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503)] 가장 잔인한 달
루이즈 페니 저 | 신예용 역 | 피니스아프리카에 | 536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루이즈 페니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애거서 크리스티, 조르주 심농, 마이클 이네스 등의 작품을 탐독하며 자랐다. 또한 캐나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18년 동안 일한 후 전업 작가로 뛰어든 그녀는 『스틸 라이프』를 발표 후 영미권의 권위 있는 추리문학상 대부분을 석권한다.
영어권과 불어권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국적인 문화 배경을 토대로 목가적인 풍경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개성적인 등장인물들이 어우러져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신선한 독후감을 안겨 준다.
마을 사람들은 부활절을 맞아 마을을 정화하기 위해 저주가 깃든 옛 해들리 저택에서 교령회를 하기로 결정한다. 부활절 일요일 밤 스리 파인스 마을에 우연찮게 방문한 영매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폐가가 된 저택의 어느 어둡고 음울한 방에서 죽은 자를 소환하는 의식을 시작하고 의식 도중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이 공포에 질려 사망한다.
자연사였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조사를 위해 마을을 다시 방문한 가마슈 경감은 옛 해들리 저택에 깃든 불안과 공포를 감지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롭고 목가적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과거에는 사악한 무언가가 숨어 있는 것일까?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은 가장 잔인한 달이었을까? 개인적인 고뇌를 품고 사건 수사에 임하는 가마슈 경감의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수수께끼와 내면적 성찰과 유머를 담은 이야기
클라라와 피터는 현관 앞에서 그를 포옹했지만 값싼 위로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건 자신의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가까이 있는 적이오. 심리학적인 개념이에요. 똑같아 보이는 두 개의 감정이 실제로는 정반대인 현상을 일컫는 표현이죠. 하나의 감정이 또 하나의 감정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는 건강한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병들고 왜곡된 감정일 때 쓰는 말이에요.”
“세 가지 조합이 있어요. 집착은 사랑인 척하고, 동정은 연민인 척, 무관심은 평정심인 척 속이죠.”
작가는 작중 인물 머나의 입을 통해 미묘한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집착과 사랑, 동정과 연민, 무관심과 평정심을 사건과 수수께끼를 통해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직계로 인정받는 루이즈 페니는 현재 영미권 작가 중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한 명이며 마거릿 애트우드와 앨리스 먼로를 잇는 캐나다의 대형 작가로 거듭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추리소설적인 재미를 떠나서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미스터리로서도 뛰어나지만 멋 부려 장식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인간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페니 여사의 작품들은 선하지만 선하지만은 않은, 악하지만 악하지만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독자에게서 공감을 이끌어 낸다. 유머 또한 이 작품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는 이야기
작가는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단순한 코지 미스터리로 만들지 않는다. 언제나 인간관계에 대한 심각한 질문 한 가지를 던지고 살인 사건을 통해 그 주제를 섬세하고 끈덕지게 파고든다. 『가장 잔인한 달』의 경우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질투와 구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 바 있다. 이러한 주제는 대체로 모순되는 한 쌍의 개념들로 표현된다. 작중에 머나가 가마슈에게 말한 것과 같이.
이와 관련해 작품에는 작가 자신이 이 시리즈를 규정하는 말이 나온다. ‘균형’. 모든 등장인물이 빛과 어둠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해 나간다. 이 균형이 깨어질 때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들은 다시 균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이성으로 진실을 찾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오래된 믿음의 정화의식을 행하며.
작가 루이즈 페니 소개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루이즈 페니는 대학에서 응용미술 학위를 받은 후 캐나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18년 동안 라디오 진행자와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혈액학자인 남편 마이클과 결혼 후, 방송국을 그만두고 집필에 전념한 루이즈 페니는 데뷔작인 『스틸 라이프』가 영국추리작가협회 신인상, 캐나다추리작가협회 신인상, 영미추리소설 서점협회 신인상, 앤서니 신인상, 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후 발표된 가마슈 경감 시리즈 7편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녀의 작풍은 목가적인 전원을 배경으로 다수의 용의자, 교묘한 복선, 마지막 장에서 범인에 대한 드라마틱한 폭로 등 영미 퍼즐 미스터리의 정통을 계승했다고 평가받는다. 현재 루이즈 페니는 몬트리올 남부 작은 마을에서 남편 마이클, 애견 트루디와 함께 살고있다.
저서로는 『A Fatal Grace』 『The Cruellest Month』, 『A Rule Against Murder』, 『The Brutal Telling』, 『Bury Your Dead』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읍시다 (506)] 엄마는 산티아고 (0) | 2014.06.18 |
---|---|
[책을 읽읍시다 (504)] 도그파이트 (0) | 2014.06.16 |
[책을 읽읍시다 (501)] 모즈가 울부짖는 밤 (0) | 2014.06.11 |
[책을 읽읍시다 (500)] 보수의 공모자들 (0) | 2014.06.10 |
[책을 읽읍시다 (498)] 군주론 (0) | 2014.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