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46)] 복종

 

복종

저자
미셸 우엘벡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5-07-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날, 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세상은 복종했다.” 우리 시대 ...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746)] 복종
 
미셸 우엘벡 저 | 장소미 역 | 문학동네 | 376쪽 | 14,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5년 1월7일 프랑스는 떠들썩했다. 우리 시대의 가장 논쟁적 작가 미셸 우엘벡의 신간 『복종』 출간과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때문이었다. 프랑스에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다는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우엘벡의 여섯번째 소설 『복종』은 이슬람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유럽 사회에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 출간 당일 프랑스 대표적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겨냥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총격 테러로 또다시 논쟁의 중심이 됐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으로 인해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이슬람 공포증’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불편한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는 『복종』은 이례적으로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복종』은 2022년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프랑스 사회를 그려 보이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프랑스 양대 정당인 대중운동연합과 사회당이 패배를 하고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과 이슬람 정당인 이슬람박애당 대표가 결선투표에 진출한다. 극우 정권에 대한 위기감에서 좌파와 우파 정당들이 이슬람 정당과 연합하여 프랑스 사상 초유의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게 되고 프랑스 사회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정교분리 원칙이 깨지고, 공립학교가 이슬람 학교로 바뀌면서 교수들이 개종을 하고, 여학생들은 베일을 쓰게 된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면서 여성들은 점차 가정에 편입되고 여성 노동력의 제한은 곧 실업률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프랑스 외곽의 이민자 문제도 이민자 출신인 온건한 무슬림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러나 소설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오히려 프랑수아라는 화자의 삶과 세계관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소설가 조리스카를 위스망스를 전공한 대학교수 프랑수아는 삶에 환멸을 느끼는 우울하고 허무주의적인 인물로 지극히 우엘벡적인 등장인물이다. 소설은 이슬람 대학이 된 소르본 대학 교수 프랑수아의 삶의 궤적을 좇으며 한 사회를 잠식해가는 이슬람과 시대의 변화에 죽은듯이 복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섬뜩하게 서술한다.


『복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에 우엘벡은 오랫동안 살았던 아일랜드에서 귀국했을 당시 프랑스 사회에 감돌던 큰 변화를 감지했던 일을 언급했다. 그는 무엇보다, 짧지 않은 시기 동안 겪어야 했던 부모님과 개의 죽음으로 자신이 더이상 무신론자가 아님을 깨달았고 작품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제목이 ‘개종’일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점점 신 없이 사는 것을 못 견딘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현상과 서구의 몰락의 관계를 가톨릭으로 개종한 화자의 이야기를 빌려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이슬람 대학이 된 소르본 대학에서 계속 교수 일을 하기 위해 화자인 프랑수아가 선택한 종교는 이슬람이었다.


우엘벡은 전통적 가치와 인습을 중시하는 성서 중심의 종교들을, 현대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이 필연적으로 겪는 고통을 해결하는 실리적 돌파구로서 간주한다. 그는 오랜 세월 반복되어온 가톨릭교와 이슬람교의 지배와 피지배 관계 속에서, 결국 서구 역사의 흐름을 결정한 가톨릭 정서와 정교분리 원칙이 지배하게 된 서구 사회의 오랜 패러다임이 폭력이 아닌 민주주의의 형태로 전복되는 미래상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복종』에서 화자 프랑수아와 함께 주목하게 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조리스카를 위스망스이다. 위스망스는 미셸 우엘벡의 소설 속 또다른 중심인물이자 대학교수 프랑수아의 분신으로 『복종』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는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혹은 터널의 출구」라는 800여 페이지에 이르는 프랑수아의 논문 주제로 2022년 우엘벡이 가정한 프랑스 곳곳에 등장한다. 19세기 말 합리적인 세계관이 붕괴되면서 자연주의 소설에서 상징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로의 지향을 보였던 위스망스는 종교에 귀의한다. 그것은 세기말의 혼란 속에서 예술계와 사상계를 뒤흔들었던 집단적 현상이었다. 위스망스가 기독교로 개종하기로 마음을 굳힌 리귀제 수도원으로 주인공 프랑수아가 들어가기로 결심할 때 그의 삶과 위스망스의 삶이 중첩되며 이어진다.


‘복종’은 소설에서 드러나듯 이슬람에 대한 복종, 신에 대한 복종, 남성에 대한 여성의 복종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바라보는 지점에 따라 권력과 자본, 죽음과 운명, 충동에 대한 복종 등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종교에 대한 광신에 가까운 집착이나, 그와 동시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무기력증 등, 그것이 종교든 파시즘이든 언제든 복종할 준비가 된 우리 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문을 던진다.



작가 미셸 우엘벡 소개


현대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미셸 우엘벡은 1958년 프랑스 라 레위니옹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국립 농업학교에서 농업 경제학과 정보학을 공부했고 컴퓨터 관련 업종에서 일을 하다 1985년에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1991년 미국의 고딕 작가 H. P. 러브크래프트의 전기 『세계에 맞서, 인생에 맞서』와 평론집 『계속 살아 있기』를 발표했으며, 이듬해 첫 시집 『행복의 추구』를 펴냈다. 1994년에는 첫 번째 장편소설 『투쟁 영역의 확장』을 발표했고, 경제적인 영역뿐 아니라 성(性)의 영역에서도 자유 경쟁 상태에 내몰린 서구인의 지옥과 같은 삶을 묘사한 이 책으로 작가로서 문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4년 후인 1998년, 우엘벡은 그의 전 작품에 대해 문화부에서 수여하는 <젊은 문학인 국가 대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평론집 『발언』과 두 번째 소설 『소립자』를 발표했다. 성풍속의 변천 과정을 중심으로 〈서구의 자멸〉을 면밀하게 해부한 『소립자』는 하나의 현상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해 『리르』지와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 작품으로 우엘벡은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게 됐다. 


세계 공공 도서관의 추천을 받아 아일랜드 정부가 수여하는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소립자』는 전 세계 30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2001년에 발표한 그의 세 번째 소설 『플랫폼』역시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독설과 인터뷰에서 행한 논평으로 인해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이후 우엘벡은 플라마리옹에서 파야르로 적을 옮겨 네 번째 소설 『어느 섬의 가능성』을 출간한다. 2004년 4월말에 발표된 이 이적으로 우엘벡이 130만 유로를 - 정확한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떠돈다. 우엘벡은 현재 『어느 섬의 가능성』을 각색해 영화로 제작하고 있다. 우엘벡의 다른 작품들로는 그가 자신의 시를 낭송한 음반 「인간의 현존」과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펴낸 영상 수필집 『란사로테』, 소설 『플랫폼』 등이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