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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43)] 중세 1 : 야만인,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도의 시대(476~1000)

[책을 읽읍시다 (743)] 중세 1 :

야만인,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도의 시대(476~1000)

움베르토 에코 기획 | 김효정,최병진 공역 | 시공사 | 992쪽 | 8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토 에코가 기획하고 수백 명의 학자들이 참여해 중세의 모든 것을 다룬 인문 시리즈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컬렉션」『중세』제1권 「야만인,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도의 시대(476-1000)」. 움베르토 에코는 중세에 대한 우리의 오해와 편견들을 깨고 그 시대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우리 시대와는 무엇이 다른지를 역사, 철학, 과학과 기술, 문학과 연극, 시각예술, 음악 분야로 나누어 증명해 낸다. 그리고 근대를 거쳐 온 우리 시대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풀어 나갈 지혜를 엿보게 해 준다.


중세를 흔히 암흑기로 표현하지만 천 년에 달하는 이 시기(로마 제국이 몰락한 476년부터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된 1492년까지)에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게르만족을 중심으로 여러 야만족들이 대이동을 시작하면서(민족 대이동) 오늘날 유럽이라고 부르는 것이 시작됐다. 로마 제국을 침입했던 이민족들의 문화와, 그 문화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했던 그리스도교와 라틴 문화가 결합하면서 모든 유럽 국가가 시작된 것이다. 이 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현재까지 쓰이는 유럽의 여러 언어들과 제도들, 법률들이 형성됐다.


중세 초기에는 법률 분야에서도 커다란 성과를 이루어 냈다. 6세기에 동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는 당시까지 법전으로 편찬된 적이 없던 로마법과, 심지어 로마의 판례들까지 한데 엮어서 매우 귀중한 법률 자산을 후세에 전해 줬다. 수많은 유럽 국가들은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수백 년 동안에 현행법의 토대를 마련하고 국가 체제를 세울 수 있었다.


현재 이슬람 문화권의 첨예한 문제이자 중동뿐 아니라 국제 정세의 판도를 뒤흔드는 갈등 구조 역시 중세 때 시작됐다. 661년 카르빌라에서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촌 동생이자 4대 칼리프인 알리가 암살되면서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분쟁의 불씨가 만들어진 것이다.


중세 초기에는 고대에 비해 철학과 사상이 쇠퇴했다고 보는 관점 역시 팽배하다. 하지만 이 시기에 제기된 여러 논제들 즉 우주와 세계와 신에 대한 설명, 신학과 철학의 관계, 종말론 등은 현재의 지식 담론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중세 철학의 흐름을 스콜라 철학이라고 단순화시킨다면 이 흐름의 기초를 구성한 가장 중요한 철학자는 4-5세기의 성 아우구스티누스(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다. ‘돌아온 탕자’ 이미지를 가진 그는 그리스도교와 신플라톤주의 철학을 조화시켰으며 종말론 논의를 시작했다. 그의 담론들은 이후에 여러 세기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할 철학적 유산을 남겼다. 한편 보에티우스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등 이교적인 고대 문헌을 번역하고 연구하여 그리스도교 사상과 조화시키고자 했다.


중세에는 여러 수도원 필사실과 공방에서 필사본이 생산되었고 많은 그리스어 고전들이 라틴어로 번역됐다. 이를 통해 고대 문화가 보존되고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또한 이 시기에 백과사전적 저서들과 요약집들도 출간되기 시작했다. 이 책들은 고대 지식을 번역, 주석, 조정, 전승할 목적으로 고대 문헌들을 요약한 출판물들이었다.


대학과 그에 따른 교육 제도도 중세 때 정착됐다. 최초의 대학이 비록 초기 형태이기는 하지만 1088년에 볼로냐에서 나타났고 교수와 학생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는 교수가 학생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국가나 교회의 통제에서 벗어나 세워졌다. 이상적인 그리스도교도의 교육을 위해 제시되었던 개념은 고대의 ‘자유학예artes liberales’로, 이는 중세 교육이 이교도 지식의 규범들을 토대로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만일 중세 과학과 기술을 이탈리아 반도에 한정해서 설명한다면 쇠퇴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중해나 근동으로 지역을 넓혀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랍 세계는 철학, 과학, 의학, 수학 분야에서 중요한 전통을 세웠다. 심지어 당시 아랍의 과학 수준이 14-17세기의 서양 과학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는 최근의 연구까지 있다. 아랍 학자들은 그리스와 라틴 문화에서 유래한 철학, 의학, 수학, 자연과학 분야의 서적들을 정확한 제목으로 기록하면서 아랍어로 번역했다. 또한 이들은 인도에서 가져온 천문학 저서들을 번역하면서 시간의 측정과 관련한 천문학적 지식과 지리에 관심을 가졌고, 인도 수 체계에 기반을 둔 산술과 대수에 대한 글도 남겼다.


