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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546)] 자살의 전설



자살의 전설

저자
데이비드 밴 지음
출판사
아르테 | 2014-08-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자살의 전설〉은 그저 한 권의 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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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546)] 자살의 전설

데이비드 밴 저 | 조영학 역 | arte(아르테) | 320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단 네 권의 소설로 전 세계 15개 문학상 수상, 12개국에서 ‘올해의 책’ 75회 선정, 윌리엄 포크너, 어니스트 헤밍웨이, 코맥 매카시의 계승자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 현재 미국 문학의 새로운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데이비드 밴의 첫 소설이다.


비수를 닮은 짧고 강렬한 문체, 코맥 메카시의 『더 로드』를 연상시키는 삶과의 무서운 투쟁, 한 작품에서 다양하게 시도한 문학적 실험, 글쓰기의 무의식과 문학의 치유력을 믿는 저자의 강한 신념이 고스란히 배어난 작품이다.


10년의 집필과 2년의 퇴고, 이후 출간되기까지 13년의 설움과 기다림……, 저자의 자전적 경험이 오롯이 담긴 『자살의 전설』은 2007년 그레이스 팔리상 수상을 시작으로 프랑스 메디치상(2010)을 비롯해 전 세계 12개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11개국에서 ‘올해의 책’에 40회 선정됐다. 프랑스에서만 25만 부가 판매됐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팔린 것보다 더 많이 팔리는 등 특히 유럽에서 아낌없는 지지를 받았다. 이 작품 발표 이후 BBC, CNN, PBS, National Geographic에서 작가와 작품에 관한 특별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2008년 이후 27개국 100여 차례 이상의 북페스티벌에 초대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하나의 중편(수콴 섬)과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자살의 전설』은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작소설이다.


어린 시절 겪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30여 년에 걸쳐 이를 아프게 반추할 수밖에 없었던 저자는 마침내 여섯 개의 문을 통해 아버지와의 상상 만남을 시도한다. 첫 번째는 아버지의 죽음(어류학), 두 번째는 아버지의 사랑(로다), 세 번째는 아버지의 부재(선인의 전설), 네 번째는 아버지와의 휴가(수콴 섬), 다섯 번째는 아버지의 여인(케치칸),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아버지와의 화해(높고 푸르게)이다.


비극의 시작이었던 부모의 이혼, 아버지의 죽음, 이후 부친의 부재로 인한 결핍과 고뇌, 마침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치유의 과정을 보여주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상상과 실재가 혼재하고, 죽음과 삶, 비극과 희망이 공존한다. ‘만약……?’이라는 가정 속에 아버지와 한 지붕 밑에서 뜨겁게 살고 싶은 소년의 바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그’를 용서할 수 없는 소년의 차가운 시선이 있다. 늪처럼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폭력성에 대한 진솔한 고해가 있다. 또 아버지의 죽음을 자신의 죽음으로 치환하고 싶었던 소년의 맹목적인 사랑이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 결코 행복을 잉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소년의 차가운 판단이 공존한다.


데이비드 밴은 이들 여섯 개의 시도를 통해 아버지의 죽음을 자신의 아버지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한 남자, 나아가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탐색하는 결과로 승화시켰다. 특별한 것은 제목에 쓰인 ‘전설’(Legend)이 지닌 의미이다. 영어에서 ‘전설’은 세 가지 함의를 지니고 있으며 ― (1)전설, (2)설명, 제(題), (3)약전(略傳) ― 이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legend'는 세 번째 뜻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Legend of a Suicide’는 ‘아버지의 자살(a Suicide)에 바치는 송가이자 약전(Legend)’을 표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의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3세기 이탈리아 제노아 대주교 보라지네(Jacobus de Voragine)가 쓴 유명한 『황금 전설』(Legenda aurea)이다. 1년 내내 성인 망자들의 삶을 모방해 신앙인의 자세를 밝히고자 했던 보라지네의 ‘전설’은 이제 데이비드 밴의 ‘부친전상서’인 『자살의 전설』로 새롭게 이어진 것이다. 소설 마지막에 저자는 다음과 같은 희망의 문을 새롭게 연다.


