 의원 대부분은 선거 공약으로 ‘TPP 반대’를 외쳤음에도 현재는 아베 정권에 동조하며 슬그머니 TPP 참가 쪽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제야 언론도 가세해 “TPP에 참가하지 않으면 세계의 고아가 된다”는 둥, TPP를 ‘농업’ 대 ‘수출 산업’이라는 대립 구도로 날조해서 국민의 관심이 다른 분야로 쏠리지 않게 정보 조작을 일삼고 있다.
이에 저자 마고사키는 “이런 흐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아베가 ‘미일 관계 강화’를 내걸고 정권에 복귀한 만큼 앞으로도 아베 정권이 대미 종속 외교를 쫓아 이러한 사안들을 추진해나가는 데 오바마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아베를 조종하는 검은 그림자, 미국 네오콘 세력들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 대부분은 미국과 깊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롯해 원전 재가동, 집단적 자위권과 센카쿠 영토 분쟁, 오키나와 미군기지 등이 그러하다. 아베는 미국을 배려해서 국민의 삶과 대치되는 현안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은 자신의 경제 이익에 치중해 있다. 또한 안보와 관련해서도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아베의 생각과 달리 한 발 물러나 있다는 게 마고사키의 주장이다.
이를 여실히 보여준 예가 2013년 아베의 1월 방미가 미국 쪽 요구로 연기된 점이다. ‘미일동맹’ 중시를 내걸고 정권에 복귀한 아베는 미국에서 대환영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당시 미국 내에서는 아베의 사상(역사 인식)과 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였다. 이에 마고사키도 아베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현 오바마 정권과 관계가 깊지 못한 재팬 핸들러(일본 조련사)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의해 꼭두각시놀음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네오콘은 조시 부시 정권하에서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침공했을 때 중심적인 역할을 한 세력으로 군산복합체와 깊숙이 연결되어 있으며 군사력에 의한 세계 지배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네오콘이 일본에 바라는 것 역시 군사력 증강이다. 그리고 적절하게도 이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이가 바로 아베였으며 아베가 주장하는 ‘헌법 개정’이나 ‘국방군 창설’ 역시 미국 네오콘 세력에 봉사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게 현재 일본의 모습이다.
한국 국민들에게 바라는 간곡한 한마디, “뉴스를 의심하라!”
뒤늦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뛰어든 일본에 이어 최근 한국 정부도 TPP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이 TPP에 참가하기 위해 언론과 결탁해 국민을 호도해온 것과 같이 한국 정부도 TPP 참가를 앞두고 일본의 이 같은 행태를 쫓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테면 TPP 참여를 통해 한국의 글로벌 시장의 확대와 성장은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낙관적인 분위기로 몰고 가면서, TPP 가입이 늦어지면 비싼 ‘입장료’를 각오해야 한다는 식으로까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마고사키는 한국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간곡한 한마디를 끝으로 남겨놓는다.
“만약 우리가 사회나 정치에 무관심하고 눈앞의 정보를 ‘의심하지’ 않는다면, 우리보다 앞서 삶을 살다간 선인들이 만들어준 지금의 편안한 환경은 모래알처럼 우리 손아귀에서 모두 빠져나갈 것이다.”
작가 마고사키 우케루 소개
1943년생, 1966년 도쿄대학 법학부를 중퇴하고 외무성에 입성. 36년간 외무성에서 근무한 외교 관리. 주 우즈베키스탄대사, 국제정보국장, 주 이란대사를 거친 뒤 2009년까지 방위대학교 교수 및 쓰쿠바대학 강사를 역임했고, 현재 국제문제에 관련된 매스컴 해설자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빈번히 출연하고 있다. 트위터(@magosaki_ukeru)의 3만 9천 명이 넘는 팔로어와 함께 ‘독도’ 문제 등 소신 있는 발언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저서에는 『미일 동맹의 정체―미로 속의 안전보장』, 『불유쾌한 현실―중국의 대국화, 미국의 전략 전환』, 『일본의 영토문제―독도, 센카쿠, 북방영토』 등 다수가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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