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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31)]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저자
#{for:author::2},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for:author}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15-07-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모든 위대한 소설은 위대한 동화이다.” _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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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731)]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조이스 캐럴 오츠 외저 | 케이트 번하이머 편 | 서창렬 역 | 현대문학 | 840쪽 | 2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현대영미문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들이 세계 고전동화로부터 원동력을 얻어 쓴 현대소설 앤솔로지가 출간됐다 .2011년 월드 판타지상 베스트 앤솔로지 부문 수상작인 이 책은 고전동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동화이며 소설이다. 특히 신비한 마법 이야기나 경이로운 이야기, 방대한 스펙트럼의 예술에 열광하는 이 시대는 다름 아닌 동화 세계로의 복귀를 꿈꾸는 시대이다. 모든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동화로부터 덧붙여지고 발전되어 왔다.


『위키드』의 저자인 그레고리 머과이어는 서문에서 평론가 노스롭 프라이의 말을 인용하며 문학을 계절의 진행처럼 봄은 희극, 여름은 로맨스, 가을은 비극, 겨울은 풍자나 아이러니로 읽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으며 그 밖에 더 많은 것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동화에는 그러한 분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동화 정신이 발휘된 흥미로운 앤솔로지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는 현재작법의 경향을 반영하는 다양한 장르의 쟁쟁한 작가들과 그들이 추구한 작업들이 성취해낸 작품집일 뿐만 아니라 동화의 다양성을 매혹적으로 흥미롭게 표현함으로써 현대소설의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낸 의미 있는 작품집이다.


이 책을 기획한 케이트 번하이머는 “모든 위대한 소설은 위대한 동화이다”라고 말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견해를 빌려 “모든 위대한 내러티브는 위대한 동화”라고 강조한다. 세계동화계의 권위자인 마리아 타타르는 그녀의 저서 『마법에 걸린 사냥꾼』에서 동화가 그토록 사랑받아온 이유가 동화를 읽는 것은 책읽기와 사랑에 빠진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화는 폭력적일 수 있지만 현실의 고통과 상실이 담겨 있다. 살인, 학대, 근친상간, 굶주림, 부패 등 현실세계의 어두운 이면을 반영하면서 마술의 힘으로 위험에 처한 인물들을 보호하려는 힘을 가졌다.


그레고리 머과이어는 “동화는 교활하고 신비적인 방식으로 쓰인 기원이며 종말론이면서, 동화는 스포트라이트보다 더 밝게 빛나는 눈부신 삶의 양면인 어둠에 말을 건다”라고 말한다. 현실에서 상처 입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동화 속의 캐릭터로 다수 등장하는 이 책은 약육강식의 논리에 지배받는 현실세계의 잔혹성과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이렇듯 동화의 세계는 잔혹한 현실의 세계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화는 계속 읽힌다.


케이트 번하이머는 “이 책을 통해서 미래의 세대를 위해 동화를 보존하고자 하는 소명의식을 담고자 희망한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동화는 가장 경이로운 세계를 품고 있고, 현실세계와 맞닿아 있으며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상호공존하고 계층적이지 않은 동화의 정신을 통해서 현실세계를 인간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진정한 힘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 된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는 앨리사 너팅의 「오빠와 새」에 나오는 노래 가사에서 따온 것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 ‘노간주 나무’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새엄마에게 살해당한 오빠의 죽음을 이복동생 마를레네의 시선으로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준다. 앨리사 너팅은 원작 속의 아버지가 수프로 만들어진 아들을 먹고도 눈치 채지 못하는 모습에 주목해 정신적 공허에 빠진 현대사회 부모들의 모습을 서늘한 시선으로 극대화시킨다.


마이클 커닝햄의 「백조 왕자」는 안데르센 원작의 ‘백조 왕자’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열한 명의 왕자들이 모두 저주에서 풀려나는 해피엔딩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저주에서 풀려나지 못한 열두 번째 막내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오른 팔이 백조날개인 채로 나이 들어가면서 변두리 술집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기형적인 사람들을 만난다.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을 원작으로 한 조이스 캐럴 오츠의 「푸른 수염 연인」과 존 업다이크의 「아일랜드의 푸른 수염」또한 주목할 만하다. 원작 이야기 속의 처녀는 푸른수염의 명령과 지배를 받는 수동적인 여성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조이스 캐럴 오츠는 이 여성을 좀 더 발칙하고 영악한 캐릭터로 바꾸는 재치를 발휘하는 한편 존 업다이크는 아일랜드 남서부로 여행을 떠난 부부의 위태로운 여행을 예리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동화적 색채를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모더니즘 소설을 선보인다.


닐 게이먼의 작품 「오렌지색 빛」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하는데 오딧세우스의 20여 년에 걸친 귀향 여정을 거대한 서사시로 풀어낸 원작과 달리 닐 게이먼은 특유의 SF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외계인과 함께 머나먼 여정을 떠난 여동생 너리스의 실종 사건을 다룬다.


「난 여기 있잖아요」의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는 황금사과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 러시아 민담 속의 이반 왕자 이야기를 가져와 평범한 가정주부 올가의 악몽적인 휴가를 그렸다. 이 작품에서 페트루셉스카야는 러시아 민담의 관습적 플롯에서 벗어나 특유의 암울하고 날카로운 문체로 사실적이고 탁월한 심리묘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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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