서양의 중세 의학은 갈레노스와 히포크라테스 같은 이들의 고대 의학을 계승하기는 했지만 그리스도교의 영향으로 영성과 인류학적 관점을 취했다. 이 시기에 병원이 탄생했는데, 이는 병자와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그리스도교 교리인 자비가 구체화된 것이었다. 서양의 의학은 고대 의학서 중 일부를 도입하고 약학과 식물학과 의학 재료학과 같은 분야에서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 고대 의학서의 번역, 의학 이론과 실제의 통합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빈약했다. 아랍 의학은 자신들의 영토에 속한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영향을 절충했고 매우 놀라운 과학적 혁신을 이룩해 내었다. 아랍 서적들은 고대 고전들이 서유럽에 전해지는 통로로서 중세와 르네상스의 지식이 형성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세의 문학은 그리스도교 문화라는 여과 장치를 통해 고전 작품을 수용하고 전달했다.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유베날리스 같은 고대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필사됐다. 요크의 알퀴누스와 에리우게나의 서적뿐 아니라 여러 학자들의 신학 논문과 성경 주석서, 『랑고바르드족의 역사』와 카롤루스 대제의 전기, 음악 이론서, 성인전 문법서 등이 활발히 출간됐다. 특히 라틴 서사시 분야에서는 고대 후기의 전통을 잇는 성경 서사시를 통해서 성인전 및 영웅시가 등장했다.


중세 초기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무엇보다도 게르만족과 켈트족의 전설 및 신화에 기반을 둔 문학 작품들이다. 게르만족의 전설은 영웅 소설을 낳았는데 이 장르는 그리스도교 문화와 전혀 관련 없는 인물들과 ‘독일 기사’라는 인물형을 라틴 문학사에 데려왔다. 켈트족의 전설에서 기원한 유령들의 밤 사냥 이야기는 이후에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나 베버의 『마탄의 사수』 같은 다양한 공연 문화에 소재를 제공했다. 특히 중세 문학이 상상해 낸 ‘경이로운 것’ 혹은 ‘환상적인 것’은 기묘한 신화를 만들어 냈으며 빅토르 위고와 루이스 캐럴의 소설들, 뱀파이어 이야기, 심지어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과 같은 현대 판타지 문학 및 영화, 게임 산업에 이르기까지 중세 이후의 문화에 풍요로운 자양분을 제공해 주었다.


313년에 ‘밀라노 칙령’으로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뒤로는 종교 전례에 적합한 종교 건축물이 건립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그리스도교도들이 개인 건물이나 카타콤 같은 지하 묘지에서 종교 전례를 행했지만 이때부터는 거대한 종교 공공 건축물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건축물 내부와 외부를 장식하는 과정에서 구상미술 분야가 혁신을 맞았다.


중세 초기의 음악 분야는 수학적 원리를 다루는 학문에서 그레고리오 성가의 고안으로 인해 점차 신의 영광을 찬양하기 위한 실천 영역으로 이동했다. 특히 이 시기에 그레고리오 성가를 빠른 속도로 서유럽 전역에 알리기 위해 악보가 탄생했는데, 이로써 성가를 구전으로 전승하는 방식은 기보법을 이용한 악보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변화됐다.



작가 움베르토 에코 소개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이다. 1932년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토리노대학교와 밀라노대학교에서 미학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초의 주요 저서인 『열린 작품』을 발간해 현대미학의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했다. 이어 『제임스 조이스의 시학』 『예술의 정의』 등 새로운 이론서를 발표해 문학비평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66년 상파울루대학교와 피렌체대학교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강의했으며, 1967년 『시각커뮤니케이션 기호학을 위한 노트』를 출간했다.


1968년 인간의 사고와 문화행위, 이념구성 등에 다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호를 개념, 유형, 의미론, 이데올로기 등으로 명쾌하게 분석 정리한 『텅빈 구조』를 발간했으며, 이어서 『내용의 형식』을 발간한 후 이 두 저서의 내용을 증보해 영문판 『기호학이론』을 발간함으로써 세계적인 기호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장미의 이름』『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동화『폭탄과 장군』 『세 우주 비행사』, 이론서『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열린 작품』 『대중의 슈퍼맨(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 『논문 잘 쓰는 방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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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