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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79)] 헤이! 맘보 잠보

 
[책을 읽읍시다 (679)] 헤이! 맘보 잠보  

류담 저 | 도서출판도화 | 328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소설가 류담의 첫 장편소설. 이미 소설집 『샤허의 아침』과 『야만의 여름』을 통해 섬세한 정서와 개성 있는 문체를 선보인 작가는 장편 『헤이! 맘보 잠보』에서 한결 심화된 인식의 지평을 열고 있다. 킬리만자로의 산행 과정을 묘사한 이 소설에서 작가는 자기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무력증과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빠져나오는 길을 얻는다. 그래서 킬리만자로는 평범한 산행이 아니라 내면 탐구로서 새로운 여정을 제시한다.

 

남편인 규와 같이 지내는 일상이 메말라 무력증에 빠진 나는 황량한 날을 벗어나고 싶어 킬리만자로에 오른다. 규와 함께 간 그곳에서 나는 독일에서 온 리언이라는 청년을 만난다. 리언을 보며 나는 독일 유학 시절을 떠올린다. 그 기억이 독일에서 함께 지냈던 기를 돌아보게 한다. 당시 리언과 비슷한 나이였던 나는 독일 유학 10년 차인 기에게 빠져 그의 아이가 생긴다. 아기가 생겼다는 말에 기는 내게서 돌아선다. 나는 혼자 아이를 낳은 후 귀국했고 뒤에 아이의 입양 소식을 듣는다.

 

홀로 우뚝 선 킬리만자로에 오르려면 거친 길을 오래 걸어야 한다. 천천히 걷는 동안 나는 엉킨 사념이 추려진다. 초입부터 고소증세에 시달리던 리언은 결국 하산한다. 산행의 마지막 날이 온다. 아침에 호롬보를 출발해서 오후에 키보에 닿는다. 밤을 새워 걸으며 나는 체력의 한계에 닿는다. 더 나갈 수 없는 곳을 보이지 않는 존재에 기대어 걷는다. 체력이 소진 되었을 때 모를 힘이 나를 끌어간다.

킬리만자로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우후르 피크다. 우후르는 자유라는 뜻이다. 내 힘으로 오른 우후르 피크에서 나는 자유를 호흡한다. 나를 누르는 무게를 벗어버리고 홀로 선다. 산에서 내려온 나는 침상에 누워 잠에 빠진 리언을 보며 내 몫으로 주어진 날들을 받아들이리라 마음을 다진다.

 

입양아인 리언 또한 주어진 날들을 살아가기를 응원하며 앞에 놓인 각박한 현실을 뛰어넘으면서 제 스스로 진화를 이루어 가리라 진심으로 바란다. 입양아였던 내가 그랬듯. 주어진 상황을 뛰어넘어 진화하는 그것이 자유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체득한 나는 극한의 고통을 겪은 뒤의 넉넉함으로 주위를 돌아본다. 큰 산을 넘은 여유가 시야를 연다. 그 순간 주어진 모든 날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자기 찾기의 긍정’이 아름답게 열리고 있다.

 

삶의 힘은 긍정에서 나온다는 이 쉬운 말이 현실에서는 쉽게 실현되기 어렵다. 이 소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헤이! 맘보 잠보』는 ‘대학시절에야 내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불안의식이 인물이 관찰하는 모든 사물에 뜨거운 햇볕처럼 내리쬐고 있으며 작가는 그것을 시종일관 치열하고도 고통스럽게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킬리만자로의 산행으로 설정한 작가는 사건과 사물이 시간 속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미묘한 순간적 표정을 특유의 직관으로 포착한다. 이렇게 포착된 세계는 작가 류담 만이 가질 수 있는 문체를 형성해 『헤이! 맘보 잠보』의 중심을 형성하는 독특한 문체로 자리를 잡는다.

 

이런 심층적 구조는 『헤이! 맘보 잠보』를 기존의 서사유형이나 소설의 전통문법과는 다르게 읽히게 한다. 그 결과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는 시간의 인과적 의미가 사라진 공간적 의미의 여백이 크다. 독자들은 그 여백을 통해 류담 작가의 소설 문장이 지닌 표층적인 의미 밑의 심층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놀랍고도 기이한 순간을 만날 수 있다. 그렇기에 『헤이! 맘보 잠보』 읽기는 킬리만자로를 정복하는 것처럼 힘든 과정이면서도, 자유라는 뜻을 가진 킬리만자로의 정상 우후르 피크에 오르면 얻는 자유의 길이기도 하다.

 

 

작가 류담 소개

 

전주에서 나고 충청도와 전라도에 있는 여섯 군데의 초등학교를 거쳤다. 중학교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는 전주에서 다녔다. 연세대학교 졸업하고 독일에서 어학연수를 잠깐 했다. 계간지 [21세기 문학]에서 ?새 기르는 남자?로 등단하였다. 소설집으로 『샤허의 아침』과 『야만의 여름』이 있다. 쓰고 읽는 일 밖에 하지 않은 듯한데 어쩌다 보니 멍청한 사람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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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