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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50)] 프로테우스: 토벨라의 심장

[책을 읽읍시다 (650)] 프로테우스: 토벨라의 심장
디온 메이어 저 | 이승재 역 | 아르테 | 612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남아프리카를 횡단하는 추격자 대 도망자’의 숨 막히는 추격전 『프로테우스』는 이중적인 첩보 세계의 날카로운 초상이자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남아공의 정치적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중심에는 모든 면에서 ‘영웅’이라 칭할 수 있는 코사 부족 전사 토벨라 음파이펠리가 있다. 오랜 시련을 이겨낸 강인한 아프리카 대륙의 상징 ‘토벨라’는 남아공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부족이자 넬슨 만델라 대통령과 음베키 대통령을 배출한 코사족 부족장의 혈족이다. 어릴 적부터 호전적인 전사 기질을 드러내며 17세에 ANC(아프리카 민족 회의)의 반(反)아파르트헤이트 저항 운동에 동참한 그를 KGB는 전문적인 암살 요원으로 키워냈다.

 

냉전이 끝나고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되자 토벨라는 고국으로 돌아와 마약계의 거물 밑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투쟁을 위해 평생을 바친 실업자가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의 정치적·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운명이었다.

 

끝없는 전투와 싸움, 폭력으로 점철된 삶과 아프리카 전사라는 본질적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는 결국 과거를 청산하고 선조의 위업을 이어받아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대치해왔던 적과 타협한 국가의 이권 다툼은 과거와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한 배를 탔던 단체의 배신과 제3세력의 등장으로 선조의 땅에서 조용한 삶을 살아가려던 개인의 희망은 묵살되고 만다.

 

모든 일은 세상에 드러나선 안 될 비밀 정보가 수록된 하드디스크 하나로 시작됐다. 오랜 친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문제의 하드디스크를 72시간 안에 잠비아 루사카까지 운반하기로 한 토벨라. 목적지를 향해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하는 길에는 토벨라가 예상치 못한 수많은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과연 그는 임무를 완수하고 친구를 구할 수 있을까?

 

소설은 오토바이를 타고 루사카를 향해 달려가는 토벨라의 여정과 그를 생포해 디스크를 확보하려는 정보기관의 움직임을 교차 진행으로 보여준다.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넬슨 만델라 이후 주도권을 잡은 흑인 정권이 전국에 흩어진 정보기관의 통합을 시도한다. 백인 정권 때 쌓아온 정보를 비롯해 백인 우월주의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등의 정보를 모두 통합하는 것이다. 이 정보기관들의 비리와 깊이 연관된 하드디스크는 소설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현 정권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의 경력을 망칠 수 있는 살인과 배신이란 비밀을 품고 있는 하드디스크를 손에 넣으려는 단체들의 움직임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숨 막히는 두뇌 싸움, 예측을 불허하는 사건의 전환, 쫓고 쫓기는 사냥꾼과 도망자의 남아프리카 횡단 여정에는 긴장감이 넘친다.

 

정보기관의 중심에는 흑인 정부에서 보기 드문 백인 여성 야니나 멘츠가 있다. 토벨라 추격전을 총 지휘하는 인물로,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며 야심을 불태우는 인물이다. 하지만 흑인 정권에서 남성 위주로 구성된 정보기관에서는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 해도 남녀차별과 인종차별의 벽을 피할 수 없다. 기자 출신인 디온 메이어는 ‘케이프 타임스’의 기자 앨리슨 힐리를 통해 언론의 현실적 상황 역시 날카롭게 조명한다.

 

『프로테우스』는 아프리칸스어라는 소수 언어의 한계를 딛고 전 세계 28개국에 번역 출간된 디온 메이어의 대표작이자 TV 시리즈로 각색되어 최고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한 걸작 스릴러이다. 또한 가공할 만한 코사 영웅 ‘토벨라 음파이펠리’를 창조해낸 작가의 야심 찬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 디온 메이어 소개

 

195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 케이프의 팔(Paarl)이라는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포체프스트룸 대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했고, 미국에서 창조적 글쓰기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군 복무를 마친 후 행정 수도 블룸폰테인에서 아프리칸스어 일간지 ‘디 폴크스블라트’의 기자로 일했다. 이후 광고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터넷 전략가, 브랜드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하며 집필을 병행하다가 2009년 전업 스릴러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1999년 『피닉스』의 출간을 시작으로 2000년 『오리온』, 2003년 『프로테우스』, 2008년 『피의 사파리』, 2011년 『추적자』를 펴냈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베니 그리설(Benny Griessel) 시리즈 4권을 출간한 그는 이제 명실공히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30대 초반부터 써왔던 단편들은 남아공에서 영화화되었고 2006년 『오리온』이 드라마화 됐다. 2009년 텔레비전 드라마 『트란지토』를 쓰기도 했다. 또한 베니 그리설 시리즈 중 2권 『13시간』은 2010년 인터내셔널 영화사에서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출간하는 소설들마다 영화화가 거론될 만큼 상업적으로 성공한 디온 메이어는 해외 문단에서 문학적으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 『프로테우스』는 2003년 남아공 ATKV 문학상, 2006년 독일 추리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피닉스』는 2003년 프랑스 그랑프리 문학상, 『오리온』은 2000년 남아공 ATKV 문학상, 2004년 프랑스 미스테르 비평문학상, 『13시간』은 2009년 남아공 ATKV 문학상, 2011년 미국 배리 상, 2011년 남아공 보케 상을 석권했다. 디온 메이어의 작품들은 현재 전 세계 28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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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