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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13)]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출판사
까치(까치글방) | 2014-12-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철학자 지젝, 소설가 신경숙과 김연수를 비롯하여 수많은 명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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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613)]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저 | 용경식 역 | 까치(까치글방) | 560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소설 전체에서, 곧 제1부 「비밀 노트」와 제2부 「타인의 증거」와 제3부 「50년간의 고독」에서 작가가 서로 모순되는 현상들과 인물들을 서로 뒤얽어서 이미지를 조작하는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밀란 쿤데라에 때때로 비교되는 또다른 동유럽의 작가인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그녀의 대표작이다.



제1부 「비밀 노트」


아고타는 이 작품(Le Grand Cahier)의 원고를 파리의 유명한 출판사인 갈리마르, 쇠유, 그라세에 동시에 보냈는데 쇠유에서 수정 없이 즉시 출판할 것을 수락했다고 한다. 이 책은 천천히 프랑스 독자층에 침투했고 드라마화됐으며 현재 20여 개국에서 번역, 소개됐다.


작가는 처음에 무작위로 여러 개의 장면들을 각각 써서 모자이크하는 기분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인간세계의 현실을 냉혹히 파헤친 신랄하고도 잔혹한 정경 혹은 촌극들을 냉철한 객관성에 입각해서 써내려간 60여 개의 작문 노트가 구성의 기본이 된 것이다. 주인공을 1인칭 단수가 아닌 복수(우리)로 한 이유도 감정의 과잉표현이나 주관적 표현을 배제하기 위한 의도에서였다. 물론 그것은 나치스(점령군)와 사회주의 체제(해방군)가 차례로 등장하는 혼란 속에서의 아이덴티티의 미분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이 사랑했던 한 살 반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오빠를 클라우스로 작가 자신을 루카스로 등장시켰다고 한다. 주인공인 쌍둥이 형제인 ‘우리’는 전쟁 통에 5자로 상징되는 점령자들과 그리고 다음에는 낫과 망치로 상징되는 해방군들에게 짓밟히는 어느 국경 근처의 소도시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그곳에서 그들은 최악의 상황을 이겨나가는 연습을 한다. 그들에게 도덕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누구의 가르침이나 영향도 받지 않고, 그들 특유의 도덕을 만들어간다. 제1부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아이들의 폭력적인 암흑세계이며 악마적인 진실의 소용돌이이다.



제2부 「타인의 증거」


「비밀 노트」를 쓸 때, 작가는 이 속편(La Preuve)을 예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저 연속해서 쓰고 싶을 때에 쓰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여지를 남겨놓았던 것이다. 제2부의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1956년의 헝가리 반체제 혁명의 시기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아이덴티티 상실은 제2부에서 ‘그’라는 제3인칭에 의해서 상징되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우리’의 분리를 뜻한다는 점은 더욱 분명하다.


「비밀 노트」에서는 고유명사가 일체 나오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타인의 증거」에서는 쌍둥이 중 하나인 루카스를 비롯해서 등장인물 모두가 이름을 가지게 된다. 쌍둥이인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라는 이름은 같은 철자들의 순서만 바뀐 이름이다. 그들은 정말 둘인가, 하나인가? 제3부에서 끊임없이 독자들을 혼란시키는 이 의문은 이 이름들에 의해서도 짙게 드러난다.


제2부는 클라우스가 자유를 찾아서 떠난 뒤, 할머니 집에 그대로 혼자 남게 된 루카스의 이야기이다. 한 몸처럼 지내던 쌍둥이의 이별은 슬픔을 넘어서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제1부의 무대가 되었던 소도시(K시), 할머니의 집, 서점-문구점, 사제와 사제관, 술집들, 묘지, 광장 등이 그대로 등장한다. 또 루카스의 할머니 집의 내부도 변함이 없다. 다락에는 루카스와 클라우스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해골이 매달려 있고, 무엇보다도 귀중한 ‘커다란 노트’가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언청이 소녀가 물을 긷던 샘은 말라버렸고, 술집들도 예전과 달리 한산하고 조용하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뀐 것이다. 특별허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국경지대에 위치한 그 소도시는 고립되었고, 폐허가 되었다. 전쟁은 끝났어도 여전히 사회 분위기는 무겁고 고통스럽다.


인간존재에 대한 불확실한 증거. 이것은 첫 장에서 신분증(아이덴티티 카드) 발행의 에피소드와 연결된다. 제1부에서의 ‘우리’와 ‘할머니’는 신분증이 필요하지 않았다. 취학 통지서도 무시하고 살 수 있었다.



제3부 「50년간의 고독」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제1부는 첫 번째 거짓말이고, 제2부는 두 번째 거짓말이고, 제3부는 세 번째 거짓말이란 말인가? 이 책은 몽상과 거짓말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하나의 잔인한 우화이다. 제1, 2부에서와는 달리 제3부에서는 1인칭 단수(나)를 주어로 해서 서술되고 있지만, 여전히 주관적인 생각이나 감정표현은 절제되어 있다.


쌍둥이는 어렵게 다시 만나게 되지만, 클라우스의 루카스에 대한 단호한 부인 뒤에 그들은 더 확실하게 헤어진다. 대사관 직원에게 쌍둥이 형제 클라우스의 존재를 주장하던 루카스마저도 상대방을 부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부인 뒤에 루카스는 자살하고, 대사관 직원에게서 그 소식을 들은 클라우스도 루카스와 꼭 같은 방법으로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감한다. 제1부에서 한 몸처럼 지내던 쌍둥이가 제2부에서는 루카스와 클라우스로 각각의 삶을 살게 되는 그들의 기억이 제3부에서는 서로 공유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 관계마저 상호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모순들을 조작하는 작가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 제3부에서 주목되는 것은 작중 화자가 ‘나’라는 1인칭이 되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에 의해서 나타나는 아이덴티티의 회복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크리스토프는 제2부와 제3부의 에필로그에 해당되는 부분에서 독자들을 예상 밖의 미로로 끌어들임으로써 인간 존재와 그 아이덴티티의 불확실성을 끊임없이 암시하고 있다.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소개


1936년에 헝가리에서 태어나서 2011년에 스위스에서 영면했다. 3부작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발표함으로써 또다른 동유럽의 작가인 밀란 쿤데라에 때때로 비교되는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그녀의 이 3부작은 단시간 내에 무려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조용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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