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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51)] 국경시장

 

[책을 읽읍시다 (651)] 국경시장
 
김성중 저 | 문학동네 | 248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유려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감각을 촘촘하게 풀어놓는 소설가 김성중의 신작 소설집 『국경시장』. 그의 이름 앞에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최다 수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데서 알 수 있듯 김성중은 꾸준히 주목받으며 자신만의 소설세계를 단단히 구축해왔다.

 

물건을 사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파는 「국경시장」, 천재적 재능을 얻는 대신 짧고 고통스러운 인생을 택해야 하는 병에 대한 이야기 「쿠문」, 촉망받던 모델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삶의 빛을 잃어가는 에바와 분쟁 지역을 서슴지 않고 다니는 보도사진가 아그네스라는 두 친구의 욕망과 이야기를 역행적 구성으로 촘촘하게 그려낸 「에바와 아그네스」 , ‘여왕’으로 불리는 킹코브라에게 인간의 욕망을 투영시킨 「동족」, 완벽한 곡을 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필멸」 등 소설 속 인물들은 특별한 악인이거나 비범함을 지닌 천재들이 아니다. 그저 평범하기에, 그래서 무언가를 가질 수 없기에 그것을 더욱 욕망하는 그들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욕망에는 작가 자신의 욕망 또한 담겨 있다. 물론 작가의 욕망은 앞의 것들처럼,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김성중은 욕망을 다른 방향으로 뒤집어 새로운 경계 지점을 제시한다. 그가 그리는 해소되지 않는 욕망은 얻지 못함에서 오는 고통인 동시에 다른 무언가를 계속해서 낳게 하는 원동력이다.

 

「국경시장」에서 주인공은 ‘나’라는 인물이지만 소설의 시작과 끝 부분의 화자로 영사관에서 근무하는 ‘조’라는 인물을 내세운 것이나, “이 소설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였고 따라서 그의 기도는 작가에게 바쳐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작가는 그가 겪게 될 다음 일을 훤히 알기에 등장인물의 기도를 들어줄 수가 없다”고 능청스럽게 작가의 목소리를 개입시켜 서사의 구성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 그러하다.

 

이야기를 향한 욕망은 다시 이야기를 이루는 강력한 테제로 작동하고 나아가 소설을 촘촘하게 직조하는 구성 자체가 된다. 환상적 세계라 불리는 김성중의 소설세계는 사실 그 무엇보다 우리 현실을 향한다. 또한 글이라는 허구를 통해 글 속에 환상을 집어넣는 과정, 욕망과 욕망을 경유하는 과정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자전소설인 「한 방울의 죄」가 이 소설집의 마지막에 위치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첫번째 소설집 『개그맨』 이후 사 년 만에 펴내는 이번 소설집은 그간 그가 보여준 자유롭고 개성적인 상상력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되 그 위치를 좀더 현실 쪽으로 옮겨와 서사에 둔중함을 더한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아이처럼 자유롭고 경쾌했던 김성중의 세계가 현실로 중심을 한 걸음 옮길 때 벌어지는 일은 환상과 실재의 오묘한 뒤섞임이다. 한 편의 음악처럼 리드미컬한 문체와 조밀한 구성은 이 뒤섞임의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강렬한 뒤섞임 속에서 독자들은 소용돌이에 휘말리듯 단숨에 작품들을 읽게 될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소설은 끝에 도달하지만 읽고 난 뒤의 여운은 읽는 시간보다 더 오래 독자의 마음속을 맴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 지점인 ‘국경’처럼 가짜와 진짜 사이, 환희와 고통 사이, 이야기와 이야기의 근원 사이, 그리고 작품과 독자 사이를 계속해서 오가는 움직임이 바로 김성중의 소설이 향하는 곳이다.

 

 

작가 김성중 소개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단편소설 「내 의자를 돌려주세요」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소설집 『개그맨』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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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