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주인공 로라의 회상을 통해 진행되는 『카르밀라』는 고딕 소설답게 오스트리아의 음산하고 고립된 어느 대저택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는 로라가 자기의 첫 기억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정체 모를 소녀의 침입 사건으로 시작된 로라의 기억은 시간이 흘러 열여덟 살 무렵의 어느 날로 이어진다.
슈필스도르프 장군이 보낸 불길한 편지 한 통으로 묘한 긴장감이 흐르던 어느 보름날 밤, 저택 앞에서 마차 사고가 일어난다. 사고가 수습되자마자 운명처럼 저택에 맡겨진 소녀, 카르밀라. 백옥 같은 피부와 풍성하게 굴곡진 짙은 금빛 머리칼의 카르밀라를 보자마자 로라는 그 아이가 어렸을 때 자기 침실에 침입했던 정체 모를 소녀임을 알아차린다.
카르밀라의 등장과 함께 마을에는 의문의 열병이 창궐하고, 저택에서도 기이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주인공 로라도 악몽에 시달리며 점점 쇠약해지던 어느 날 로라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로라의 아버지는 로라를 데리고 멸족된 카렌스테인 가문의 성으로 향한다. 오래전 전쟁으로 대가 끊긴 카렌스테인 가문. 음산한 기운이 짙게 드리워진 카렌스테인 성안 예배당에서 또 다른 사건이 휘몰아치고 숨겨진 진실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전개되며 지난 일들의 전모가 드러난다.
이야기 속 뱀파이어는 잔악한 정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언제 터질지 모를 긴장감을 선사한다. 소설은 마지막까지 묘한 전개로 독자들에게 강한 여운을 남긴다.
고딕 문학의 틀에 사실적인 묘사를 접목시키기로 유명한 작가, 셰리던 르 파뉴. 그 명성에 걸맞게 『카르밀라』와 『그린티』 두 작품 모두 고딕 저택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을 다루며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더욱 짙은 음산함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특히 숨은 작품인 『그린티』는 헤세리우스 박사의 환자 관찰 기록을 편지 형식으로 풀어가는 서간체 소설로 주인공이 독자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것 같은 전개가 특별한 매력과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무더운 여름, 19세기가 작가가 그린 매혹적인 고딕 소설 속으로 빠져 보자.
작가 조셉 토마스 셰리던 르 파뉴 소개
‘유령 이야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일랜드계 작가 조셉 셰리던 르 파뉴는 고딕 문학의 틀에 사실적인 묘사를 잘 접목시킨 작가로 유명하다. 심리학적인 관점과 초자연적 현상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를 작품에 잘 녹여내는 작가로 대표작으로는 『교회 묘지 옆에 있는 집』 『사일러스 아저씨』 『유리잔 속에서 어둡게』가 있다. 그중에 『유리잔 속에서 어둡게』(1872)는 단연 독보적이다.
『유리잔 속에서 어둡게』는 괴기스러운 단편들을 모아 둔 단편집으로 최초의 여성 뱀파이어 소설인 『카르밀라』와 아일랜드 문학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킨 『그린티』가 실려 있다. 『카르밀라』는 훗날 같은 아일랜드계 작가인 브람 스토커에게 영감을 주어 『드라큘라』의 탄생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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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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