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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7)] 캐러멜 팝콘


캐러멜 팝콘

저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06-11-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 쌍의 부부와 한 쌍의 커플 그리고 한 남자의 달콤씁쓸한 사랑...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67)] 캐러멜 팝콘

요시다 슈이치 저 | 이영미 역 | 은행나무 | 293쪽 | 11,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캐러멜 팝콘』은 고이치·나오즈미 형제와 고이치의 아내 게이코, 나오즈미의 연인 신도 레이, 이 네 명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어느 한 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가족을 중심으로 이어진 네 사람의 사랑과 연애 모양을 통해 사랑, 결혼, 가족이라는 달콤한 이상 속에 숨어 있는 씁쓸한 군상들을 그려나간다. 모든 것을 속속들이 보여주지 않는 인간관계, 현대인이 어쩔 수 없이 지니게 되는 공허함, 남녀의 흔들리는 마음과 미묘한 거리감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좇아 평범한 일가와 그 가족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의 초상이 펼쳐진다. 한 편의 트렌디 드라마처럼 가벼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가족의 사정이 서서히 드러난다.

 

중학교 때 잘나가던 양아치였던 신도 레이는 누구나 아는 프랑스계 유명 브랜드 H의 홍보부에 막 입사한 사회 초년생이다. 고등학교 때 양아치 생활을 청산하고 그럭저럭 공부에 매진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게 됐다. 그녀에게는 작년 우연히 재회해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오지 나오즈미가 있다.

 

나오즈미는 재수를 해서 아직 대학생. 이렇다 할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저 흐리멍덩한 매일을 보내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매사 무사태평한 태도로 일관하지만 ‘출생의 비밀’이라는 아픈 상처를 짊어지고 있다. 그는 요즘 마음이 불편하다. 부모님과 사는 본가에 결혼한 형 부부가 동거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 동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나오즈미의 형수 오지 게이코.

 

게이코는 패션지 부편집장으로, 휴일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다. 성실한 남편과 자애로운 시부모의 이해와 사랑 아래 누가 보더라도 부러운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옛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게이코의 남편인 고이치는 중견 신용금고회사에 다니며 친구와 함께 아마추어 극단을 만들어 연극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게이코와 고이치는 부부지만, 그들의 생활은 게이코가 “둘 다 혼자 사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스침의 연속이다.

 

『캐러멜 팝콘』은 연인관계, 가족관계, 부부관계, 친구관계 등 모든 인간관계의 표층과 심층을 날카롭게 파헤친 소설이다. 뿐만 아니라 사랑 혹은 행복이 지닌 양면성, 일상의 불안감, 마음 둘 곳 없는 현대인들의 고독감,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감, 현실의 위기감을 리얼하고도 섬세한 필치로 펼쳐 보이고 있다.

 

담담하게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일상을 좇다보면, 독자들은 밝고 평온한 한 가정의 행복이 거짓말, 비밀, 배신이라는 위태로운 그늘로 지탱되어 있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나약함에서 오는 고독감과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상처 입힐 배신이라는 행동을 취하고 마는 인간의 교활함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에는 옳은 것 같지는 않지만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관계들이 등장하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 나름의 거짓말과 비밀을 안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의 동요를 상대에게 다 드러내 보이지 않고 살아간다. 그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거짓말과 비밀은 서로의 유대 관계를 해칠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라서, 얼핏 평온하고 북적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일상은 손을 맞잡고 외줄을 타는 것처럼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인생에는 뚜렷한 기승전결이 있을 수 없듯, 너무도 리얼한 이 소설은 특별한 사건 없이 어떤 사람에게는 보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어떤 진실들 사이를 오가며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느낌으로 진행된다.

 

작가 요시다 슈이치 소개

 

1968년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시에서 태어나 호세이(法政)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다 24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1997년 『최후의 아들』로 제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2002년에 출간한 『파크 라이프』로 제127회 아쿠타가와 상을, 같은 해에 『퍼레이드』로 대중성 있는 신인작가에게 주는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가로 급부상했다. 쉽게 읽히면서도, 가장 동시대적인 감수성을 포착해내는 그의 재능은 그가 대중문학과 순수문학 양쪽에서 동시에 인정받게 하는 힘이며, 그를 일본의 ‘팝 문학’이 도달한 하나의 정점으로 평가하는 이유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글은 도시의 일상과 인간에 대한 탁월한 묘사, 눈 앞에 영상을 보여주는 듯한 섬세한 문체 등 그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쉽게 읽히면서도 동시대적인 감수성을 잘 포착해내고 있어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 등에 의해 발전한 일본의 '팝 문학'의 정점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대중문학을 대표하는 야마모토슈고로상과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아쿠타가와상을 연달아 수상한 그는 새로운 순수문학의 형태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가사키의 과거와 현재를 한 야쿠자 집안의 흥망사에 비춰 그려내고 있는 『나가사키』는 작가의 고향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한 편의 흑백영화를 볼 때처럼 애잔한 그리움과 함께 흐르는 시간 앞에 무력한 인간사의 비애가 가슴을 뭉클하게 적신다.

 

도시인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해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요시다 슈이치의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파편』, 『돌풍』, 『열대어』를 비롯해 『동경만경』, 『랜드마크』, 『일요일들』, 『7월 24일 거리』, 『거짓말의 거짓말』, 『나가사키』, 『캐러멜 팝콘』, 『사랑을 말해줘』, 『사요나라 사요나라』, 『요노스케 이야기』, 『도시여행자』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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