“작은 화강암 묘비는 내 자신에게도 아주 적합하다. 나는 꽃을 가져가 옛날처럼 아버지 옆에 앉는다. 다만 이제 스파게티는 만들지 않는다. 나는 잘게 부서지는 파도에 귀를 기울이고, 손가락 사이에 송엽국 꽃잎을 끼우고 푸르른 창공을 바라본다. 이따금 저 상류에서 연어들이 집요하고도 희망찬 도약을 시도하면, 마침내 아버지가 소생했다고 상상도 해본다.”


미처 준비하지도 못한 채 아버지의 자살과 마주했던 데이비드 밴은 『자살의 전설』을 통해 다시 아버지에게 손을 내민다. 그에게 소설은 인생사를 증류하고 비밀을 드러낸 가장 순수한 진실이었으며 구원의 힘을 가진 재생의 도구였다. 결국 12년이라는 기간 동안 쓰인 『자살의 전설』은 데이비드 밴의 끔찍했던 개인사를 가장 멋진 지점으로 바꾸어 놓았다. 언제나 그러했듯, 훌륭한 문학은 ‘삶의 반영과 치유’라는 소명을 다해왔다. 어두운 과거와 고통스러운 상처를 극복한 『자살의 전설』은 전 세계 문학계에 당당한 울림을 전했다. 위대한 문학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그 일을 훌륭히 이뤄낸 것이다.



작가 데이비드 밴 소개


현대 미국문학의 새로운 거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데이비드 밴은 ‘헤밍웨이와 코맥 매카시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데뷔작인 『자살의 전설』로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의 주요 문학상 12개를 수상하였다. 스탠퍼드 대학과 코넬 대학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 구겐하임 펠로우, NEA(미국국립예술기금), 스탠퍼드 대학 스테그너 펠로 등에 선정되는 등 젊은 시절부터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현재 영국 워익 대학 문예창작과 교수이다.


1966년 알류산열도의 중앙 아다크(Adak) 섬에서 태어난 저자는 내륙에 가까운 알래스카의 케치칸(Ketchikan)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열두 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이듬해 알래스카에 머물던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큰 충격과 맞닥뜨렸다. 부친의 죽음은 어린 데이비드 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이로 인한 감정적 혼란과 죄책감, 상실감 등이 신화적 공간을 연상케 하는 알래스카의 자연 속에서 켜켜이 쌓여 훗날 『자살의 전설』이라는 반자전적 소설로 승화되었다.


10년의 집필과 2년의 퇴고를 거친 『자살의 전설』은 좀처럼 출간되지 못했으나 그레 이스 팔리상 수상을 시작으로 프랑스 메디치상, 캘리포니아 북어워드 등 전 세계 12개 문학상을 수상했고, 20개 언어로 번역, 11개국에서 ‘올해의 책’에 40회나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2011년에 출간된 Caribou Island는 16개 언어로 번역됐고, 9개 나라에서 올해의 책에 25회 선정됐다. Dirt(2012)와 Goat Mountain(2013) 역시 전 세계 10여 개국 이상에 소개되었고, 수많은 문학상과 선정 도서에 이름을 올렸다. BBC, CNN, PBS, 내쇼널 지오그래픽에서 그의 다큐멘터리 방송을 제작하기도 했다.


저자의 가장 암울했던 개인사가 삶의 최고의 선물이 된 기적을 경험한 그는 글쓰기가 주는 구원의 힘을 믿는 작가이다. 현재 영국에서 두 권의 소설(Aquarium, Bright Air Black) 출간을 앞두고 있다. 「옵서버」,「가디언」,「에스콰이어」,「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20여 개 이상의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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