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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15)] 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

 


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

저자
빌헬름 슈미트 지음
출판사
책세상 | 2014-12-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독일 아마존 슈피겔 분야 베스트셀러 1위" "2014 독일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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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615)] 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

빌헬름 슈미트 저 | 장영태 역 | 책세상 | 168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과학기술의 발달로 ‘늙음’을 정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면서 ‘나이듦’은 고독, 불안, 우울, 빈곤 등과 같이 부정적이고 불쾌한 것으로 여겨지게 됐다. 젊음이 경쟁력인 시대, 은퇴 설계가 필수인 시대, 주름을 없애고 몸을 단련하며 노후 연금과 은퇴 후 취업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오늘도 늙음에 맞서 싸워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나이듦에 대한 초조함과 두려움의 반영이 아닐까. 나이듦은 이렇게 어떻게든 무찔러야 하는 정복의 대상일까.


‘영혼의 치유사’로 불리는 독일의 저명한 대중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나이듦에 대한 부정 일변도의 세태에 반기를 들며 삶과 나이듦의 의미를 새로운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 죽는 순간까지 평정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의 노년과 60 문턱에서 자신의 노년을 준비하는 저자 스스로의 삶에 대한 성찰은 저자로 하여금 나이들어가는 삶에 있어 ‘마음의 평정’이란 가치에 주목하게 했다. 늙음을 부정하며, “사그라지는 인생에 대한 울분을 피어나는 생명에 분풀이하는 그런 분노의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하루하루의 일상이 쌓여 ‘삶’이라는 큰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저자는 삶을 네 분기로 나눠 각 시기가 지닌 의미를 파악하여 다시한번 “전체로서의 삶”의 이해하고 의미를 살피는 것으로 평정을 향한 첫발은 내딛는다. 이른 아침과도 같은 인생의 첫 분기에 우리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며, 나에게 부여된 가능성들을 발견해, 인생의 밑거름과 삶을 개척하는 원동력을 만든다. 늦은 오전과도 같은 인생의 두 번째 분기는 스스로를 평가하고 가늠하는 때이다. 잠재력을 실제 능력으로 입증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이때만 느낄 수 있는 삶에 대한 역동성은 ‘나이들어간다’는 사실을 잊기 쉽게 만들어준다.


앞으로만 향해 있던 삶이 차츰 회고적이 되면서 우리는 인생의 세 번째 분기로 접어든다. 중년의 위기와 갱년기를 겪으면서 삶에 대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나이듦에 대한 거부감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저자는 지금까지 쌓아온 능력을 인생 전반에 걸쳐 발휘하면서, 이 시기에만 가능한 것들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것을 내려놓는 것, 부족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 살아온 인생을 찬찬히 떠올려보는 것. 우리는 이런 것들에 익숙해지면서 죽음과 맞닿아 있는 인생의 네 번째 분기를 맞이한다. 생애 초기로부터의 발달 과정을 역방향으로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는 이 시기는 ‘죽음’이라는 마침표로 생을 마감지어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을 접할 기회도 많아진다. 우리는 죽음이 삶의 종착지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정확한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저자는 “삶뿐만 아니라 죽음도 해석의 문제”라고 말한다. “죽음은 삶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경계선을 그어준다.” 끝없이 살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어떤 일을 위해 수고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한정된 삶 동안 머릿속에 그린 종착지에서 삶을 되돌아보고, 평가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남은 삶을 새롭게 꾸려갈 수도 있다. 남은 사람들, 내 죽음 후의 일, 내 죽음의 의미 등을 고민해보는 것은 죽음에 익숙해지게 해 불안감은 덜어주면서 평온은 더해줄 것이다.


우리를 품에 안은 자연은 어느 순간의 소멸이 아닌, “나이듦이라고 하는 느긋한 과정”을 선물했다. 이를 포함한 전체로서의 ‘삶’은 죽음으로 완성된다.『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이 ‘마음의 평정’이라는 삶의 기술을 추구하며 얻어갈 때, 좀 더 편안해지고 풍성해지면서 유의미해질 것이라 말한다. 저자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담백하고, 문학적이면서도 사색적인 문장들은 깊은 울림을 주며, ‘나의 나이듦’과 ‘평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할 것이다.


“멋지게 나이들어가기 위해”서는 나이듦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나이든다는 것’은 각종 능력이 쇠하고 외형이 볼품없어지면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의 성장을 돕고 경험을 이어 전달하며 인생의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가면서 ‘늙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인간들을 욕망으로 선동하고 교란하며 삶을 소용돌이치게 하면서” 단순히 늙어가게 만든다. 때문에 삶이 각박해지고 서글퍼질수록 노년을 향해 가는 우리는 평정한 일상과 평정한 노년의 삶에 대해 동경하게 된다.


평정은 지금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남은 삶을 더 풍성하게 해줄 정신적 원천이다. 특히 평정은 고대 에피쿠로스의 아타락시아(불안해하지 않음) 이래 중요한 철학 개념 중 하나였다. 고대 철학의 실천적 성격을 이어받은 저자는 이 개념에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삶의 고통과 의미 상실을 치유하는 ‘삶의 기술’로서의 가치를 부여한다. 하지만 평정은 바란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도, 나이가 든다고 자연히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평정은 온 생에 걸쳐 추구하고, 삶을 오롯이 마주하며 인식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가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삶의 기술로서의 철학과 철학의 대중화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저자의 삶에 대한 통찰과 어렵지 않고 담백하게 풀어낸 사색의 결과, 그리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삶에의 조언들은 불안과 좌절, 초조함으로 점철된 우리에게 유의미한 삶의 지표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 빌헬름 슈미트 소개


1953년 독일 뮌헨 근교 빌렌하우젠에서 태어났다.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철학과 역사학을 공부했고,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삶의 기술에 대한 철학적 기초]라는 논문으로 교수자격시험을 통과했으며, 2004년부터 독일 에르푸르트대학교의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여러 해 동안 스위스 한 병원에서 ‘철학적 영혼의 치유사Philosophischer Seelsorger’로 활동했고, 중국에서도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면서 철학을 대중적으로 보급하는 데 힘썼다. 철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2012년 독일 메카처 철학상Meckatzer-Philosophie-Preis을, 삶의 기술에 관한 여러 저술 활동으로 2013년 스위스 에그너상Preis der Dr. Margrit Egner-Stiftung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살면서 한번은 행복에 대해 물어라』 『사랑이 숨을 쉬게 한다』 『역경, 하나의 격려』 『자신과 친구 되기』 『균형의 기술』 『삶의 기술 철학』등이 있다. 이 책들은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프랑스, 터키, 일본, 중국 등에 번역 출간되어 전 세계 수백만 독자들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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