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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55)] 가족의 죽음

 

가족의 죽음

저자
제임스 에이지 지음
출판사
테오리아 | 2015-08-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또 하나의 퓰리쳐상 수상작 [타임] 선정 100대 영문소설[앵무...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755)] 가족의 죽음
 
제임스 에이지 저 | 문희경 역 | 448쪽 | 13,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가족의 죽음』은 제임스 에이지의 유작이다. 에이지는 수 년 동안 이 책을 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는데 1955년 45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고 말았다. 따라서 이 책 또한 영영 묻혀버릴지도 모를 처지에 놓이게 됐으나 그의 친구이자 편집자인 데이비드 맥도웰이 유고를 모아 편집해 1957년에 출간했다. 이 책은 출판되자마자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출판 이듬해인 1958년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가족의 죽음』은 제임스 에이지가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소설로 쓴 자전적 추도사이다. 에이지의 아버지는 그가 여섯 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그 트라우마적인 사건을 이야기의 뼈대로 삼은 이 책은 한 가족에게 찾아 온 예기치 않은 비극을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견뎌내는가를 그려 낸 작품이다.


가족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제이 폴레트는 산업화에 소외된 녹스빌 북부 산악지방 출신이다. 그는 도시 녹스빌에서 어떤 어려움도 회피하지 않고 꿋꿋하게 맞서며 안락한 중산층의 삶을 이뤄낸다. 하지만 달라진 현실에 혼곤히 취하지만은 않는다. 여전히 찰리 채플린을 좋아하고, 여전히 선술집을 좋아하며, 여전히 자신의 고향을 동경한다. 흑인에게, 가난한 이들에게 변함없이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녹스빌의 산업화로 침식되어가는 가치를 안타까워한다. 아이들과 아내의 눈에는 이러한 그가 무척이나 강인한 존재로 비쳐진다.


그런데 그토록 강인하다고 굳게 믿었던 그가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산업화의 상징인 포드 자동차를 몰고 집으로 오는 길에 사고를 당하며 홀연히 가족 곁을 떠나고 만 것이다. 남겨진 가족들은 이 ‘가족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아내 메리는 믿음으로 충만한 자신에게 왜 이런 아픔이 찾아왔는지 도통 알 수가 없고 죽음이 무엇인지도 아직 모르는 네 살배기 어린 딸 캐서린은 이 상황이 그저 이상할 뿐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아버지와 둘만의 소중한 비밀을 만들어 온 여섯 살 난 외톨이 소년 루퍼스 역시 우상과도 같은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주 먼 꿈결 속의 이야기처럼 막연하게만 들릴 뿐이다. 아버지의 죽음에 호기심을 품은 또래 아이들이 자신을 주목한다는 것에 잠시나마 우쭐대기도 하지만, 의자에 배인 아버지의 익숙한 냄새를 맡고는 그를 향한 그리움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최고의 문장가로 명성을 쌓은 에이지는 이 모든 과정을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탁월한 문체로 담담하고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중심이 되는 가족 외에도, 귀가 들리지 않아 남편을 잃어버린 딸을 제대로 위로해 줄 수 없는 외할머니의 자괴감, 두 아이에게 아빠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었는지를 가르쳐 주고 아빠의 장례를 지켜보게끔 배려해 주는 흑인 월터의 자상함 등 이 책에 나오는 인물 하나하나에 혼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작가 제임스 루퍼스 에이지 소개


1909년 미국 테네시 주 녹스빌에서 태어났다. 성공회교회 계열 기숙학교에서 소년시절을 보내나 권위적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으로부터 오히려 문학적 감수성을 세례 받게 된다. 이후 하버드 대학에 진학하여 문예지 회장으로 활동하며, 첫 시집 『나에게 항해를 허락하라』 출간을 계기로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작가로서의 그의 역량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타임’ 등의 잡지에 전문가적 권위와 대중성을 결합한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 비평을 기고하는 한편, 대공황시대 남부 소작농의 삶을 감동적으로 기록한 르포르타주 『이제 훌륭한 사람들을 찬양하자』을 펴내기도 한다. 또한 존 휴스턴의 영화 ‘아프리카의 여왕’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등 극작가로서도 이름을 알렸고 사무엘 바버가 곡을 붙인 ‘녹스빌:1915년 여름’을 비롯한 시와, 중편소설도 썼다.


투철한 직업의식과 달리 사생활에서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 그리고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 와중에도 자전적 소설 『가족의 죽음』을 완성시키는 데 몰두한다. 그러 던 1955년 5월 16일, 뉴욕의 택시 안에서 목숨을 잃고 만다. 그의 나이 45세, 사인은 심장마비, 주치의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문단의 제임스 딘’이란 별명답게 20세기 중반 미국 문화계의 반항의 아이콘으로 상징되던 제임스 에이지. 사람들은 하버드 문학 강의의 텍스트로 그의 작품을 채택하며, 그가 남겨 준 ‘글이라는 것’의 감동을 오늘도 기억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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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